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로 '5·24 조치' 1년이 됐다. '5·24조치'란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한 정부가 작년 5월 24일 북한측과 더 이상의 교류협력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간 교역, 경협전반을 전면 중단시킨 조치를 말하는 것이다.
북측에 대한 신규투자를 불허하는 것은 물론 북측선박의 우리영해 통과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교역문호를 개방하고 이를 민족내부교역으로 규정한 1988년의 '7·7선언'이전으로 후퇴했다.
천안함사태의 원인에 대해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했고 그런 의문이 지금도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사회분위기로는 '5·24 조치'는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우리의 젊은 해군장병 36명이 희생된 사건이고 보면 어떤 조치도 넘친다고 보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시 당시에는 당연했던 정책도 실시하다보면 결과가 본래의 의도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고 판단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예기치 못했던 정책의 진행과정이나 결과, 판단에 흠결이 발견되는대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피드 백(feed back)을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이 유능한 정부와 무능한 정부의 갈림길이 되는 것이다.
'5·24 조치'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닌가 한다. 당국은 '5·24 조치'가 매우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교류협력 관계 전반을 차단함으로 해서 북측에 1년 동안 대략 3억달러 정도의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 일관되게 실시해온 대북 압박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다고 말한다. 이런 정책의 일관성은 북측에 도발하면 응징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한 것이며 국내에서도 국민들에게 보복응징의 심리적 위안을 안겨주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북측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었다는 것이다.
북측보다 우리측 피해가 더 커
반대로 우리측이 입은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700여개에 달하는 대북교역, 협력업체들이 입은 피해는 3억달러 정도가 아니며 거의가 지금 고사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남북물류포럼 김영윤 회장은 우리측 피해가 북측보다 10배 이상일 것이라고 말한다. '5·24 조치'는 우리 항공기의 북한 영공항해도 중단시켰는데 미주노선의 경우 1회 30분의 시간소요는 물론 항공유 손실 등 연간 피해액이 지난 1년 동안 4000만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효과와 결과다. 북측은 '5·24 조치' 이후 대중국 교역을 대폭 확대했는데 광물수출만 해도 2002년 5000만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작년에는 8억6000만달러로 17배나 뛰었다. 광산 개발권도 대거 중국에 내주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5일로 엿새째 중국을 방문중이다. 69세의 고령에 뇌졸중을 앓았던 병력을 가진 사람으로선 대단한 강행군이다. 지금까지의 동선을 보면 중국의 경제개발 산업지구들이 중심이어서 북측경제 재건에 중국모델을 참고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또 김정은 3남으로의 후계구도가 발표된 상황이어서 자연스럽게 3대세습을 중국측에 받아들이게 하는 정치적 효과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작년 5월, 8월에 이어 1년 동안 벌써 3번째 중국을 방문했다. 전례가 없던 일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쪽을 누르자 다른 쪽이 삐져나오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중국의존도가 커지면 앞으로의 통일 문제나 한반도 안보전반에 걸쳐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임기 1년반여를 남겨놓은 이 시점에서 이명박정부 최대의 실패는 한반도 상황을 신냉전체제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군사적 도발을 계속해왔기 때문이 아니냐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한미동맹에 올인했던 이 대통령의 철학에 기인한 것이다.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의 부재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북한의 도발은 있었다. 그것도 지난 4년보다 훨씬 더 심각한 도발들이었다. 박정희 정권 때의 1·21 공비침투사건, 전두환 정권 때의 미얀마 랑군테러, 김영삼 정권 때의 KAL기 폭파사건, 김대중정권 때의 연평해전, 노무현정권 때의 핵실험 등등 이루헤아릴 수 없는 도발 속에서도 '7·4 공동성명' '남북 기본합의서' '6·15 공동성명'같은 협력의 장들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은 남북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언젠가는 통일로 가야 할 한핏줄이란 공동의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명박정부는 남북문제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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