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국 자원주권 강화 … 개발협력 통한 수산자원확보 절실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해리'(nmile, 1852m)라는 단위가 우리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1994년 12월 유엔해양법 발효 이후 바다를 끼고 있는 세계 152개 연안국가 중 82%인 125개국이 해안선에서 200해리까지 해역을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선포했다. 이 때문에 국내 수산물 전체 생산량의 19%를 공급하는 원양산업이 점점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양업계와 정부 일각에서도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원양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의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피시플레이션' 구조화 = 지난해 원양수산물 수출실적은 2009년보다 22% 오른 6억5829만7000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2009년 수출 실적에 비해 물량은 12%나 줄어든 27만4250톤이었지만 '피시플레이션'(수산업 + 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국제 수산물 가격이 오른 게 결정적 요인이었다.
주요 수출품목인 가공용 참치는 물량이 4% 줄었지만 금액은 23% 늘었고, 오징어류도 물량이 38% 줄었지만 금액은 23% 증가했다. 횟감용 참치는 물량이 18% 늘어난 데 비해 수출액은 42% 늘었다.
수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은 전 세계적인 수산물의 수급 여건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남획과 지구 온난화, 중국 등 인구대국의 소득증가에 따른 수산물 소비 급증 등으로 어족 자원이 줄어들어 오는 2015년에는 중국에서만 5400만톤의 수산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지난 1월말 세계식량농업기구가 발간한 세계수산양식백서(State of World's Fisheries and Aquaculture)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1인당 평균 수산물 소비량은 약 17㎏으로 증가했다.
수산물은 30억명 이상의 인구가 섭취하는 평균 동물성 단백질의 최소 15%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의 40%를 어패류가 공급하고 있고, 수산물 총생산량 중 19%를 원양산업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수산자원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 백서 공동 집필자 중 한 명인 리차드 그레인저씨는 "현재 세계 수산자원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남획되고 있는 어족 비율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가 관측하고 있는 어족의 85%는 남획되었거나 적정한 수준으로 어획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14개 국제수산기구는 공해에서 조업을 규제하고 있고 연안국들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해외선박의 조업을 막고 있다.
◆원양산업 잠재력 현실화해야 = 하지만 한국의 원양산업은 사양산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9년말 현재 국내 원양어선 362척 중 21년 이상된 노후선박은 310척으로 전체의 86%에 이른다. 노후선박은 건조 후 21년이 지난 배로 안전사고 위험과 선박운영 및 관리 효율이 낮다. 지난해 12월 남빙양에서 메로 조업 중 거친 파도에 조난을 당해 선원 모두가 숨진(행방불명) 제1인성호는 31년 된 노후선박이었다. 사업전망이 불투명해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선원수도 2000년 5403명에서 2009년 1928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원양산업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9월 러시아 순방 중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수산분야 협력사업을 강화하기로 하고 '명태쿼터'를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켜줄 것을 요청하는 등 원양어선의 조업량 확보에 앞장섰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는 양국 정상의 약속을 근거로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 2008년 2만500톤이던 러시아 수역 내 명태쿼터를 2009년엔 3만9000톤으로 추가한 후 올해는 4만1톤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말 협상에 참여했던 임광수 농식품부 수산정책실장은 "'1톤'에 조업량을 계속 확대해나간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민간도 정부에만 기대지 않고 있다.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하는 국내 북양트롤어업 출어회사들은 지난 3월 1000만달러를 출자해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담당할 한·러어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한·러어업(주)는 우선 극동 러시아 사할린에 2000톤급 규모의 냉동창고를 건설하기로 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한국 어선들이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하려면 극동지역에 투자를 할 것을 요구해왔다.
정부 의지가 예산과 조직으로 뒷받침되면 원양산업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크다.
원양어업은 지난 50여년간 30개 연안국에 387척이 진출해 조업하면서 상대 국가와 민간외교를 담당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인터불고(사)의 경우 서부아프리카에 원양어선, 하역장, 물류창고 등을 갖추고 연간 3000만달러 이상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원양양식의 가능성도 크다. 한국의 국토 1㎢당 양식 생산량은 14.2톤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양식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달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새우양식장을 건설한다.
