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민간참여·분양가인상 맹비난
분양 줄이고 장기전세·공공임대 늘려야
이명박정부의 대표적인 친서민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빠졌다.
'반값아파트'라는 환상이 깨지면서 강남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전반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문제로 허덕이면서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급기야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 분양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할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조성한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건설사의 이윤추구를 위한 장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공급 차질 = 현재 보금자리주택은 지난해 12월 4차 지구 지정을 끝으로 멈췄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3월 5차 지구가 발표됐어야 한다.
공급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3차까지 사전예약이 진행된 상황에서 3차 잔여분 2개 지구와 4차 개발지 2곳의 공급일정을 못 잡고 있다. 1월 시범지구인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에서 565가구를 시행한 본청약도 6월 599가구 규모의 위례신도시 일정만 있을 뿐 나머지 지역은 진행을 못하고 있다.
특히 보상이 지연되면서 시범지구인 하남 미사와 고양 원흥은 하반기로, 2차 지구(구리 갈매, 부천 옥길, 시흥 은계, 남양주 진건)는 내년으로 늦췄다. 청약결과도 기대 이하다. 강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사전예약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현재 올해 목표인 21만 가구 공급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국토부는 LH 사정을 고려해 LH가 공급할 17만가구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12만 가구는 공급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열린 'LH 경영정상화 워크숍'에서도 국토부는 LH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힘을 쏟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민간참여 허용 =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업을 맡고 있는 LH 재정악화가 주원인다.
현재 126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LH는 방만한 사업을 정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보금자리사업을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LH 관계자는 "보금자리사업이 적자를 보는 사업은 아니지만 당장 보상에 필요한 현금을 동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꺼낸 카드가 '민간자본' 유치다. 정부는 3월 그동안 LH가 담당해 온 전용 85㎡ 이하 주택 중 60~85㎡ 이하 주택에 민간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LH는 전용 60㎡ 이하만 짓겠다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게는 택지비를 조성원가의 110%에 공급하고, 가구당 75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이 지원된다. 그린벨트를 훼손해 헐값에 택지를 민간에 넘기는데다, 국민주택기금까지 지원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게다가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안이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 대표발의 형식으로 4일 국회에 제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남 등지는 초기분양자에게 혜택이 너무 많이 돌아가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분양가를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LH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보금자리를 싸게 공급하다보니 출혈이 심했다"며 "강남은 분양도 잘 되기 때문에 분양가를 올려 숨통을 트겠다는 실무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방향 수정 필요 = 그러나 시민단체에서는 민간건설사에 대한 특혜라고 비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통해 "그린벨트 지역을 건설업체 이윤 추구의 장으로 전락시키려느냐"며 보금자리사업의 민간참여 및 분양가 인상 방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보금자리주택은 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업에 민간건설사를 참여시키고, 또 분양가를 올려 막대한 개발이익을 올리게 하겠다는 것은 해도 너무한다"고 탄식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보금자리주택이 궤도수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발이익이 수분양자에게 돌아가는 분양주택을 줄이고 대신 공공이 건설하고 보유하는 공공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것.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의 최근 조치들은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 공급한 보금자리가 잘 못 됐음을 자인한 셈"이라며 "잘못된 철학과 목표에서 출발한 정책이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면서 더 이상 추진할 힘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최초 분양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지금의 방식보다는 환매조건부 등 공공 자가주택을 강화하거나, 임대주택을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분양 줄이고 장기전세·공공임대 늘려야
이명박정부의 대표적인 친서민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빠졌다.
'반값아파트'라는 환상이 깨지면서 강남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전반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문제로 허덕이면서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급기야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 분양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할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조성한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건설사의 이윤추구를 위한 장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공급 차질 = 현재 보금자리주택은 지난해 12월 4차 지구 지정을 끝으로 멈췄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3월 5차 지구가 발표됐어야 한다.
공급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3차까지 사전예약이 진행된 상황에서 3차 잔여분 2개 지구와 4차 개발지 2곳의 공급일정을 못 잡고 있다. 1월 시범지구인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에서 565가구를 시행한 본청약도 6월 599가구 규모의 위례신도시 일정만 있을 뿐 나머지 지역은 진행을 못하고 있다.
특히 보상이 지연되면서 시범지구인 하남 미사와 고양 원흥은 하반기로, 2차 지구(구리 갈매, 부천 옥길, 시흥 은계, 남양주 진건)는 내년으로 늦췄다. 청약결과도 기대 이하다. 강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사전예약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현재 올해 목표인 21만 가구 공급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국토부는 LH 사정을 고려해 LH가 공급할 17만가구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12만 가구는 공급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열린 'LH 경영정상화 워크숍'에서도 국토부는 LH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힘을 쏟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민간참여 허용 =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업을 맡고 있는 LH 재정악화가 주원인다.
현재 126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LH는 방만한 사업을 정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보금자리사업을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LH 관계자는 "보금자리사업이 적자를 보는 사업은 아니지만 당장 보상에 필요한 현금을 동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꺼낸 카드가 '민간자본' 유치다. 정부는 3월 그동안 LH가 담당해 온 전용 85㎡ 이하 주택 중 60~85㎡ 이하 주택에 민간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LH는 전용 60㎡ 이하만 짓겠다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게는 택지비를 조성원가의 110%에 공급하고, 가구당 75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이 지원된다. 그린벨트를 훼손해 헐값에 택지를 민간에 넘기는데다, 국민주택기금까지 지원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게다가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안이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 대표발의 형식으로 4일 국회에 제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남 등지는 초기분양자에게 혜택이 너무 많이 돌아가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분양가를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LH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보금자리를 싸게 공급하다보니 출혈이 심했다"며 "강남은 분양도 잘 되기 때문에 분양가를 올려 숨통을 트겠다는 실무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방향 수정 필요 = 그러나 시민단체에서는 민간건설사에 대한 특혜라고 비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통해 "그린벨트 지역을 건설업체 이윤 추구의 장으로 전락시키려느냐"며 보금자리사업의 민간참여 및 분양가 인상 방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보금자리주택은 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업에 민간건설사를 참여시키고, 또 분양가를 올려 막대한 개발이익을 올리게 하겠다는 것은 해도 너무한다"고 탄식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보금자리주택이 궤도수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발이익이 수분양자에게 돌아가는 분양주택을 줄이고 대신 공공이 건설하고 보유하는 공공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것.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의 최근 조치들은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 공급한 보금자리가 잘 못 됐음을 자인한 셈"이라며 "잘못된 철학과 목표에서 출발한 정책이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면서 더 이상 추진할 힘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최초 분양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지금의 방식보다는 환매조건부 등 공공 자가주택을 강화하거나, 임대주택을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