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지원사업 감사결과] 불법중매 · 가정폭력 … 결혼이민자 피해 무방비

지역내일 2011-05-11
외국서 국제결혼 불법으로 중개하다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
이민여성 때리는 내국인 남편, 교정치료 없이 각서만 쓰면 끝

결혼이민자의 증가로 다문화가족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 들어오는 결혼이민자들은 정부의 부실한 다문화가족지원 정책 때문에 각종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9일 정부의 다문화가족지원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결혼중개업체의 불법 행태 때문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는가 하면 가정폭력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민여성이 많은 것으로 감사결과 나타났다.

◆외국 불법중매 방치 '국제망신' = 감사결과 중개업체들이 국제결혼중개 영업 금지 국가들의 여성을 소개시켜준다는 광고를 버젓이 하는데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여성부는 업체들이 실제 영업하다 현지에서 적발돼도 솜방망이 수준의 조치만을 취해 '국제망신'을 자초하고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결혼중개업관리시스템에 등록된 66개 업체 중 61개 업체가 베트남 등 국가의 여성을 대상으로 현지불법 결혼중개를 광고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는 남자 한 명 대 현지 여성다수의 맞선을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은 영리 목적의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개업자에 대해 500~1000달러의 벌금, 필리핀은 6~8년 이하의 징역 후 영구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캄보디아 역시 지난해 3월 현지 중개인에 징역 10년, 구혼남성은 강제추방시킨 바 있다.

불법중개가 횡행하면서 부작용도 커졌다. 2008년 한 캄보디아 여성이 아무 정보 없이 지적장애 2급인 한국남성과 결혼한 일이 있었다. 2009년에는 국내 남성이 에이즈와 폐결핵에 감염된 베트남 여성과 결혼키도 했다. 지난해 발생한 베트남 결혼이민여성 살인사건의 경우 남성이 정신장애 2급이었으나 업체가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여성인권센터의 200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470명의 결혼이주여성 중 49.1%가 한국남성에 대해 거짓정보를 제공받았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여성부는 현지에서 적발돼 한국에 통보된 중개업체에 대해서만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뿐 해당 종사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사증발급 심사 '무용지물' = 결혼사증 발급을 담당하는 법무부 역시 불법 국제결혼중개업체의 행태에 무방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내국인과 결혼해 입국하는 외국인 배우자를 심사한 후 입국에 필요한 결혼사증을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사증발급기준이 엉성해 불법중개로 인한 결혼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1990년 이후 내국인과 결혼한 이민여성 중 가장 많은 27%가 결혼중개업체를 통했으며 이중 중개업이 불법인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출신의 경우에도 중개업체를 통한 사례가 각각 66.6%(2만2951명), 84.2%(2813명), 19.6%(2033명)에 달했다.

또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중개비용 명목으로 합숙비와 수수료를 구혼남성에게서 받아 챙기고, 성혼이 되지 않으면 여성에게 결혼비용 일체를 상환받는 방식으로 사실상 여성에게 결혼을 강요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감사결과 법무부는 결혼사증 심사 때 법률상 혼인성립 여부, 위장결혼 여부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불법 결혼중개에 대해서는 사증발급을 제한할 기준이 없었다. 법무부는 "결혼은 당사자 간에 이뤄지는 사적 영역"이라며 "이미 양국 정부의 혼인신고가 된 상태에서 재외공관이 사증 발급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심야 긴급전화 1/3 '불통' = 이민여성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내국인 배우자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결혼이민자 3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민여성들은 다양한 형태의 가정폭력을 겪고 있었다. 이 중 신체적 폭력이 13.4%, 성 학대가 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배우자를 무시하는 '방임'(22.5%) △모욕·위협하는 '정서적 폭력'(21.5%) △생활비를 주지 않고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등의 '경제적 폭력'(15.3%)도 있다.

여성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부터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1577-1366)를 설치, 전화상담을 실시하고 있지만 감사결과 허술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9월동안 센터에 걸려온 긴급전화의 시간대별 발신대비 수신현황을 분석한 결과 센터가 전화를 받지 않은 수신누락률이 상주상담원 근무시에는 7.3%이었으나 상주상담원이 없을 때는 30.8%(3870통 중 1192통)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누락이 되는 전화들은 주로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 사이에 온 것이었다. 센터는 이 시간대에 전화가 별로 안 온다는 이유로 재택근무자 단 한 명만 배치하고 있다. 재택근무자 대부분은 베트남어와 중국어 사용자로 다른 언어 사용자가 전화를 하면 제대로 상담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남편이 각서만 쓰면 귀가 = 내국인 남편의 폭력을 피해 나온 이민여성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성부는 가정폭력 피해 결혼이민여성에게 숙식을 비롯해 의료·법률·출국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결혼이민여성만 입소할 수 있는 '이주여성쉼터'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그런데 감사결과 쉼터에서 제공돼야 할 집단상담, 미술치료 등 '가정폭력피해자 치료·회복 프로그램'은 차별적으로 지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부는 국내여성 가정폭력보호시설 64개 전부에 대해서는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도 이주여성 쉼터에 대해서는 18개 중 6개에만 지원했다. 나머지 12개에 대해서는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해당 시설의 이주여성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폭력가해자에 대한 교정치료도 전무했다. 여성부는 현재 국내 가정폭력피해여성에 대해서는 126개 가정폭력상담소 등을 통해 교정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주여성쉼터를 거치는 결혼이민여성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교정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남편 등 가해자로부터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만을 받고 여성을 귀가시키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무관심 속에서 다문화가족의 파괴는 가속화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총 이혼 건수는 2003년 16만여건에서 2009년 12만여건으로 감소한 반면 결혼이민자 이혼건수는 같은 기간 2012건에서 11만692건으로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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