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의 초등학교가 학교교육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성적표를 작성하게 하는 ‘양지초등학교’와 80분 수업에 30분 휴식을 도입한 ‘상진초등학교’가 그곳이다.
얼핏 개연성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학생 스스로가 학습의 주도권을 찾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두 학교의 변화는 주목받는다.
스스로 성적표 만드는 양지초등학교
“국어는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았는데 실수를 했다. 과학은 쉬웠지만 풍화작용의 뜻을 다시 공부 해야겠다.”
“복습노트와 암기노트를 더욱 많이 읽고 암기하도록 하고, 다음 시험에는 95점을 넘을 것을 계획한다”
동구 양지초등학교(교장 김덕규) 학부모들은 지난 달, 삐뚤빼뚤한 글씨로 작성된 자녀의 성적표를 받았다. 일반적인 성적표와 달리 자신이 받은 과목별 점수와 학업계획이 아이의 글씨로 작성돼 있었다. ‘2011학년도 1학기 나의 학교생활’이라고 이름 붙은 통지표에는 점수와 과목별 비교 그래프, 반성 및 계획이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성적표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온 김덕규 교장은 “학생 스스로 통지표를 만들어보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높아지고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의 점수’ 항목에는 학생이 지난 4월 실시된 성취도 평가에서 받은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등 4개 과목 점수가 고딕체로 학교에서 기재해 놓았다. ‘과목별 비교 그래프’는 ‘나의 점수 그래프를 그려보면서 나의 위치를 알아봅시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 학생 자신이 받은 점수를 학교에서 표시해 놓은 학년 평균과 나란히 비교해 직접 그리도록 돼 있다.
또 학년 평균 점수와 직접 그린 자신의 막대그래프 점수와 함께 바로 옆에는 다음 평가에서 자신이 목표로 하는 점수를 그래프를 그려 서로 비교하도록 돼 있다.
‘나의 반성 및 계획’ 항목은 평가결과에 대한 반성 후, 다음 평가에 대한 나의 목표와 학습계획을 세워는 곳이다. 학생 스스로 반성하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내용 등을 직접 작성하는 공란이 마련돼 있다.
양지초가 평가결과를 학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치던 기존 성적표 대신 이 같은 통지표 양식을 도입한 것은 학생 스스로 평가결과를 반성하고 다음 평가와 학교생활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덕규 교장은 “학생 스스로가 평가결과와 계획을 서술식으로 직접 작성해, 부모들이 자녀의 평가결과와 학습계획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도 자녀 스스로가 이를 먼저 알게 돼 교육효과가 높다”고 전한다.
80분 수업, 30분 휴식하는 상진초등학교
동구 상진초등학교(교장 이명수)는 40분 수업, 10분 휴식의 고정관념을 깼다. 이 학교는 울산에서 처음으로 80분 수업, 30분 휴식의 ‘블록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1학년도부터 시행했으니 시행 넉 달째다. 시행 초기엔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주입식 교육방식을 벗어나 협동수업, 토론식 위주의 수업을 운영하면서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학교가 블록수업을 도입한 것은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주고 수업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명수 교장은 “요즘 학생들은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학교생활도 학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학교생활에 즐거움이 없다. 수업도 기존 강의 중심에 맞춰져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고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블록수업의 필요성을 말한다.
덧붙여 “블록수업을 도입하고 난 뒤 학부모는 자녀의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반기고, 학생은 수업 집중도와 참여도가 몰라보게 높아졌으며, 교사는 교실수업 방식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은 기존 40분에서 80분으로 수업시간이 배로 늘었지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블록수업은 학습활동이 학생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친구들과 힘을 합쳐 과제를 풀거나 수업에 참여하며 집중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무엇보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10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난 긴 휴식시간이 기다리고 있어 학교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교사들은 쉬는 시간에 학생들에게 반드시 운동장에 나가 체육활동을 하는 등 충분히 뛰어 놀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은 각자의 취미와 특성에 따라 도서관을 활용하거나 교실에서 학급놀이 활동과 복습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6학년 이진우 학생은 “처음에는 80분 수업이 지루하기도 하였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협동학습을 통해 실력과 우정을 동시에 쌓을 수 있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30분이나 되어서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것도 참 좋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교실수업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고.
제진환 연구부장은 “기존 40분 단위의 수업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딴청을 피우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80분 단위의 블록수업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수업 참여와 집중도가 몰라보게 높아지는 교실수업 개선 효과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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