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화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지역내일 2011-07-26
박홍섭 서울 마포구청장

민선3기에 이어 민선5기 마포구청장을 맡고 있다. 3기(2002~2006)시절에 비해 눈에 띠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행정민원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재개발, 재건축 민원 뿐만 아니라 마을버스 노선을 추가해달라, 아파트 단지에 녹지를 조성해달라 등등 일상과 밀착된 생활민원도 많아졌다.

행정민원이 복잡, 다양해지고 지역주민 간의 대립과 갈등이 거세지면서 지자체의 갈등조정능력은 그 조직의 리더십과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집단민원을 대하는 공무원의 자세는 오래 전부터 행정에 도입된 기업의 서비스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 법의 잣대를 원칙으로 삼되, 주민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과거 고객 또는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혜택을 많이 주는 것에만 치중했다면 이제는 고객또는 주민을 수평적 입장에서 대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 신뢰와 믿음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옛말에 '내가 남에게 베푼 것은 모래 위에 쓰고 내가 남에게 입은 은덕은 뼈 속에 새기라'는 말이 있듯이 어려울 적에 도움을 준 사람은 잊혀지지 않는 법이고 늘 갚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공무원들도 주민과 대화하고 공감하는 역량을 갖춰야만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주민을 참여자이자 협조자로 받아들여야

이런 이유로 마포구 공무원들은 과거의 일방적,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인간적, 수평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의 창의·인성 교육을 받고 있다.

나아가 공무원은 법의 테두리 바깥의 소외된 의견이나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합법적인 일이라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반대 주민들의 집단 농성과 소송사태를 불러와 일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법을 집행하되,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합법성과 조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자면 공무원들은 과거처럼 지시하고 집행하는 대신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서 지역주민을 행정의 참여자이자 협조자로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팽팽히 맞선 대립관계의 당사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와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문을 포함한 양측의 절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소통의 과정이 사업 속도를 늦어지게 해 집단민원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일부 주민들은 사업진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구청으로 찾아와 장기간 집단항의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가 오랜 기간 침체되다보니, 여러 곳에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더욱 집단민원이 빈발하는 편이다. 이럴 때 일부 주민들의 조급증과 이기주의적 행태는 행정적 낭비와 주민들 간의 위화감 조성의 원인이 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주민에게 돌아간다.

한 사람의 생각보다는 두 사람의 생각이 옳고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되, 길게 가려면 여럿이 가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보다 다양한 의견을 절충해 사업을 추진할 때 효율성과 만족도는 높아진다.

공감 이끌어내는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

우리는 법 규정만을 내세워 일을 추진하다가 문제가 터져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했던 사례를 무수히 경험한 바 있다.

지역주민들은 집단민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행정청에서 일방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며 여유를 갖고, 이웃과 함께 공존한다는 생각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대화에는 큰 돈이 들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양측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이다. 또 이는 진정한 지역사회 발전과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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