이와 관련 정부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경남 원양산업협회장은 "연안국들과 개발협력사업을 강화하고 국제회의에 참석해 우리 국익을 대변할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낡고 노후화된 선박도 새 선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연안국들은 개발협력사업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무상협력예산에서 수산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국제기구과에는 10명의 직원이 1년에 50여 차례의 국제회의를 담당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2009년 조직개편으로 원양어업 및 국제기구를 담당해 온 해외자원과를 자원관리과로 흡수·통합시켜 전문성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국제회의 담당자가 10여년 한 업무를 담당해 경쟁력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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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해리'(nmile, 1852m)라는 단위가 우리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1994년 12월 유엔해양법 발효 이후 바다를 끼고 있는 세계 152개 연안국가 중 82%인 125개국이 해안선에서 200해리까지 해역을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선포했다. 이 때문에 국내 수산물 전체 생산량의 19%를 공급하는 원양산업이 점점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양업계와 정부 일각에서도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원양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의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피시플레이션' 구조화 = 지난해 원양수산물 수출실적은 2009년보다 22% 오른 6억5829만7000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2009년 수출 실적에 비해 물량은 12%나 줄어든 27만4250톤이었지만 '피시플레이션'(수산업 + 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국제 수산물 가격이 오른 게 결정적 요인이었다.
주요 수출품목인 가공용 참치는 물량이 4% 줄었지만 금액은 23% 늘었고, 오징어류도 물량이 38% 줄었지만 금액은 23% 증가했다. 횟감용 참치는 물량이 18% 늘어난 데 비해 수출액은 42% 늘었다.
수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은 전 세계적인 수산물의 수급 여건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남획과 지구 온난화, 중국 등 인구대국의 소득증가에 따른 수산물 소비 급증 등으로 어족 자원이 줄어들어 오는 2015년에는 중국에서만 5400만톤의 수산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지난 1월말 세계식량농업기구가 발간한 세계수산양식백서(State of World's Fisheries and Aquaculture)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1인당 평균 수산물 소비량은 약 17㎏으로 증가했다.
수산물은 30억명 이상의 인구가 섭취하는 평균 동물성 단백질의 최소 15%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의 40%를 어패류가 공급하고 있고, 수산물 총생산량 중 19%를 원양산업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수산자원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 백서 공동 집필자 중 한 명인 리차드 그레인저씨는 "현재 세계 수산자원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남획되고 있는 어족 비율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가 관측하고 있는 어족의 85%는 남획되었거나 적정한 수준으로 어획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14개 국제수산기구는 공해에서 조업을 규제하고 있고 연안국들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해외선박의 조업을 막고 있다.
◆원양산업 잠재력 현실화해야 = 하지만 한국의 원양산업은 사양산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9년말 현재 국내 원양어선 362척 중 21년 이상된 노후선박은 310척으로 전체의 86%에 이른다. 노후선박은 건조 후 21년이 지난 배로 안전사고 위험과 선박운영 및 관리 효율이 낮다. 지난해 12월 남빙양에서 메로 조업 중 거친 파도에 조난을 당해 선원 모두가 숨진(행방불명) 제1인성호는 31년 된 노후선박이었다. 사업전망이 불투명해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선원수도 2000년 5403명에서 2009년 1928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원양산업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9월 러시아 순방 중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수산분야 협력사업을 강화하기로 하고 '명태쿼터'를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켜줄 것을 요청하는 등 원양어선의 조업량 확보에 앞장섰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는 양국 정상의 약속을 근거로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 2008년 2만500톤이던 러시아 수역 내 명태쿼터를 2009년엔 3만9000톤으로 추가한 후 올해는 4만1톤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말 협상에 참여했던 임광수 농식품부 수산정책실장은 "'1톤'에 조업량을 계속 확대해나간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민간도 정부에만 기대지 않고 있다.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하는 국내 북양트롤어업 출어회사들은 지난 3월 1000만달러를 출자해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담당할 한·러어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한·러어업(주)는 우선 극동 러시아 사할린에 2000톤급 규모의 냉동창고를 건설하기로 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한국 어선들이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하려면 극동지역에 투자를 할 것을 요구해왔다.
정부 의지가 예산과 조직으로 뒷받침되면 원양산업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크다.
원양어업은 지난 50여년간 30개 연안국에 387척이 진출해 조업하면서 상대 국가와 민간외교를 담당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인터불고(사)의 경우 서부아프리카에 원양어선, 하역장, 물류창고 등을 갖추고 연간 3000만달러 이상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원양양식의 가능성도 크다. 한국의 국토 1㎢당 양식 생산량은 14.2톤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양식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달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새우양식장을 건설한다.
이와 관련 정부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경남 원양산업협회장은 "연안국들과 개발협력사업을 강화하고 국제회의에 참석해 우리 국익을 대변할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낡고 노후화된 선박도 새 선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연안국들은 개발협력사업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무상협력예산에서 수산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국제기구과에는 10명의 직원이 1년에 50여 차례의 국제회의를 담당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2009년 조직개편으로 원양어업 및 국제기구를 담당해 온 해외자원과를 자원관리과로 흡수·통합시켜 전문성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국제회의 담당자가 10여년 한 업무를 담당해 경쟁력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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