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믿지 못할 고속철도 KTX (문창재)

지역내일 2011-05-13

규모 9.0 지진이 일어난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지방을 달리고 있던 신칸센 '하야테' 계기판에 극히 작은 흔들림(초기 미동)을 알리는 신호가 들어왔다. 시속 275km로 달리던 신칸센은 이 신호 하나로 정지동작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진동이 시작되기 전에 열차가 안전하게 멈추어 아무런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1964년 도쿄올림픽 개막과 함께 운행을 시작한 일본 신칸센은 지금까지 단 한건의 인명피해 사고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신칸센 안전신화'라는 말이 생겨났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지진이 일어나는 나라에서 수립된 그 기록은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철저한 안전철학의 산물이다.

꼭 40년 늦게 운행을 시작한 우리 KTX도 그만큼 믿음직한 열차였으면 좋겠다. 자고 일어나면 KTX 사고 아니면 고장소식이니 멋모르고 탔던 일이 아찔하기만 하다.

터널 안 탈선과 주행중 까닭 모르는 정차

KTX 사고 및 고장건수는 안정기에 들어간 2006년 이후 연간 20건대에 머물렀다. 2009년에는 23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0년 53건으로 늘더니, 올해 들어서는 벌써 27건이다. 무궁화 같은 재래선 트러블을 합치면 매일 한건 꼴이다.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아찔한 사고와 고장들이다. 터널 안을 달리던 열차가 탈선하지를 않나, 주행 중 까닭 모르게 멈추어 서지를 않나, 차창이 열려 객차가 휘청거리고 유리가 깨지지를 않나….

온갖 형태의 사고와 고장이 반복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어떻게 운용하기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2004년 처음 운행이 개시되고 나서 한동안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은 기관차가 프랑스 알스톰사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의 사고와 고장은 우리 자체기술로 제작한 'KTX 산천'이 일으킨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술과 수준을 과신한 정부와 코레일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현대 로템이 제작한 KTX 산천이 너무 성급하게 영업운전에 투입된 것을 원인의 하나로 보는 견해가 있다. 알스톰과의 계약해지로 국산고속철 시대가 왔지만, 촉박한 국산화 일정에 쫓겨 충분한 시험운전 기간을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해 3월 서둘러 운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출도 좋고, 세계 네번째 고속철 제작국이라는 명예도 좋지만, 안전을 무시한 과속이 끝내 이런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프랑스에서 제작된 전동차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고장의 원인은 부품교체 시기를 무시한 무리한 운전 탓으로 드러났다. 주행거리 250만km마다 바꾸도록 권고받은 베어링을 300만km 이상 사용하다가 녹아내려 심한 진동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부품 조달체계 확보에도 소홀해 사고를 자초했다는 내부비난도 있다.

자고 나면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자, 정부는 12일 KTX 운행을 감축하고 전면점검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제작사 로템에 전면리콜을 요구하고 나서도 가라앉지 않는 성난 여론에 놀란 조치다.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더 다행한 일이 없겠다. 그렇지만 그보다 근원적인 문제점이 간과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안전 도외시한 경영개혁은 국민에 대한 범죄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 같지 않다. 곪아 부어오른 근종(根腫)은 그대로 두고 환부에만 약을 바르는 대증요법 처방 같다. 무리한 인원감축에 따른 점검·보수·유지관리의 부실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한결같은 내부의 소리다.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방만한 공기업의 거품을 뺀다는 명목으로 3만명 코레일 종사자 가운데 2012년까지 5000명을 감축하는 경영개혁을 단행 중이라 한다. 공기업의 군살을 빼서 국민의 세금을 절약하는 경영은 성과지상주의 시대 공기업 CEO의 미덕이다. 그러나 안전 분야 최소인원까지 줄이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이다.

"고속철도 2단계 개통과 재래선 개량 등으로 일손은 늘어가는데 현장서는 보수인력이 달려 아우성"이라는 소리들이 코레일 내부 통신망에 올라와 있다. 안전문제를 도외시한 경영개혁은 국민에 대한 범죄라는 것을 정부도 알아 두기 바란다.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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