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윌 듀란트의 ‘문명 이야기’

지역내일 2011-07-15
인류 문명사 1만년의 비밀을 읽는다
18세기 백과사전에 버금가는 역작 … 균형잡힌 역사 감각 돋보여




미국의 문명사학자 윌 듀란트(1885~1981)의 역작 '문명 이야기'(원제 'The Story of Civilization')의 일부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됐다. '문명 이야기'는 고대 인류 문명의 기원에서 시작해 서양사를 꿰뚫고 나폴레옹 시대까지, 그리고 1930년대의 인도, 중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1만년의 시간을 다루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역사책이다. 이 책의 방대한 분량과 철학을 했던 사람 특유의 사변과 통찰로 듀란트는 동서양을 통섭하면서 다채롭고 풍성하게 역사서술을 이끌어가 '18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백과사전에 버금가는 역작'이라는 평을 듣는다.

듀란트는 서문에서 "나는 오래전부터 선을 긋듯 역사를 나누어 서술하는 통상적인 방식은 인류 삶의 통일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역사는 통시적인 동시에 공시적으로, 분석적인 동시에 종합적으로 서술돼야 마땅하다"고 피력했다.

듀란트는 이 책에서 기존 역사서들이 범하고 있는 서구 중심적 편견을 극복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그는 대부분 그리스, 로마로부터 시작하는 서양의 보통 역사책과 달리 먼저 인간이 어떤 단계를 밟아 야만성을 벗고 문명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탐색에서 출발해 문명의 발상지라고 일컬어지는 근동을 천착하고, 바로 이어서 인도와 중국, 일본의 문명사를 서술함으로써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이 서구만의 산물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듀란트는 "우리의 서양 이야기는 동양에서 시작된다"며 "이는 단지 아시아가 가장 유서 깊은 문명의 장으로 유명해서가 아니다. 바로 그 동양의 문명들이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배경과 토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는 이 같은 성찰을 바탕으로 서구의 퇴조와 중국을 비롯 아시아의 부상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시대를 앞서 예견하는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다. 듀란트는 서문에서 "지금 우리는 유럽의 패권이 급격한 종말을 맞고 아시아가 부활의 삶을 누리고 있어, 동양과 서양 사이의 전반적 갈등이 20세기의 주요 테마가 될 수밖에 없는 듯 보이는 역사적 순간에 와 있다"고 예견했다.

민음사가 3년의 번역 작업 끝에 선보인 '문명 이야기'는 총 11부 가운데 제1부 '동양문명'과 2부 '그리스문명', 5부 '르네상스'이다. 각 부마다 2권씩 총 6권의 책으로 펴냈다. 듀란트는 이 책을 아내와 함께 1926년부터 매일 8시간에서 14시간을 탐방과 집필에 바쳐 1935년 제1권 '동양문명'을 처음 선보이고 50년 후인 1975년 제11권 '나폴레옹의 시대'를 끝으로 시리즈를 완성했다.

1부 '동양문명'에서는 문명의 기원과 성립조건을 논한다. 그는 문명의 요소로서 노동, 가족, 법, 도덕, 종교, 과학, 철학, 문학, 예술, 등을 꼽는데 이 기둥들을 바탕으로 인류의 문명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제2부 '그리스문명'에서는 서양 현대문명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문명의 다양한 모습을 다룬다. 크레타의 광대한 에게 제국에서부터 로마군에 짓밟히면서 그리스의 마지막 남은 한 조각 자유가 사멸할 때까지 전 그리스 역사가 그려진다. "오늘날의 모둔 문명 국가는 모든 지적 활동 분야에서 헬라스의 식민지이다"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그리스 문명의 모든 요소는 서구 문명의 형성에 절대적이다.

제5부 '르레상스'에서는 1340년 페트라르카의 탄생부터 1576년 티찌아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 시대의 매혹적이고 활기 넘치는 이탈리아가 찬란한 절정에 도달했을 때의 초상화가 펼쳐진다.

월 듀란트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노스 애덤스에서 태어났다. 1926년에 출간된 '철학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의 성공 이후 일체의 저술활동을 중단한 채 50여년에 걸쳐 ‘문명이야기’를 써냈다. 제10부 '루소와 혁명'은 1968년도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는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의 찬란하고 거대한 파노라마를 보여 준다"라는 서평을 싣기도 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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