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서 추정한 스위스 黑髮外人 비밀계좌>

지역내일 2011-06-16
주가조작ㆍ돈세탁ㆍ경영권방어 등 목적의 기업 자금

(서울=연합뉴스) 고유권 이유미 한지훈 기자 = 2000년대 초반 국내 증시에 심심찮게 소문으로 나돌았던 검은머리 외국인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비밀자금의 주인과 수상한 거래 목적 등을 놓고 증권가에서 다양한 추론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을 가장한 한국인 투자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스위스 은행에 개설한 비밀계좌를 통해 과거 5∼6년 동안 최대 1조8천억원의 자금을 국내 증시에 투자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스위스 비밀계좌에 한정된 것이지만 검은머리 외국인의 자금 규모가 일부나마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밀계좌를 통해 거래된 이 돈의 실제 주인이 누구이고, 어떤 경로로 조성돼 무슨 목적으로 투자된 것인지에 증권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누구 돈일까 =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스위스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 규모는 3조9천억원에 달한다.
조세협약을 맺지 않은 조세회피지역에 적을 두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검은머리 외국인의 투자자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만군도에 적을 둔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은 9조5천억원(3월말 기준)에 이른다스위스와 한국 국세청간 세금 문제로 검은머리 외국인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과연 자금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세금을 더 내면서까지 국외에 계좌를 두고 비밀스럽게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봐서는 깨끗하지 못한 방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ㆍ외환당국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감시망이 촘촘한 상황에서 거액의 외화를 국외로 빼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국외 위장법인 등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실제로 2001년 대기업들이 외국에 역외펀드를 무허가로 설립하다 금융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검은머리 외국인에 대한 얘기는 예전부터 많았다. 대기업들이 조세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숨겨두고 외국인이 국내 본사와 계열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국내로 들여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개인들이 자금을 밀반출하지 않는 이상 외국에 거액의 자금을 비밀계좌에 숨겨두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정은 설득력이 크다.
국내 증권사의 임원은 "외국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쌓지 않는 한 개인들이 비밀계좌를 개설하기는 어렵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UBS증권 서울지점은 개인들의 주식 주문을 아예 받지 않는다는 점도 기업 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이다.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가진 한국인 개인들은 UBS증권 서울지점을 통해 국내 주식을 직접 사거나 팔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주식거래를 하려면 금융당국에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UBS증권 서울지점 관계자는 "개인들이 외국에서 서류상 법인을 만들어 우회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아무 법인과 거래하지는 않는다. 정해진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은밀한 거래 목적은 = 2000년대 초반 국내 증시가 소위 닷컴 열풍으로 코스닥시장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주가를 올리는 좋은 재료 중 하나가 ''외자유치''였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에 돈이 마르자 국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신인도를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일부 코스닥업체는 검은머리 외국인과 짜고 외자 유치라는 허위성 공시를 남발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됐다.
국내 증권사의 국제영업 담당 임원은 "외국에 서류상 회사를 세우고 비자금으로역외펀드를 만들어 펀드 자금을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사례가 종종있었다. 은닉재산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일종의 자금세탁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기업 중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하면서 국외 자금을 유치했다고 공시할 수 있는데 자금 출처를 보면 조세회피지역에 적을 둔 외국인 투자자들인 사례가 많다. 실제 외국인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시세를 조종하는 사례들도 많았다.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코스닥업체들이 역외에 계좌를 개설하고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주가를 조작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2003년 5월 금융감독원은 검은머리 외국인의 주가조작을 적발했다.
한국인들이 홍콩 증권감독당국인 SFC에 정식으로 투자자문사로 등록하고서 외국인으로 행세하며 코스닥 상장사인 K사와 O사의 주가를 조작하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당시 이들은 LG증권과 대신증권 홍콩법인에 계좌를 개설하고 HTS 등을 이용해 외국인인 양 거래를 하며 주가를 조작했다.
홍콩과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에 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23개의 계좌를이용하기도 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 또는 편법 재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됐을 수 있다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pisces738@yna.co.krgatsby@yna.co.krhanjh@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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