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 강경외교에 자극받아 협력에서 견제로 선회
2009년 코펜하겐회의에서 중국 '오만한 외교' 로 뒤틀려
신대립구도 만들어져 … 미국 일변도 외교 경계 목소리
남중국해 분쟁 등 중국의 강성외교와 미국의 견제 배경에 '핵심이익(core interest)'에 대한 견해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아시아 지역전문가인 이선진 한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전 인도네시아 대사)는 "중국의 강성외교 배경에는 2009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합의한 핵심이익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2009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방중 당시 공동성명에서 핵심이익(core interest)을 상호 존중해주기로 합의했고 남중국해 문제가 중국의 핵심이익에 해당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2009년 중국 핵심이익 존중키로 합의 = 이와 관련 싱가포르 동아시아연구소(EAI) 관계자는 "2009년 11월 공동성명은 대만조항과 핵심이익조항 두 개로 돼 있으며, 핵심이익 조항을 매우 강하게 표현했다"고 최근 밝혔다. EAI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양측이 공동성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토론을 했고 핵심이익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중국은 초기에 성명문안을 의도적으로 모호한 상태로 놔두었지만 미국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기로 동의하면서 중국이 분명히 밝히도록(define) 합의했다. 중국이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해 공동선언문에 매우 강한 표현(respecting each other's core interests is extremely important)을 포함시킨 것은 외교적 승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개막한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펜하겐 도착 직후 원자바오 총리와 단독 회담을 갖고 중국이 온실가스 자율 감축 목표에 대한 국제적 검증 절차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 총리는 화를 내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다. 원 총리는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소수그룹의 정상회의조차 허야페이 외교부 부부장이나 위칭타이 기후변화협상 특별대표를 내보내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을 거부했다. 허 부부장은 항의 표시로 모든 주요 사안에 대해 부결(No)만을 계속해 참석자들로부터 "외교적 의전을 무시했다", "오만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화가 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측 참석자를 향해 "나는 총리와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협상 시간을 6시간 밖에 남기지 않은 저녁에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원 총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고, 원 총리가 개도국의 대표 격인 브라질과 인도 남아공 정상들과 만나고 있는 회의실에 찾아가 "나와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소리치며 회의장으로 밀고 들어갔다. 결국 이 자리에서 극적으로 '코펜하겐 협정'의 초안이 만들어졌다.
◆2010년 중국 오만에 등 돌린 오바마 = 싱가포르 동아시아연구소(EAI) 관계자는 "이 사건 이후 중국에서 원 총리의 인기는 치솟았지만,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을 G2(주요 2개국) 반열에 올려놓고 역할을 분담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가 무색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중국 군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남중국해 영토 분쟁, 센카쿠 영토분쟁 등 중국은 힘의 외교를 계속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아시아에 대한 개입정책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아시아 순방에서 G20, APEC(아시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 일본 외에 중국의 역내 라이벌인 인도를 방문해 거액의 무기거래계약을 체결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0월 26일 1면 머리기사로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이 주요 이슈들에서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중국 대응을 위한 동맹을 구축하며 강경한 접근법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내용을 올린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2009년까지 미국의 대 중국 태도와 2010년 이후 미국의 태도에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11월 도쿄 연설과 11월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 등에는 중국을 글로벌 파트너(global partner)로 인정하면서 세계 정치, 경제, 안보 및 글로벌 이슈를 두고 양국 공동협력에 대한 미국의 기대감이 매우 높게 표현돼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이익'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2010년 10월 28일 클린턴 국무장관이 하와이 연설 △2011년 1월 클린턴 국무장관 워싱턴 연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 등에는 중국을 글로벌 파트너, 즉 G2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상호 협력대상이라기 보다 견제대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클린턴 장관은 중국 하이난도를 방문, 중국 외교를 책임지는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중국의 핵심이익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지만 클린턴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중국 자제, 갈등 봉합 국면 =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월 대만에 대규모 무기 판매를 결정했고, 3월 베트남과 원자력 협정을 맺었으며 7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의 국가이익에 해당된다고 선언했다.
