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
정대영 지음
한울. 1만4천원
미필적 고의란 원래 법률 용어로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결과의 발생가능성을 인식(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한 심리상태란다.
예컨대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밤에 자기의 집에 방화할 때에 혹시 옆집까지 불이 번져 이웃이 타죽을지도 모른다고 예견하면서도, 그래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방화하는 경우다.
이 방화범의 미필적 고의가 법정에서 인정된다면 이 사람은 살인죄의 책임을 지게 된다.
오싹한 느낌이다. 저자는 그런 무서운 개념의 미필적 고의와 한국경제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있다고 고발하려는 걸까. 저자 정대영이 보기에 한국 내에서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정치권과 정책당국이다. 이 사람들은 한국이 안고 있는 여러 경제문제에 이미 최선의 해결책이 존재하는데도 그 해결책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경제시스템의 후진성도 나아지지 않는다. 한국은 잘사는데 정작 국민들은 가난하고 불행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의 화두이기도 한 일자리 창출 한 가지만 보자.
역사를 되짚어 보면 어떤 정권이든 일자리창출을 위해서 시행한 정책이 거의 비슷했다.
주택경기 부양책을 써서 거품을 조장하거나, 환경파괴를 무릅쓰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거나, 대기업에 집중되는 경제구조를 뻔히 보면서도 다시 한번 대기업들의 투자와 고용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뻔히 알면서도 권력자들은 똑같은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정책을 시행하면 일자리 창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행하는 권력자들의 행태를 뭐라고 해야 할까. '미필적 고의'라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젊은 백수들이 실업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실업문제의 원인을 투자부진에서 찾는 고정관념을 답답해하면서 "이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른 답을 찾아야 할 때"라고 호소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