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닿는 곳마다 희망이 자란다"
토종 선인장 키우는 익산 '천년초 마을'·임실 '레인보우 다문화뷰티크'
정부 일자리사업이 행정기관 중심으로 취약계층 지원에 일관하던 모습에서 탈피, 지역사회를 근간으로 보다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역이 주도하는 일자리, 보다 시장성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내일신문은 행정안전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해낼 올해의 일자리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전북 임실군 임실읍 봉황로 임실동중학교 목전에 자리잡은 '레인보우 다문화뷰티크'. 30㎡(10평) 남짓한 가게 안에 아시아 각국의 전통의상과 쿠션, 방석, 앞치마 등 생활소품이 진열돼 있다. 가게 안쪽은 옷을 만드는 공간이다.
의상실을 운영했던 한국인 디자이너가 기본작업을 마치면 이주여성 3명이 봉제를 담당하는 식이다. 사람 체형에 맞게 웃본을 뜨는 패턴작업도 곧잘 해 낸다.
네티 탄타오(28)씨는 카라 없는 베트남 전통의상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 도 티 투 엉(29)씨는 베트남에서 2년간 양장점에서 일하면서 '아오자이'를 만든 경험이 있다. 웬만한 전통의상도 주문 후 하루 정도면 가능하다. 레인보우 뷰티크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이순옥(54) 센터장은 "지난해 4월부터 이주여성 직업교육을 하는데 재봉틀을 다룰 줄 알고 손기술이 좋은 친구가 10여명이 넘는 걸 보고 착안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동남아와 중국, 일본 등 8개국 전통의상을 만들어 낸다. 고향에서 익힌 재봉기술을 한국에서도 이어갈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엄마 나라의 전통옷을 입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전북에만 결혼이주여성이 6800여명에 달하지만 이들의 전통의상은 시장에서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빌리는 값도 만만찮다. 대여비가 7~8만원, 구매에는 30만원 이상이다. 레인보우 뷰티크에선 4만원에 원단을 구해 옷을 만들어 12만원 정도에 판매한다. 입소문만으로 이주여성 가족은 물론 초등학교, 보육교사 양성교육원 등이 벌써 고객이 됐다.
월 500여만원 정도 되는 운영비를 감당하기엔 아직 매출이 부족하지만 하반기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 더 많은 이주여성이 참여하는 옷가게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063-644-1837)

◆황토밭서 일군 명품 마을농장 = 우리 땅에도 '토종 선인장'이 있었다. 미국 서부의 선인장이 건맨들의 총싸움 배경에 불과했다면 한반도의 선인장은 뿌리부터 줄기, 꽃, 열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다. 한여름 불볕더위는 물론 겨울 혹한도 이겨낸다. 오래 전부터 '신선(神仙)의 손바닥(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인장을 찧어 화상이나 각종 피부병 등 환부에 붙이면 크게 효과를 봤다. 백년초, 대경, 보검, 천년초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전북 익산시 성당면 갈산리 외수산마을. 23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시골동네에 불과하지만 인터넷 상에선 '천년초 마을'로 통한다. 다년생인 선인장은 해가 바뀌면서 줄기부분이 나무처럼 딱딱해지는 목질화 현상이 나타나지만 천년초만큼은 예외다.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3년 정도 키운 천년초는 사포닌 성분이 많아 태삼(太蔘)으로 불리는 뿌리는 즙이나 분말로, 줄기는 분말이나 생식으로 활용한다. 초여름에 피는 노란꽃은 식용과 경관작물로 제격이고, 루비색을 띠는 열매는 분말이나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식이섬유·비타민C가 풍부해 피로회복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모의 병 치료를 돕기 위해 내려온 김정국(48)씨가 시작해 지금은 12농가가 참여한 영농조합(대표 김영화)이 됐다. 2.5ha의 천년초 재배 농장은 온전히 마을 주민들 손으로만 자란다. 환경에 민감해 농약성분이 닿기만 해도 시들고 죽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안에서 다육식물을 키워 본 사람은 말 안해도 잘 안다"면서 "잡초뽑기, 배수관리, 수확 등 모두 조합원과 동네 주민들의 몫"이라며 무공해 친환경작물임을 역설한다. 2008년부터 액상차와 분말, 즙 등을 생산하기 시작해 지난해 익산시 1호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대기업에서 화장품이나 음료의 원료로 구입해 가기도 한다.
600여명의 인터넷 고객이 천년초마을 단골 손님이다. 수도권과 공장이 많은 울산 등에서 주문이 많은 편이다. 마을기업 첫 해 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7월까지 1억4000만원을 기록해 2억원 매출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정국씨는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10% 정도 수익이 난다"고 말했다. (www.cactusland.co.kr. 063-862-1607)
◆ 전북도, 마을기업 위한 전문컨설팅 지원 = 전북도에는 2010년에 지정한 10개의 마을기업을 포함해 모두 30개의 마을기업이 구성됐다. 대부분이 지역자원을 활용한 공동체사업장으로 출발해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2010년 출발한 완주 로컬푸드 '건강한 밥상'과 진안군 공정여행 '풍덩'은 자립의 단계에 진입해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임에도 지난해 100여개의 일자리와 6억94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전북도 한웅재 일자리창출정책관은 "마을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향상 뿐 아니라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체사업을 통해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사회적 효과도 크다"라고 진단했다. 전북도는 올해부터 전문컨설턴트가 마을기업 사업유형에 맞게 마케팅 등을 조언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글.사진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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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선인장 키우는 익산 '천년초 마을'·임실 '레인보우 다문화뷰티크'
정부 일자리사업이 행정기관 중심으로 취약계층 지원에 일관하던 모습에서 탈피, 지역사회를 근간으로 보다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역이 주도하는 일자리, 보다 시장성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내일신문은 행정안전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해낼 올해의 일자리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전북 임실군 임실읍 봉황로 임실동중학교 목전에 자리잡은 '레인보우 다문화뷰티크'. 30㎡(10평) 남짓한 가게 안에 아시아 각국의 전통의상과 쿠션, 방석, 앞치마 등 생활소품이 진열돼 있다. 가게 안쪽은 옷을 만드는 공간이다.
