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냉전의 얼음에 금이 가기 시작하던 1989년 8월 23일, 인류 역사상 가장 장엄하고 감동적인 인간 사슬의 길이 발트 연해를 따라 열렸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로부터 시작하여 라트비아의 리가를 거쳐 에스토니아의 탈린에 이르는 620km의 길에 3개국 국민 200만 명이 참가하여 손에 손을 맞잡고 '자유'와 '독립'을 노래했다.
이날은 1939년 소련과 독일이 불가침조약을 맺으면서 이들 발트 3개국을 강제로 소련에 편입시켰던 '국치일' 50주년이 되던 날이었다. 3국 국민들은 비록 서로 언어는 달랐지만, 믿음과 희망, 용기와 신뢰로 가장 평화적인 '민족해방투쟁'을 벌여 자신들의 독립 의지를 지구촌에 과시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1990년 3월 11일 리투아니아가 가장 먼저 독립을 쟁취했다. 인간 띠 잇기의 출발점인 빌뉴스 대성당 광장의 바닥에는 '기적'이란 뜻의 'STEBUKLAS'가 새겨져 있다.
오는 7월 27일은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의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58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휴전선 155마일(248km) 비무장지대(DMZ)의 서쪽과 동쪽에서는 인간 띠 잇기 행사가 벌어진다.
경기도 쪽에선 고양시-자유로-임진각 평화누리-민통선 내 통일촌으로 이어지는 50km, 강원도 쪽으로는 동해안을 따라 속초 등대 전망대-청간리 해수욕장-송지호-고성군 통일전망대로 이어지는 50km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당초에는 남북이 공동으로 'DMZ 생태 띠 잇기'를 추진해 '개성-DMZ' '금강산-DMZ' 구간은 북한 측이 행사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최근 남북한 간의 긴장 관계로 무위에 그쳤다. 이번 행사에는 '생물다양성 연합' 을 비롯한 사회단체, 환경단체, 지역주민과 초중고, 대학생 등 수 만 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한다.
'2011 DMZ 생태띠잇기 조직위' 배병호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는 세 가지의 범국민적 캠페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손에 손 맞잡고 자유와 독립 노래
첫째는 세계적인 생태자원의 보고인 DMZ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혹시라도 백두산 화산 폭발로 멸종될 수 있는 생물들의 종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DMZ에 남북이 공동으로 생물자원관을 건립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금년 9월 유엔총회에서 결정할 '유엔 생물다양성 국제기구' 사무국의 DMZ 유치, 201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와 2014년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총회의 한국 유치, 셋째는 세계 180개국 생태복지 조사 대상국 가운데 162위(세계자연보존연맹, 2009 조사)로 말단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생태복지를 선진국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뜻도 있다.
필자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DMZ 생태띠잇기' 파주지역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 행사에 열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손을 맞잡고 서로의 체온을 느껴가며 '생태 띠'를 잇는 것이 국제기구 유치와 같은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한 이벤트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DMZ는 남북이 정치,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긴장의 땅,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의 경계선이지만, 생태적으로 보면 남북 분단 없이 하나의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이 자연이 주는 생태평화를 매개로 남북이 평화공동체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DMZ와 접경지역 일대는 산양,사향노루, 두루미류, 물범 등 67종의 멸종 위기 및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내 동식물 종의 절반에 해당하는 2716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DMZ 생물자원의 잠재적 가치만 14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를 계기로 생물자원을 이용한 관련 산업 시장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의 약 8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세계 유일의 생태환경자산 보유국
예를 들어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의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는데, 제약회사인 스위스의 로슈와 치료제를 추출하는 생물자원(팔각회향 ; 스티아니스)의 보유국인 중국 간에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문제들이 생물다양성협약의 후속 협상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생태띠잇기 행사가 홍보 부족 등으로 아직은 많은 국민들의 호응과 동참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행사가 거듭될수록 '발트의 길' 못지않은, 평화생태를 추구하는 'DMZ의 길'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생물다양성 지대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세계 유일의 생태환경보유국가로 국가 브랜드가 바뀔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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