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간호사의 날’ 간호사를 다시 생각한다

지역내일 2011-05-09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인건비(인력)는 줄이고 고객(환자)만족도는 높이려는 병원의 이중적 태도 때문에 간호사만 샌드위치다. 간호사 인력부족은 환자의 생명에 직결된다.
12일은 '제40회 국제간호사의 날'이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1972년 제정됐다. 국제간호협의회(ICN)가 발표한 올해의 주제는 '건강 불평등 해소-보건의료 접근성과 형평성 향상'이다.

간호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맨 먼저 나이팅게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백의의 천사라는 애칭도 기억한다. 하지만 한국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백의의 전사'가 된 지 오래다.

부족한 인력 때문에 근무시간당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50여명의 환자를 돌봐야 한다. 일본이 7명, 미국이 4~5명의 환자를 보는 것에 비하면 최소 2배에서 10배나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화장실도 못가고 연속적으로 1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주말휴식과 주 5일제는 꿈도 못꾼다. 산업의학계에서 발암물질이라고 하는 '밤 근무'를 한달에 7개에서 10개씩 하다 보니 몸은 더 망가진다.

임금도 높지 않다. 그 결과 간호사들의 평균근속연수가 5년을 채 넘지 못하고 이직률 또한 20%에 육박한다. 간호사들의 희망사항 1위가 오죽하면 일 끝나고 곧바로 자고 싶다는 것일까.

'백의의 천사' 아니라 '백의의 전사'

저출산시대 온 나라가 출산을 장려하면서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임신과 출산이 축하받지 못하고 오히려 동료들에게 죄인취급 당한다. 병원이 대체인력을 제때 주지 않아서 다른 동료들의 밤 근무와 노동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인력부족 때문에 동시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순번임신제까지 거론될까.

심평원이 3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병상과 의료장비 숫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0~50% 더 많은데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인건비(인력)는 줄이고 고객(환자)만족도는 높이려는 병원의 이중적 태도 때문에 중간에서 간호사만 샌드위치다. 간호사가 근무중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잠시만요'라고 한다. 부족한 인력 때문에 환자요구를 곧바로 해결하지 못해 그런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간호사 인력부족은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 미국 연구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에게 환자 1명을 추가 할당할 때마다 사망률이 7% 증가하고, 반대로 환자 할당 숫자를 줄이면 감염도 줄고 입원기간도 단축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소병원 간호사 인력부족의 근본원인이 무분별한 병원설립 및 병상 증축, 이윤중심의 병원경영, 권위적인 조직문화,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에 있음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올바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복지부는 '간호인력 확충과 간호서비스 제공체계 재정립'을 목표로 '인력 TF' 를 구성하고 진행 중인 '의료기관 기능재정립방안'에서 인력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높은 이직율의 원인을 진단하고 거기서부터 해법을 찾지 않고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향토 장학 간호사 제도와 남자 간호사 병력 특례 도입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남자간호사 병력특례 도입 적극 검토해야

노동부 또한 올해 사업계획에서 좋은 일터 만들기 프로젝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기 위한 'ISO 26000 국제표준기준'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고, 신임 장관 내정자도 일자리를 위한 대안을 곧 내놓겠다고 한바 부족한 간호사인력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웃어야 친절한 간호사가 아니다,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많은 대화를 통해 전인간호를 할 수 있는 간호사가 진정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사이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병원인력법'을 제정하고 OECD 수준의 적정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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