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논설고문
MB경제가 물가와 성장 사이에서 오락가락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물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물가관리에 실패를 거듭한 정부가 아직도 성장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5% 성장, 3% 물가'를 제시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라는 정책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형세는 이 대통령이 노린 목표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한 마리도 잡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국내 물가는 이미 4%를 돌파하면서 정부 관리범위를 벗어났다. 지난 2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를 기록했고 3월에는 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성장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더딘 데다가 중동사태와 유럽재정위기, 중국의 긴축강화가 진행 중이고 일본의 원전사태까지 겹쳐 불투명성이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대외 악재 속에서 한국경제만 단독 드리블 할 수는 없다. 여기에 갖가지 국내 변수가 더해져서 목표달성은 매우 비관적이다.
성장과 물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해지고 있다. 성장은 그 혜택이 서민에게 가장 늦게 돌아간다. 물가폭탄은 그 피해가 서민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돌아간다. 친서민 정부라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자명해진다.
이 대통령은 20일 전쯤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올해 국정 중에서 성장과 물가문제가 있는데 물가에 더 관심을 갖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선물가 후성장으로 국정기조 변화의 운을 뗐다. 정부와 물가당국도 정책 초점을 물가에 맞춰나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물가불안의 심각성을 강조했고 한은은 금리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의 관심은 성장 쪽이었다. 배추파동 때 한 두번 물가를 언급했을뿐 "내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라고 말했다.
임기응변식 단기처방에 그쳐
경제성장이 있어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던 이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놓게 된 데는 물가가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민심이 흉흉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공이 물가불안으로 인해 서민불만이 높아지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정책은 개발독재형 품목별 누르기식 임기응변의 단기처방에 그쳤다. 대책효과는 곧 한계를 드러냈다. 우려했던 대로 물가는 거듭 거듭 치솟기만 했다. 수요 공급 양측의 협공에 넉 다운된 형국이다.
정부에 핑계거리가 없지는 않다. 이상기후 탓에 식료품가격이 올랐다느니, 중동사태 탓에 유가가 상승했다느니 등 예상치 못한 일에 선제대응하기가 어려웠다고 변명하기도 한다. '비욘드 콘트롤'이란 말까지 내비친 것을 보면 외생변수에 전가하려는 속셈이 드러나 보인다. 물가정책의 실패를 호도하려는 것에 불과하여 변명치고는 낯간지럽다.
물가불안은 성장위주의 금리 환율정책의 결과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에 도취한 나머지 금리인상 등 선제적 대응을 못해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불행의 씨앗'을 배태했고 수요측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제동하지 못했다. 고환율을 통한 고성장정책이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했다.
환율이 5%상승하면 성장이 0.1%p 증가하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0.29%p 오른다고 한다. 환율의 성장촉진효과보다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 고환율이 물가상승과 경제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이야기다.
물가불안이 가속되고 있는 데도 정부는 성장을 포기할 뜻이 없는 듯하다. 대통령이 물가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한 이후에도 청와대 대변인은 "결코 성장을 뒤로 돌린게 아니다"고 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도 했다.
성장 위주 저금리·고환율정책의 결과
물가잡기의 정공법으로 금리를 정상화하고 환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게를 더해가고 있는데도 정부가 귀를 닫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성장의 달콤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내년은 선거의 해다. 선거의 중요 무기는 경제성적표다. 경제성적은 물가로 가늠된다. 민심은 물가와 전세대란에 무척 민감하다. 요즘 더욱 그래졌다. 정치권도 부쩍 관심을 보인다. 선거 때문이다. 낙제점 경제성적으로는 민심을 살 수 없다. 어느 때나 어느 나라나 공통적으로 통하는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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