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노점상 할머니의 절규 … 장맛비 속 범국민대회 열려
농민 노동자 등 1만5000여명 "국민 외면 MB정권 규탄"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이민숙(가명 73) 할머니는 장맛비가 내리는 속에도 같은 노점상 동료들과 거리로 나왔다.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외면하는 정부에 대해 작은 목소리 하나라도 내보려는 마음에서였다. 비옷을 챙겨입고 우산까지 써야하는 궂은 날씨였지만 귀찮은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같이 나온 다른 동료들은 "우리가 얘기한대로 신문에 나가지도 않는다"며 이씨를 가로막았지만 이씨는 할 말이 있다며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이씨는 "중구청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을 내쫓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동대문에 뭘 만든다고 쫓아내는 바람에 동대문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졌고 동네에서 노점을 벌이는 사람들을 또 몰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에서 노점을 할 수 없게 된 이 할머니도 다른 곳으로 노점을 옮겼다. 그는 "어떤 날은 마수걸이도 못하고 집에 오는 날도 있다"며 "정말 많이 벌어봐야 하루 10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단속이 강화된 때에는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하지도 못한다. 이 할머니는 "장사도 안 되지만 갑자기 단속이 나올까봐 너무 불안하다. 단속반이 리어카를 끌고 가버리면 장사도 못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구호 외치며 행진하는 농민들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민생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세연 기자
얼마 전에는 아침 11시쯤 노점을 시작해서 9시까지 계속 서 있었다. 다리가 아팠지만 집세라도 내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있지만 거기다 손 벌릴 수가 없다. 내가 먹을 반찬값은 내가 벌어야 한다는 마음에 노점을 한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이 할머니는 "디자인이니 뭐니 자기네들 아름다운 것만 꾸미지 말고, 노점상 같은 서민들 좀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며 "서민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기업들은 점점 부자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지금 언제 헐릴지 모르는 산꼭대기에 집 한칸 얻어 놓고 산다. 월세만 25만원이 나간다"며 "나 같은 노인들, 노점상들 생계 유지할 수 있게 좀 해줬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처럼 한풀이라도 하고 싶어 이날 광화문에 나온 사람들은 줄잡아 1만5000여명(경찰 추산 6500여명). 장대같은 장맛비 속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 대학생 등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입을 맟춰 '이명박정권 규탄' 구호를 외쳤고 노래를 불렀다. 당초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했던 범국민대회는 장소를 광화문광장 앞 도로로 옮겨져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가 광화문 전 차로를 점거한 것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집회 이후 2년 만이다. 이들이 도로를 점거하면서까지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장은 "현재 농촌은 파탄 일보 직전"이라며 "소값은 절반 가격으로 내려갔고 구제역 여파로 돼지 값은 여전히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표는 "우리 사회의 노점상인들은 과태료와 용역들에게 죽어가고 있고 철거민들은 자신들이 살 공간을 요구하다 죽어가고 있다"며 "아무리 싸워도 해결되지 않는 게 지금의 우리 빈민들"이라고 했다.
범국민대회를 주최한 '민중의 힘'은 이날 △최저임금 시급 5410원 이상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즉각 실현 △노조법 전면 재개정과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노동탄압 중단 및 노동기본권 보장 △농축산물 가격 폭락에 대한 정부대책 수립 △비료값, 사료값, 면세유 등 농업생산비 폭등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기초농산물 정부 수매제 즉각 도입 △노점탄압 중단 및 주민생존권 말살 살인개발 중단 △기초법 전면 개정 및 빈곤층 복지 지원 확대 △한미FTA 폐기 등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민중의 힘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탄압과 무시로 일관하는 이명박정권을 향해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고병수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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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노동자 등 1만5000여명 "국민 외면 MB정권 규탄"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이민숙(가명 73) 할머니는 장맛비가 내리는 속에도 같은 노점상 동료들과 거리로 나왔다.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외면하는 정부에 대해 작은 목소리 하나라도 내보려는 마음에서였다. 비옷을 챙겨입고 우산까지 써야하는 궂은 날씨였지만 귀찮은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같이 나온 다른 동료들은 "우리가 얘기한대로 신문에 나가지도 않는다"며 이씨를 가로막았지만 이씨는 할 말이 있다며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이씨는 "중구청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을 내쫓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동대문에 뭘 만든다고 쫓아내는 바람에 동대문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졌고 동네에서 노점을 벌이는 사람들을 또 몰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에서 노점을 할 수 없게 된 이 할머니도 다른 곳으로 노점을 옮겼다. 그는 "어떤 날은 마수걸이도 못하고 집에 오는 날도 있다"며 "정말 많이 벌어봐야 하루 10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단속이 강화된 때에는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하지도 못한다. 이 할머니는 "장사도 안 되지만 갑자기 단속이 나올까봐 너무 불안하다. 단속반이 리어카를 끌고 가버리면 장사도 못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구호 외치며 행진하는 농민들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민생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세연 기자
얼마 전에는 아침 11시쯤 노점을 시작해서 9시까지 계속 서 있었다. 다리가 아팠지만 집세라도 내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있지만 거기다 손 벌릴 수가 없다. 내가 먹을 반찬값은 내가 벌어야 한다는 마음에 노점을 한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이 할머니는 "디자인이니 뭐니 자기네들 아름다운 것만 꾸미지 말고, 노점상 같은 서민들 좀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며 "서민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기업들은 점점 부자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지금 언제 헐릴지 모르는 산꼭대기에 집 한칸 얻어 놓고 산다. 월세만 25만원이 나간다"며 "나 같은 노인들, 노점상들 생계 유지할 수 있게 좀 해줬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처럼 한풀이라도 하고 싶어 이날 광화문에 나온 사람들은 줄잡아 1만5000여명(경찰 추산 6500여명). 장대같은 장맛비 속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 대학생 등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입을 맟춰 '이명박정권 규탄' 구호를 외쳤고 노래를 불렀다. 당초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했던 범국민대회는 장소를 광화문광장 앞 도로로 옮겨져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가 광화문 전 차로를 점거한 것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집회 이후 2년 만이다. 이들이 도로를 점거하면서까지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장은 "현재 농촌은 파탄 일보 직전"이라며 "소값은 절반 가격으로 내려갔고 구제역 여파로 돼지 값은 여전히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표는 "우리 사회의 노점상인들은 과태료와 용역들에게 죽어가고 있고 철거민들은 자신들이 살 공간을 요구하다 죽어가고 있다"며 "아무리 싸워도 해결되지 않는 게 지금의 우리 빈민들"이라고 했다.
범국민대회를 주최한 '민중의 힘'은 이날 △최저임금 시급 5410원 이상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즉각 실현 △노조법 전면 재개정과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노동탄압 중단 및 노동기본권 보장 △농축산물 가격 폭락에 대한 정부대책 수립 △비료값, 사료값, 면세유 등 농업생산비 폭등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기초농산물 정부 수매제 즉각 도입 △노점탄압 중단 및 주민생존권 말살 살인개발 중단 △기초법 전면 개정 및 빈곤층 복지 지원 확대 △한미FTA 폐기 등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민중의 힘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탄압과 무시로 일관하는 이명박정권을 향해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고병수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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