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자충수를 뒀다. 절차 시기 방법, 모두 좋지 않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박재완 신임 재정부 장관을 초청한 자리에서 '정책공조'란 이름으로 재정부와 부기관장급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월 1회씩 갖기로 합의했다. 예상치 못한 발표내용이었다.
재정부와 한은 관계자들은 입을 맞춘 듯 "실무진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의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같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장관이 제안하고 김 총재가 수락하는 형식을 취했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은 총재가 재정정책을 책임지는 정부의 경제수장과 의견을 조율하겠다는 미칠만한 대목이다.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았다. 한국은행과 김 총재 모두 '독립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강하게 받고 있는데다 한은에 대한 시장 불신마저 확대된 상황이라 '재정부와 한은'의 밀월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주고 있다.
1월 3월 6월, 올해 단행한 세 차례 금리인상 모두 정부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과 소통하지 못하고 시장의 뒤통수를 쳐 김 총재의 '입'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 총재는 총재 내정 때부터 친정부 인물로 분류돼 시장의 걱정이 만만치 않았으며 현재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부와 거리를 두기보다는 더욱 가까워지려하고 오히려 한은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비쳐졌다는 점에서 한은과 김 총재의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월 1회 정례화'로 못 박은 것도 논란거리다. 매주 열리다시피하는 경제금융대책회의(서별관회의)를 통해 김 총재는 박 장관과 거시정책 등 주요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데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판단과 정책방향을 금통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실무자간 정보교류도 적지 않다. 여기에 추가로 금통위원인 한은 부총재와 이미 열석권을 가지고 있는 재정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협의회를 매월 한 번씩 열기로 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매달 금리를 결정할 때마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거시정책실무협의회는 90년대 중반에 통화금융실무협의회와는 완전히 다른 기구이다. 당시엔 재무부 장관이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 의장을 겸해 사실상 한은의 독립성 자체가 없었다. 외환위기로 한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한은은 정부의 한 기관이었다. 김 총재가 말한 "한은도 정부기관"라는 인식이 통할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러나 한은 안팎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목소리가 커졌다. 김 총재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재정부는 항상 정책의 효율을 위해 통화정책과 공조하길 원한다.
한은의 독립성은 재정부의 그런 욕심을 차단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공조'에 의한 효율성보다 '분산'에 의한 안정성이 한은의 존재이유다.
재정금융팀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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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박재완 신임 재정부 장관을 초청한 자리에서 '정책공조'란 이름으로 재정부와 부기관장급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월 1회씩 갖기로 합의했다. 예상치 못한 발표내용이었다.
재정부와 한은 관계자들은 입을 맞춘 듯 "실무진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의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같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장관이 제안하고 김 총재가 수락하는 형식을 취했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은 총재가 재정정책을 책임지는 정부의 경제수장과 의견을 조율하겠다는 미칠만한 대목이다.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았다. 한국은행과 김 총재 모두 '독립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강하게 받고 있는데다 한은에 대한 시장 불신마저 확대된 상황이라 '재정부와 한은'의 밀월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주고 있다.
1월 3월 6월, 올해 단행한 세 차례 금리인상 모두 정부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과 소통하지 못하고 시장의 뒤통수를 쳐 김 총재의 '입'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 총재는 총재 내정 때부터 친정부 인물로 분류돼 시장의 걱정이 만만치 않았으며 현재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부와 거리를 두기보다는 더욱 가까워지려하고 오히려 한은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비쳐졌다는 점에서 한은과 김 총재의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월 1회 정례화'로 못 박은 것도 논란거리다. 매주 열리다시피하는 경제금융대책회의(서별관회의)를 통해 김 총재는 박 장관과 거시정책 등 주요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데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판단과 정책방향을 금통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실무자간 정보교류도 적지 않다. 여기에 추가로 금통위원인 한은 부총재와 이미 열석권을 가지고 있는 재정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협의회를 매월 한 번씩 열기로 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매달 금리를 결정할 때마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거시정책실무협의회는 90년대 중반에 통화금융실무협의회와는 완전히 다른 기구이다. 당시엔 재무부 장관이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 의장을 겸해 사실상 한은의 독립성 자체가 없었다. 외환위기로 한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한은은 정부의 한 기관이었다. 김 총재가 말한 "한은도 정부기관"라는 인식이 통할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러나 한은 안팎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목소리가 커졌다. 김 총재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재정부는 항상 정책의 효율을 위해 통화정책과 공조하길 원한다.
한은의 독립성은 재정부의 그런 욕심을 차단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공조'에 의한 효율성보다 '분산'에 의한 안정성이 한은의 존재이유다.
재정금융팀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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