문창재 논설고문
일본 후쿠시마(福島)원자력발전소(원전) 사고이후 우리나라 원전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원전 운영업체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총체적 안전점검을 약속하고 있다. 원자력 문외한인 대다수 국민은 미심쩍지만 믿어볼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각론에 들어가면 그다지 미덥지가 않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근본원인은 관측사상 전례가 없는 강력한 지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津波)였다. 내진강도는 7.0이었고 쓰나미 대비 방벽높이는 10m였다. 이런 방비에 높이 15m의 해일이 덮쳐 송전탑이 무너져 단전이 되었고, 비상전력 발전용 연료탱크 유실로 비상전력 공급이 끊겨 냉각기능이 마비되었다. 그런 대지진에도 진동에 의한 피해가 없었던 것을 보면 원전시설이 얼마나 단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지진해일이 일본 서해안에서 발생했다면
같은 시기에 건설된 미야기 현 오나가와(女川)원전은 아무 피해가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보다 진앙에서 더 가까워 진동과 쓰나미가 더 컸을 이 원전이 온전했던 것은 비상전력망의 이중설계 덕분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이 비상전력 시스템 고장으로 냉각시스템이 마비된 데 비해, 오나가와 원전은 예비전력선에 여유가 있어 사고를 면했다.
여기서 우리는 쓰나미 방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쓰나미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걱정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일본 서해안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983년 일본 아키다 현 서해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지진으로 강원도 동해안에 최고 4m 높이의 파도가 덮쳤다. 100여분 만에 들이닥친 그 해일로 배가 부서지고 상가와 주택이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
만일 그 지진이 이번 지진 정도였으면 해일 방비가 5m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 동해안 원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진앙에서 178km 거리의 후쿠시마 해안 쓰나미는 15m, 더 가까운 곳은 25m, 비행기 속도였다.
지진은 강도가 높아질수록 진폭과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한다. 진도 7에 비해 진도 9는 진폭이 100배, 에너지가 1000배 늘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 계산이다. 그러므로 우리 해안을 덮칠 쓰나미의 규모가 훨씬 커지고 도달시간도 짧아진다는 얘기다. 대비할 시간도 능력도 없이 앉은 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의 원전 안전점검 구조적인 문제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원전 안전규제 업무가 통산산업부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맡겨져, 제대로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안전문제를 다루는 기관이 원전진흥 주무부처 산하에 있어 웬만한 사고는 비밀에 붙여졌고, 수명이 다한 원자로 가동연장 결정도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는 비판이다. 이번 사고도 가동 연장조치 1개월 만에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이 구조와 다르지 않다. 원전진흥 및 개발업무를 관장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에 원전 안전진단과 보수 같은 기술업무를 맡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비밀에 붙여지는 불투명성도 일본과 다를 게 없다. 날림공사로 인한 심각한 부실을 보다 못한 기술자의 양심선언(1999년)이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전해에는 하마터면 수소폭발 사고가 일어날 뻔한 일도 있었다.
중국 원전에서 사고 난다면 어떤 일 일어날까
2000년 이후 설계와 제작부실, 기계오작동 등으로 인한 고장이 105차례나 일어났다. 그런 사고에 어떻게 손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는 채, 20년이 넘은 고리원전 1호기는 10년 연장가동에 들어간 지 오래다. 월성 1호기 연장도 추진 중이다.
그 결정은 관계기관이 위촉한 전문가들 판정에 따른 것이지만, 그들이 정부방침에 거슬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21기에 달하는 우리나라 원전들에게는 시시각각 그런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일본 뿐 아니라 중국 원전에도 신경이 쓰인다. 서울에서 지척인 산동반도 요동반도 해안에 있는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만 잘 한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원전안전 문제다. 그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조치가 없는 한, 이 문제는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히는 골치 덩어리가 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