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가 눈높이과제 부과, 반성 이끌어
90%는 소년부 재판 회부 안 돼 … 처벌보다 교육에 중점
#"친구가 자전거를 훔치자고 했는데 거절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자물쇠를 부수는데 저는 망을 봤습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11일 오후 3시 40분 서울법원청사 동관 380호에서는 청소년 참여법정이 열렸다.
사건본인 A(13)군과 아버지가 자리한 가운데 진행인, 청소년 참여인단 6명이 진지하게 A군의 해명과 반성을 들었다. A군은 다세대 주택 1층 주차장에 세워진 자전거를 훔치려다 주인에게 발각돼 경찰에 넘겨졌으며 특수절도 미수 혐의를 받고 있었다.
진행인이 심리를 진행했고 청소년 참여인단은 궁금증을 적어 진행인에게 전달해 심리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A군의 평소 생활 태도와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심리도 이어졌다. A군은 "호기심에 음주와 흡연을 몇 차례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고 인터넷을 하는 시간도 많이 줄였다"면서 "장래 국악인이 되고 싶은데 부모님은 원하지 않으며 대화도 적은 편"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사건 이후 3달 동안 필리핀 어학연수를 보내 공부를 시켰다"면서 "앞으로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A군과 아버지가 대기실로 이동한 후 청소년 참여인단은 평의를 시작했다. 각자 생각한 부과과제를 발표하고 과반수가 넘는 참여인단이 찬성한 과제를 선정했다. 이어 판사가 자리에 앉고 A군과 아버지도 법정에 다시 들어왔다.
참여인단 대표 B군은 "평의서를 제출한다"면서 "용산스스로넷 미디어스쿨에서 체험학습 2시간, 형사법정 방청 후 소감문쓰기, 1주일에 한번씩 가족과 대화하고 소감문쓰기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판사는 과제에 대해 보다 자세히 A군에게 설명했다. 판사는 "과제를 형식적으로 해서 본인의 생활이 변화하지 않으면 이런 과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친구들이 과제를 왜 내 주었는지 이유를 헤아려 목표에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군은 "나쁜 짓을 해서 부모님께 실망을 끼쳐 드렸는데 공부를 열심히 해서 만회하겠다"면서 "장래 희망인 국악인이 되기 위해 좀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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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에서는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19세 미만의 소년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참여법정을 연다.
청소년 참여법정은 또래 청소년들이 참여인단으로 참여해 비행 소년에게 적합한 과제를 부과하는 제도다.
해당 소년이 과제를 성실히 이행한 경우 소년부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심리불개시 결정을 한다.
지난 5월 시작해 1년이 된 이 제도는 지난 2월 28일 기준으로 91차례 열렸다.
이 중 과제를 수행 중인 2명을 제외한 89명 중 80명은 부과과제를 성실히 이행했다. 9명은 과제를 이행하지 않거나 재범을 저질렀다. 90% 가까운 소년들이 부과과제를 성실히 이행한 셈이다.
청소년 참여법정은 심리 과정에서 범죄 사실뿐 아니라 생활 태도, 부모님과의 관계 등을 함께 다룬다.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을 진단해 다시 비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참여인단은 이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일기쓰기, 봉사활동하기 등 적합한 과제를 내 준다. 소년들은 다양한 과제를 이행하면서 스스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부과과제 중 '참여인단으로 활동하기'는 필수다.
또래 청소년의 잘못을 고쳐 주면서 스스로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가족과 대화하고 소감문쓰기' 등의 과제를 통해 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또다시 비행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 양육자와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한미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는 "처벌보다 교육에 중점을 둬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을 교정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라면서 "부모와 대화가 단절된 경우에도 '교환일기쓰기' 등의 부과과제를 이행하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만 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는 "청소년 참여법정이 얼마나 비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용역을 준 상태"라면서 "연구진들은 청소년 참여법정을 거친 소년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추적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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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는 소년부 재판 회부 안 돼 … 처벌보다 교육에 중점
#"친구가 자전거를 훔치자고 했는데 거절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자물쇠를 부수는데 저는 망을 봤습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11일 오후 3시 40분 서울법원청사 동관 380호에서는 청소년 참여법정이 열렸다.
사건본인 A(13)군과 아버지가 자리한 가운데 진행인, 청소년 참여인단 6명이 진지하게 A군의 해명과 반성을 들었다. A군은 다세대 주택 1층 주차장에 세워진 자전거를 훔치려다 주인에게 발각돼 경찰에 넘겨졌으며 특수절도 미수 혐의를 받고 있었다.
진행인이 심리를 진행했고 청소년 참여인단은 궁금증을 적어 진행인에게 전달해 심리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A군의 평소 생활 태도와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심리도 이어졌다. A군은 "호기심에 음주와 흡연을 몇 차례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고 인터넷을 하는 시간도 많이 줄였다"면서 "장래 국악인이 되고 싶은데 부모님은 원하지 않으며 대화도 적은 편"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사건 이후 3달 동안 필리핀 어학연수를 보내 공부를 시켰다"면서 "앞으로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A군과 아버지가 대기실로 이동한 후 청소년 참여인단은 평의를 시작했다. 각자 생각한 부과과제를 발표하고 과반수가 넘는 참여인단이 찬성한 과제를 선정했다. 이어 판사가 자리에 앉고 A군과 아버지도 법정에 다시 들어왔다.
참여인단 대표 B군은 "평의서를 제출한다"면서 "용산스스로넷 미디어스쿨에서 체험학습 2시간, 형사법정 방청 후 소감문쓰기, 1주일에 한번씩 가족과 대화하고 소감문쓰기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판사는 과제에 대해 보다 자세히 A군에게 설명했다. 판사는 "과제를 형식적으로 해서 본인의 생활이 변화하지 않으면 이런 과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친구들이 과제를 왜 내 주었는지 이유를 헤아려 목표에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군은 "나쁜 짓을 해서 부모님께 실망을 끼쳐 드렸는데 공부를 열심히 해서 만회하겠다"면서 "장래 희망인 국악인이 되기 위해 좀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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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참여법정은 또래 청소년들이 참여인단으로 참여해 비행 소년에게 적합한 과제를 부과하는 제도다.
해당 소년이 과제를 성실히 이행한 경우 소년부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심리불개시 결정을 한다.
지난 5월 시작해 1년이 된 이 제도는 지난 2월 28일 기준으로 91차례 열렸다.
이 중 과제를 수행 중인 2명을 제외한 89명 중 80명은 부과과제를 성실히 이행했다. 9명은 과제를 이행하지 않거나 재범을 저질렀다. 90% 가까운 소년들이 부과과제를 성실히 이행한 셈이다.
청소년 참여법정은 심리 과정에서 범죄 사실뿐 아니라 생활 태도, 부모님과의 관계 등을 함께 다룬다.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을 진단해 다시 비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참여인단은 이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일기쓰기, 봉사활동하기 등 적합한 과제를 내 준다. 소년들은 다양한 과제를 이행하면서 스스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부과과제 중 '참여인단으로 활동하기'는 필수다.
또래 청소년의 잘못을 고쳐 주면서 스스로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가족과 대화하고 소감문쓰기' 등의 과제를 통해 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또다시 비행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 양육자와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한미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는 "처벌보다 교육에 중점을 둬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을 교정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라면서 "부모와 대화가 단절된 경우에도 '교환일기쓰기' 등의 부과과제를 이행하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만 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는 "청소년 참여법정이 얼마나 비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용역을 준 상태"라면서 "연구진들은 청소년 참여법정을 거친 소년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추적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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