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 환경운동연합 대표
시화호와 새만금의 고통스런 역사를 겪으면서, 다시는 대규모로 바다를 막아 갯벌을 파괴하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담수호를 만들어 농업용수로 쓰겠다던 시화호는 썩는 냄새가 진동해 결국 막았던 둑을 터 해수유통을 할 수밖에 없었고, 공사 중단 끝에 사법부의 판결까지 거쳐야 했던 새만금 방조제는 이미 들인 돈과 벌여놓은 공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사를 마무리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서해안에서는 동시에 4곳에서 대형 방조제를 쌓기 위한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다. 강화조력, 인천만조력, 가로림만조력, 아산만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이 그것이다. 이번에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란다.
조력발전은 방조제로 바다를 막아 드나드는 조수의 힘으로 방조제 아래 쪽에 설치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최대의 조력발전소는 1966년에 준공된 프랑스의 랑스발전소로, 그곳의 방조제 길이는 750m다. 그런데 우리나라 서해안에 추진되는 조력발전소의 방조제는 가로림만이 2km, 아산만이 2.5km, 강화가 7.7km, 인천만은 자그마치 18.5km다.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가 줄줄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왜 별안간 조력발전이 이렇게 붐을 이루게 된 걸까.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현재의 1%에서 2020년에는 6%, 2030년에는 12%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2001년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시행돼 왔다. 아직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에 대해 기준가격과의 차액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이에 힘입어 지난 10여 년 간 태양광발전은 매년 평균 43.3%, 풍력은 24.1%의 고속성장을 거듭해 왔다.
'녹색성장'한다며 갯벌·어장 파괴
그런데 정부는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내년부터 의무할당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50만kW 이상의 발전설비를 갖춘 대형발전사업자 13곳에 일정비율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도록 의무를 지운 것이다. 내년 2%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10%까지 그 비율을 높여야 한다. 지원금을 주며 소규모 발전업자들을 육성하는 것보다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자리를 잡아가던 중소규모 태양광, 풍력발전산업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그리고 한전의 자회사인 중부발전이 강화조력, 한국수력원자력이 인천만조력, 동서발전이 아산만조력, 서부발전이 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에 나선 것이다.
아이러니는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으로 추진하는 조력발전이 실제로는 환경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바다를 인공적으로 막아 갯벌을 파괴하고 어업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조력은 친환경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제외된다. 랑스발전소 외에 이렇다 할 조력발전소가 시도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신 외국에선 바다를 막지 않고 바닷물 속에 터빈을 설치하는 조류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을 뒤늦게 알게 된 강화 인천 아산 평택 서산 태안의 어민들은 비상이 걸렸다. 20여 년 서해에서 고기를 잡아왔다는 인천조력어민대책위원회 박용오 위원장은 "방조제 막고 나면, 이제 국산 새우젓 보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발전효과가 너무 부풀려졌다고 지적한다. "조금과 사리의 차이 때문에 한 달 중 절반밖에 발전을 할 수 없고, 방조제로 막힌 썰물이 다 빠져 나가기도 전에 밀물이 다시 들어와 하루에도 실제로 터빈이 돌아가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조력발전은 엄청난 길이의 방조제에 비해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것도, 미래의 녹색기술에 투자하는 것도 아닌, 또 하나의 대규모 토목공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나 남은 한강 하구마저 막으려나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강화지역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물이 한데 모여 한반도 강수량의 17%가 빠져나가는 곳이다. 그곳을 막게 되면 퇴적물이 쌓여 강바닥이 높아지고, 여름철 폭우가 쏟아지면 강화 김포등 수도권은 물바다가 되리라는 게 주민들의 큰 걱정이다.
제대로 된 "녹색성장"이라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급하게 밀어붙인 4대강공사가 벌써부터 크고 작은 부작용을 빚고 있거니와, 제발, 자연을 상대로 더 이상의 무리는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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