한미 해군이 서해상에서 합동훈련 수차례 실시했고 8월에는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합동해군 훈련을 진행했다. 아울러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핵심이익' 주장을 계속 거부하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핵심이익' 조항을 배제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평화발전(和平發展) 노선을 견지하자'는 글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지난 2009년 코펜하겐 사건의 앙금은 2011년 들어 중국의 자제로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미중이 2009년 공동성명에서 천명한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비전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며, 협력보다 경쟁과 견제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더욱 깊이 자리 잡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최근 아시아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과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이선진 교수는 한국 외교가 다음과 같은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동남아나 동북아 안보를 구분하는 안보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중 양국은 경쟁과 견제구조 하에서 동남아나 동북아 구분 없이 안보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와 동남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긴장이 고조된 사례는 동남아와 동북아는 같은 안보벨트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외교, 다자지역기구 적절히 활용해야 = 둘째는 다양한 외교수단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안보문제를 한미동맹에 의존할 경우 남북한 문제가 미중 대립으로 이어져 증폭되거나 한중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아세안과 같은 다양한 다자지역협력기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아세안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국제여론 속에서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올해 아세안 연례회의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몰두하고 있을 때 한국이 각종 다자기구(ASEAN+3, EAS, ARF)에서 많은 양보를 얻어낸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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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코펜하겐회의에서 중국 '오만한 외교' 로 뒤틀려
신대립구도 만들어져 … 미국 일변도 외교 경계 목소리
남중국해 분쟁 등 중국의 강성외교와 미국의 견제 배경에 '핵심이익(core interest)'에 대한 견해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아시아 지역전문가인 이선진 한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전 인도네시아 대사)는 "중국의 강성외교 배경에는 2009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합의한 핵심이익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2009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방중 당시 공동성명에서 핵심이익(core interest)을 상호 존중해주기로 합의했고 남중국해 문제가 중국의 핵심이익에 해당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2009년 중국 핵심이익 존중키로 합의 = 이와 관련 싱가포르 동아시아연구소(EAI) 관계자는 "2009년 11월 공동성명은 대만조항과 핵심이익조항 두 개로 돼 있으며, 핵심이익 조항을 매우 강하게 표현했다"고 최근 밝혔다. EAI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양측이 공동성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토론을 했고 핵심이익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중국은 초기에 성명문안을 의도적으로 모호한 상태로 놔두었지만 미국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기로 동의하면서 중국이 분명히 밝히도록(define) 합의했다. 중국이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해 공동선언문에 매우 강한 표현(respecting each other's core interests is extremely important)을 포함시킨 것은 외교적 승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개막한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펜하겐 도착 직후 원자바오 총리와 단독 회담을 갖고 중국이 온실가스 자율 감축 목표에 대한 국제적 검증 절차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 총리는 화를 내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다. 원 총리는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소수그룹의 정상회의조차 허야페이 외교부 부부장이나 위칭타이 기후변화협상 특별대표를 내보내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을 거부했다. 허 부부장은 항의 표시로 모든 주요 사안에 대해 부결(No)만을 계속해 참석자들로부터 "외교적 의전을 무시했다", "오만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화가 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측 참석자를 향해 "나는 총리와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협상 시간을 6시간 밖에 남기지 않은 저녁에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원 총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고, 원 총리가 개도국의 대표 격인 브라질과 인도 남아공 정상들과 만나고 있는 회의실에 찾아가 "나와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소리치며 회의장으로 밀고 들어갔다. 결국 이 자리에서 극적으로 '코펜하겐 협정'의 초안이 만들어졌다.
◆2010년 중국 오만에 등 돌린 오바마 = 싱가포르 동아시아연구소(EAI) 관계자는 "이 사건 이후 중국에서 원 총리의 인기는 치솟았지만,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을 G2(주요 2개국) 반열에 올려놓고 역할을 분담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가 무색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중국 군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남중국해 영토 분쟁, 센카쿠 영토분쟁 등 중국은 힘의 외교를 계속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아시아에 대한 개입정책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아시아 순방에서 G20, APEC(아시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 일본 외에 중국의 역내 라이벌인 인도를 방문해 거액의 무기거래계약을 체결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0월 26일 1면 머리기사로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이 주요 이슈들에서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중국 대응을 위한 동맹을 구축하며 강경한 접근법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내용을 올린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2009년까지 미국의 대 중국 태도와 2010년 이후 미국의 태도에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11월 도쿄 연설과 11월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 등에는 중국을 글로벌 파트너(global partner)로 인정하면서 세계 정치, 경제, 안보 및 글로벌 이슈를 두고 양국 공동협력에 대한 미국의 기대감이 매우 높게 표현돼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이익'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2010년 10월 28일 클린턴 국무장관이 하와이 연설 △2011년 1월 클린턴 국무장관 워싱턴 연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 등에는 중국을 글로벌 파트너, 즉 G2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상호 협력대상이라기 보다 견제대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클린턴 장관은 중국 하이난도를 방문, 중국 외교를 책임지는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중국의 핵심이익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지만 클린턴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중국 자제, 갈등 봉합 국면 =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월 대만에 대규모 무기 판매를 결정했고, 3월 베트남과 원자력 협정을 맺었으며 7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의 국가이익에 해당된다고 선언했다.
한미 해군이 서해상에서 합동훈련 수차례 실시했고 8월에는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합동해군 훈련을 진행했다. 아울러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핵심이익' 주장을 계속 거부하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핵심이익' 조항을 배제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평화발전(和平發展) 노선을 견지하자'는 글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지난 2009년 코펜하겐 사건의 앙금은 2011년 들어 중국의 자제로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미중이 2009년 공동성명에서 천명한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비전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며, 협력보다 경쟁과 견제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더욱 깊이 자리 잡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최근 아시아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과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이선진 교수는 한국 외교가 다음과 같은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동남아나 동북아 안보를 구분하는 안보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중 양국은 경쟁과 견제구조 하에서 동남아나 동북아 구분 없이 안보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와 동남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긴장이 고조된 사례는 동남아와 동북아는 같은 안보벨트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외교, 다자지역기구 적절히 활용해야 = 둘째는 다양한 외교수단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안보문제를 한미동맹에 의존할 경우 남북한 문제가 미중 대립으로 이어져 증폭되거나 한중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아세안과 같은 다양한 다자지역협력기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아세안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국제여론 속에서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올해 아세안 연례회의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몰두하고 있을 때 한국이 각종 다자기구(ASEAN+3, EAS, ARF)에서 많은 양보를 얻어낸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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