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이전 법안 12개 … "설치기준 밝혀라" 법원 압박
내년 총선 앞두고 유치전 치열 … 법원 "신중 검토 중"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법원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을 홍보하기에 '법원 유치'는 더 없이 좋은 '성과'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법원을 향한 의원들의 압박 강도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26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12개다. 2008년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18대 국회의원들은 곧바로 법원 신설 법안을 발의했다. 2008년 6월 12일 현기환 의원 등이 부산지법 서부지원 설치 법안을 발의했으며 같은 달 30일 양승조 의원 등이 천안지법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17대 국회에서도 발의돼 통과를 못한 법안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어서 국회의원들이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사건 늘고, 지역주민 많다" = 법원 설치 요구는 대부분 해당 지역의 사건이 크게 늘었거나 지역주민이 많다는 게 주요 이유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설치를 요구하는 의원들은 "부산광역시가 인구 361만명이 넘는 대도시로 법률수요에 있어 다른 광역시에 비해 많은데도 지방법원 본원과 동부지원 2개의 법원만 설치돼 있다"며 "서부지역 약 120만명의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충청남도 천안시에는 천안지원이 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은 충남지역에 지방법원이 없다며 천안지원의 지방법원 승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또한 "2001년 이후 5년 동안 천안시와 아산시의 관내인구가 15%나 증가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을 목포지방법원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요구는 보다 노골적이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2009년 목포지원을 지방법원으로 승격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장흥지원과 해남지원을 목포지방법원 산하에 두자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박 의원은 지난 5월 목포지원과 지청 신청사 준공식에서 "목포지방법원과 목포지방검찰청 승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해 있었다. 이 밖에도 경기도 수원에 고등법원을 설치하자는 법안, 남양주지원·김해지원·포천지원·광주 서부지원 신설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김성수 의원 등 의원 46명은 의정부지방법원을 의정부시에서 양주시로 이전해 달라는 법안을 제출했다.
◆"법사위에서 가장 골치 아픈 사안" = 국회의원들의 법원 설치 요구에 대해 대법원이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자 다급해진 의원들은 급기야 대법원에 "설치 기준을 밝혀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의원들의 제안은 이해를 하지만 법원 신설은 단순히 한 두가지 요인만으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어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행정구역 중심으로 소송 관할을 정하는 것 역시 다시 검토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원들의 압박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18대 국회가 끝나가면서 법원 설치 문제가 국회 법사위에서 가장 골치 아픈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7대 국회에서도 법원 신설과 관할조정에 관한 법률안이 12건 발의됐고 이중 6건이 처리됐다. 대전지법 가정지원과 대구지법 서부지원이 2007년 개원했으며 수원지법 안양지원이 2009년, 창원지법 마산지원이 올해 3월 문을 열었다.
또한 지난 2009년 12월 같은 지법 소재지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를 복수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법원은 부산고법 창원지부와 서울고법 춘천지부를 설치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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