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경제전문가 사회의 백가쟁명

지역내일 2011-05-11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근래에 국내 경제전문가 사회는 백가쟁명(百家爭鳴)했다. 주택 버블붕괴, 산업 공동화, 환율 주권, 가계부채, 고용 없는 성장 등은 경제전문가들이 경쟁적으로 제기한 화두들로서 민초의 이목을 집중시켜 국가적 현안으로 등극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럼 경제전문가들은 그만큼 유능할까? 위 화두들이 창의적이라면 그렇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모두 수입품이다. 그럼 그것들이 진실에 부합하고 과연 바람직할까? 아니다. 진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나라의 장래에 해악을 끼칠 화두에 불과했다.

첫째, '주택 버블붕괴'는 1980년대 말 미국에서 떠오른 화두였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주택 버블붕괴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미국 주택가격은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중반에는 이전 최고 가격보다도 두배 가량 더 상승했다. 인구구조를 통해 주택가격을 예측하는 방법은 틀렸던 것이다.

이렇게 현실과 괴리된 이론이 뒤늦게 국내에 도입되어 아파트 가격이 반토막, 심지어 1/6토막이 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국내에서도 이 주장은 버블붕괴가 일어나지 않음으로써 현실에 의해 거부됐다.

경제화두도 선진국에서 수입

둘째, '산업 공동화'는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제기된 화두였다. 엔화 환율이 단기간에 달러당 240엔 대에서 200엔 대 아래로 급락하자, 일본 산업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공동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실제로 일부 산업시설들은 동남아시아로 탈출 러시를 이뤘다.

그러나 이것도 틀렸음이 금방 증명되었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1980년대에 1000억달러에서 2000년대에는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사정도 산업 공동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2000년에 비해 지금은 수출이 3배나 증가함으로써 이 화두를 무색하게 했다.

셋째, '환율 주권'이라는 화두 역시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본격 제기되었다. 그러나 환율방어가 강력하게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엔화 환율은 계속 떨어졌고, 효과도 없이 엄청난 재원을 소모하고 말았다.

넷째, '가계부채'는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대두했다. 가계부채의 대GDP 비율이 1980년 초의 50% 대에서 1980년대 말에 70%를 훌쩍 넘어서면서 가계부채가 미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1990년대 이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호조가 이어지자 이 주장은 어느 사이엔가 사라졌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이 화두가 등장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가계부채를 축소시키기 위해 가계신용을 극단적으로 억제했던 것이 경기부진을 초래했던 것이다. 경기가 부진해지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갔고, 빚을 내서 집을 사기에 바빴으며, 가계부채 비율은 40% 대에서 70%대로 급증했다.

지적(知的) 노예 상태 벗어나려면

세상에는 그럴듯하고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일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빚는 경우가 제법 많다. 우리 눈에는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실은 그 반대이듯이. 경제에서는 현실과 관념이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특히 강하다.

그럴듯한 화두나 관념일수록 현실에 의해 반드시 검증받아야 하며, 선진국에서 제기된 화두에 의존하는 '지적(知的) 노예' 상태에서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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