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미디어 재벌 머독의 사죄

지역내일 2011-07-18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자기 소유의 언론을 이용해서 미국과 영국의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루퍼트 머독, 재벌 언론의 상징 머독이 16일 자기 그룹의 신문이 저지른 잘못을 "진지하고 조건 없이" 사죄하는 간지 광고를 영국의 전 일간지에 게재했다. 뉴스 오브 더 월드(NOW)가 납치 피살된 소녀의 음성 메일까지 삭제한 사실을 보도해서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가디안'에도 실렸다. 머독은 이 "사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고 … 앞으로 구체적인 추가 조치와 응분의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디어를 정치적 상업적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머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심으로 반성하고 미디어 세계를 더 이상 오염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르몽드가 7일자 사설 "머독 제국을 뒤흔든 스캔들"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 사건이 세계에 주는 교훈은 한 둘이 아니다.

머독은 18일 경 두번째의 간지 광고를 내고 그의 미디어 그룹 신문이 다시는 새로운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정책과 취재 관행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잘못을 사과하고 새 출발의 의지 표시로 뉴스 코퍼레에이션의 미국 CEO 레스 힌톤과 영국 뉴스 인터내셔널 CEO 레베카 브룩스를 해임했다. 두 사람 모두 그의 심복 중의 심복들이다. 머독의 미디어 제국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머독의 'NOW'는 2006년부터 명사들의 휴대전화를 불법 해킹하고 경찰관도 매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선정적 화제로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목적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정당화된다는 사고의 표출이다.

2년 전 하원의원들의 예산 불법 사용이 타블로이드 신문들에 보도돼 국회의원들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일이 있다. 비밀 정보를 다루는 상당한 고위직에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정보의 수집 방법에 의문이 제기된다. 하원 청문회가 앞으로 밝힐 내용들이다.

정치인들, 머독의 압제에서 해방되다

영국 정치인들은 의회에서도 신문을 함부로 비판하지 못한다고 한다.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중립지 인디펜덴트의 수석 정치 논설위원 스티브 리차즈는 "정치인들이 드디어 머독의 압제에서 자유로워지다"라는 7일자 칼럼에서 "머독 미디어의 몰락 이후 마치 전제정권이 붕괴했을 때처럼 공포 속에 살던 사람들이 감히 입을 열기 시작하고 국회의원들이 머독 신문을 공공연히 비판하기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런 일을 일찍이 본 일 없는 현상이었다고 회상했다.

리차즈는 머독이 90년대 말 선거를 앞두고 블레어 총리를 호주로 초청할 때 동행한 경험을 소개했다. 머독은 총리에게 별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통고했다며 이것은 초청이 아니라 소환과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블레어는 초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선거에 머독 신문의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 캐머론 총리도 마찬가지다. 그도 작년 선거 때 머독 신문의 신세를 졌다. 머독은 작년 10월부터 뉴스 인터내셔널이 이미 39%의 주식을 갖고 있는 BSkyB 위성방송의 나머지 주식을 전부 매입하겠다고 정부에 신청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전 언론이 이에 반대했다. 이미 영국 신문시장의 37%를 점유하고 있는 머독이 방송까지 장악하면 영국의 여론을 완전히 지배하게 돼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된다는 근거에서였다.

그러나 캐머론 총리는 선거 때 진 빚 때문에 7월 중 머독의 BSkyB 인수를 허가하는 쪽으로 거의 기울어져 있었다. 'NOW' 스캔들이 터지고 머독이 스스로 위성방송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머독이 영국의 신문 방송을 완전히 지배하게 될 뻔 했다. 우리는 지금 반대로 상당수 신문들이 방송에 대거 진출할 허가를 받아놓고 있는 상황이다.

트위터의 광고불매 캠페인에 굴복

이번 'NOW' 사건에서 나타난 고무적인 현상 하나는 독자와 시민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NOW' 광고주들에게 머독 신문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비판하면서 광고철회를 요구한 캠페인이 성공, 머독이 신문을 문 닫게 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와 가디안을 비롯해서 전 언론이 이 사실을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이 머독을 굴복시킨 새로운 미디어 현상으로 크게 보도했다. 2년 전 한국의 언론소비지주권운동(언소주)이 벌인 광고불매운동과 성격이 똑같은 캠페인이다.

당시 일부 신문들은 "시장경제 원칙 위반"운운하며 이를 불법행위로 몰아붙여 운동을 좌절시켰다. 머독도 감히 하지 않은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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