의상실을 운영했던 한국인 디자이너가 기본작업을 마치면 이주여성 3명이 봉제를 담당하는 식이다. 사람 체형에 맞게 웃본을 뜨는 패턴작업도 곧잘 해 낸다.
네티 탄타오(28)씨는 카라 없는 베트남 전통의상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 도 티 투 엉(29)씨는 베트남에서 2년간 양장점에서 일하면서 '아오자이'를 만든 경험이 있다. 웬만한 전통의상도 주문 후 하루 정도면 가능하다. 레인보우 뷰티크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이순옥(54) 센터장은 "지난해 4월부터 이주여성 직업교육을 하는데 재봉틀을 다룰 줄 알고 손기술이 좋은 친구가 10여명이 넘는 걸 보고 착안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동남아와 중국, 일본 등 8개국 전통의상을 만들어 낸다. 고향에서 익힌 재봉기술을 한국에서도 이어갈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엄마 나라의 전통옷을 입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전북에만 결혼이주여성이 6800여명에 달하지만 이들의 전통의상은 시장에서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빌리는 값도 만만찮다. 대여비가 7~8만원, 구매에는 30만원 이상이다. 레인보우 뷰티크에선 4만원에 원단을 구해 옷을 만들어 12만원 정도에 판매한다. 입소문만으로 이주여성 가족은 물론 초등학교, 보육교사 양성교육원 등이 벌써 고객이 됐다.
월 500여만원 정도 되는 운영비를 감당하기엔 아직 매출이 부족하지만 하반기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 더 많은 이주여성이 참여하는 옷가게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063-644-1837)

◆황토밭서 일군 명품 마을농장 = 우리 땅에도 '토종 선인장'이 있었다. 미국 서부의 선인장이 건맨들의 총싸움 배경에 불과했다면 한반도의 선인장은 뿌리부터 줄기, 꽃, 열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다. 한여름 불볕더위는 물론 겨울 혹한도 이겨낸다. 오래 전부터 '신선(神仙)의 손바닥(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인장을 찧어 화상이나 각종 피부병 등 환부에 붙이면 크게 효과를 봤다. 백년초, 대경, 보검, 천년초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전북 익산시 성당면 갈산리 외수산마을. 23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시골동네에 불과하지만 인터넷 상에선 '천년초 마을'로 통한다. 다년생인 선인장은 해가 바뀌면서 줄기부분이 나무처럼 딱딱해지는 목질화 현상이 나타나지만 천년초만큼은 예외다.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3년 정도 키운 천년초는 사포닌 성분이 많아 태삼(太蔘)으로 불리는 뿌리는 즙이나 분말로, 줄기는 분말이나 생식으로 활용한다. 초여름에 피는 노란꽃은 식용과 경관작물로 제격이고, 루비색을 띠는 열매는 분말이나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식이섬유·비타민C가 풍부해 피로회복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모의 병 치료를 돕기 위해 내려온 김정국(48)씨가 시작해 지금은 12농가가 참여한 영농조합(대표 김영화)이 됐다. 2.5ha의 천년초 재배 농장은 온전히 마을 주민들 손으로만 자란다. 환경에 민감해 농약성분이 닿기만 해도 시들고 죽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안에서 다육식물을 키워 본 사람은 말 안해도 잘 안다"면서 "잡초뽑기, 배수관리, 수확 등 모두 조합원과 동네 주민들의 몫"이라며 무공해 친환경작물임을 역설한다. 2008년부터 액상차와 분말, 즙 등을 생산하기 시작해 지난해 익산시 1호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대기업에서 화장품이나 음료의 원료로 구입해 가기도 한다.
600여명의 인터넷 고객이 천년초마을 단골 손님이다. 수도권과 공장이 많은 울산 등에서 주문이 많은 편이다. 마을기업 첫 해 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7월까지 1억4000만원을 기록해 2억원 매출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정국씨는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10% 정도 수익이 난다"고 말했다. (www.cactusland.co.kr. 063-862-1607)
◆ 전북도, 마을기업 위한 전문컨설팅 지원 = 전북도에는 2010년에 지정한 10개의 마을기업을 포함해 모두 30개의 마을기업이 구성됐다. 대부분이 지역자원을 활용한 공동체사업장으로 출발해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2010년 출발한 완주 로컬푸드 '건강한 밥상'과 진안군 공정여행 '풍덩'은 자립의 단계에 진입해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임에도 지난해 100여개의 일자리와 6억94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전북도 한웅재 일자리창출정책관은 "마을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향상 뿐 아니라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체사업을 통해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사회적 효과도 크다"라고 진단했다. 전북도는 올해부터 전문컨설턴트가 마을기업 사업유형에 맞게 마케팅 등을 조언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글.사진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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