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여성인 이 모씨는 2006년 군포의 한 아파트를 자기 앞으로 소유권 등기했다. 취득등록세를 내고 정상적인 거래인양 모든 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시가 3억7500만원짜리인 이 집에 이씨는 입주를 하지 않았고, 외삼촌인 김 모씨의 두자녀가 들어와 살았다.
세무당국은 이를 수상히 여겼다. 외삼촌인 김 모씨는 개포동 주공아파트와 분당의 아파트 두 채를 18억원에 팔고도 양도세 3억4000여만원을 내지 않아 세무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부채만 쌓여있는 무자력 상태여서 당국이 손을 쓰지 못하던 중이었다.
이씨가 집을 사고 그 집에 김씨의 자녀들이 입주한 사실을 포착한 당국은 김씨가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는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본 세무당국은 법무부에 이 재산을 환수할 방법을 의뢰했다.
법무부는 이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소송을 냈다. 부동산등기법상 자기 이름으로 소유권을 등기했어도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계약명의신탁을 한 것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소송은 희한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김씨에게 받은 돈을 이씨가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자기는 돌려받을 돈이 없다고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빌렸던 돈을 갚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돈을 찾아주려 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돌려받을 돈이 없다고 손사래치는 공방이 계속됐다.
지난해 수원지방법원은 국가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가 이씨에게 준 돈이 집값보다 9000만원 적은 2억 8500만원인 것으로 보아 이씨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민사23부(김명한 부장판사)는 15일 이씨에게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1심 판결을 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억8500만원에 대해 이씨가 이를 빌려줄 만한 여력이 없었다고 보아, 김씨의 차용증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씨의 자녀들이 이 아파트에 바로 입주하고도 임대차계약서를 쓰거나 확정일자를 받는 절차 등을 모두 생략한 점이 김씨 소유임을 입증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는 아파트를 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씨가 자기 이름을 빌려주면서 김씨의 돈으로 아파트를 사 준 이상 이는 무효"라면서 "조세채권 보전을 위해 김씨를 대신해 부당이득 반환채권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에게 이씨는 2억8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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