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상처 딛고 '억순이 설계사'로 성공
자리지키려 무리한 수익약속, 주식실패
보험료 돌려막다 환치기 사기로 철창행
'보험판매 여왕'의 자리는 신기루 같았다.
외국계생명보험회사 설계사 이 모(47)씨. 지난 5년간 연봉 9억원대를 받는 '보험의 여왕'으로 군림해 왔다. 그랬던 그가 하루아침에 100억원대의 고객돈을 가로챈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보험판매 여왕의 몰락, 그것은 실로 한 순간이었다.
IMF외환위기로 온나라가 휘청거렸던 지난 1998년. 이혼의 상처를 딛고 가정을 일으켜 보겠다며 험난한 보험영업에 뛰어들었다.
인맥 경력 어느것 하나 내세울 것 없었던 그는 몸으로 떼우기로 결심한다.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그가 찾은 곳은 서울 명동과 동대문시장 일대. 눈이오나 비가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성실함으로 고객 마음을 얻겠다는 생각이었다. 진심은 통했다. 상인들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보험판매실적은 눈에 띄게 늘었다.
마침내 2005년 회사내에서 보험을 가장 많이 판 설계사 자리까지 오른다. 이후 내리 4번 보험판매왕 자리를 차지했다. 이씨는 회사내 6000여명의 다른 보험설계사들 평균 보험계약 실적의 30배가 넘는 실적으로 언론에선 스타설계사로 주목받았다.
남들은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땀과 눈물로 일군 자리였기에 오랫동안 지키고 싶었다.
행운이었더라도 지금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고객을 더 끌어들여야 했다. 다른 설계사보다 더 많은 이자를 약속했다. 손실이 나면 자신의 돈으로 보전도 해줬다. 수억원대의 연봉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그는 결국 주식에 손을 댔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주식투자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못 돌려 줄 상황에 이르렀다. 몰락의 서막이었다. 당황한 L씨는 돌려막기로 위기를 모면하려했다. 고객의 보험료를 받아 다른 고객에게 원금과 이자를 줬다. 악순환은 오래가지 못했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데 한계에 다다랐다. 지난 2009년들어서자 돌려줘야 할 원금과 이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결국 사기였다.
"미국에서 모자 제조업을 하는 분에게 돈을 보낸 뒤 다시 한국으로 송금받으면 환율 차이로 엄청난 이익금이 남는다"며 일명 환치기로 투자자를 꾀었다. 월 6% 수익률을 약속했다. 투자자 128명으로부터 117억여원의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는 117억원 중 10억원가량은 주식투자 실패로 생긴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나머지 돈은 고객들 원금과 이자를 돌려막는 데 썼다. 급한대로 계약자와 투자자 80%에겐 원금 등을 돌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기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올들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이씨를 사기혐의로 잇따라 고소했고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보험판매여왕 자리를 지키려던 욕심이 결국 큰 화를 부른셈이다.
서울중부 경찰서는 투자금 117억원을 가로채고 1억9000만원의 보험료를 빼돌린 혐의로 이씨를 30일 구속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자리지키려 무리한 수익약속, 주식실패
보험료 돌려막다 환치기 사기로 철창행
'보험판매 여왕'의 자리는 신기루 같았다.
외국계생명보험회사 설계사 이 모(47)씨. 지난 5년간 연봉 9억원대를 받는 '보험의 여왕'으로 군림해 왔다. 그랬던 그가 하루아침에 100억원대의 고객돈을 가로챈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보험판매 여왕의 몰락, 그것은 실로 한 순간이었다.
IMF외환위기로 온나라가 휘청거렸던 지난 1998년. 이혼의 상처를 딛고 가정을 일으켜 보겠다며 험난한 보험영업에 뛰어들었다.
인맥 경력 어느것 하나 내세울 것 없었던 그는 몸으로 떼우기로 결심한다.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그가 찾은 곳은 서울 명동과 동대문시장 일대. 눈이오나 비가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성실함으로 고객 마음을 얻겠다는 생각이었다. 진심은 통했다. 상인들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보험판매실적은 눈에 띄게 늘었다.
마침내 2005년 회사내에서 보험을 가장 많이 판 설계사 자리까지 오른다. 이후 내리 4번 보험판매왕 자리를 차지했다. 이씨는 회사내 6000여명의 다른 보험설계사들 평균 보험계약 실적의 30배가 넘는 실적으로 언론에선 스타설계사로 주목받았다.
남들은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땀과 눈물로 일군 자리였기에 오랫동안 지키고 싶었다.
행운이었더라도 지금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고객을 더 끌어들여야 했다. 다른 설계사보다 더 많은 이자를 약속했다. 손실이 나면 자신의 돈으로 보전도 해줬다. 수억원대의 연봉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그는 결국 주식에 손을 댔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주식투자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못 돌려 줄 상황에 이르렀다. 몰락의 서막이었다. 당황한 L씨는 돌려막기로 위기를 모면하려했다. 고객의 보험료를 받아 다른 고객에게 원금과 이자를 줬다. 악순환은 오래가지 못했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데 한계에 다다랐다. 지난 2009년들어서자 돌려줘야 할 원금과 이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결국 사기였다.
"미국에서 모자 제조업을 하는 분에게 돈을 보낸 뒤 다시 한국으로 송금받으면 환율 차이로 엄청난 이익금이 남는다"며 일명 환치기로 투자자를 꾀었다. 월 6% 수익률을 약속했다. 투자자 128명으로부터 117억여원의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는 117억원 중 10억원가량은 주식투자 실패로 생긴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나머지 돈은 고객들 원금과 이자를 돌려막는 데 썼다. 급한대로 계약자와 투자자 80%에겐 원금 등을 돌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기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올들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이씨를 사기혐의로 잇따라 고소했고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보험판매여왕 자리를 지키려던 욕심이 결국 큰 화를 부른셈이다.
서울중부 경찰서는 투자금 117억원을 가로채고 1억9000만원의 보험료를 빼돌린 혐의로 이씨를 30일 구속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