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안일'… 매맞는 것 봐도 신고안해
교사·의사 등 신고의무자조차 외면 … 가해자 교정 어려워 재학대 위험
#지난 2월 서울 광진구에서 한 아버지가 세살짜리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쓰레기 더미에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아버지는 집을 나갔던 아내가 임신한 몸으로 돌아오자 이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아이를 괴롭혔다. 이 가족이 살던 반지하 쪽방에서는 매일같이 아이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손 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국 아이는 온 몸에 멍이 든 채 생을 마감했고 숨진 지 한달이 지나서야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법원은 이 아버지에게 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관악구에서 3살짜리 아이가 온 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2007년 영국 헤링게이에서도 영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다. 계부의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손톱을 뽑히고 척추가 부러지는 고통을 당하다 결국 숨진 한살배기 Baby P 사건. 이 사건이 터지자 아동부 장관이 나서서 사건을 재조사하도록 지시하고 아동보호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했다. 법원은 아이를 숨지게 한 계부에게 징역 12년, 생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Baby P의 몸에서 멍자국을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의사는 자격정지됐고 아기가 숨지기 한달 전 사회복지사의 신고로 열린 아동학대특별위원회 회의에서 Baby P가 부모와 함께 살도록 판단을 내린 위원회 관계자들은 모두 해임됐다.
두 사건은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두 국가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선진국의 경우 아동학대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들은 "이웃집에서 아이가 울거나 맞는 소리가 들린다 하더라도 이를 아동학대로 잘 인식하지 못한다"며 "남의 가정사에 끼어든다는 생각도 아동학대를 방치하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적 원인, 가족구조의 변화도 원인 = 아이가 제때 식사를 못한다거나 아픈데도 병원에 못 간다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교육을 못 받는 것도 모두 아동학대에 속한다. 하지만 아동학대 개념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이들이 학대 받는 상황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중앙아동보호기관 김병익 사업지원팀장은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러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넘어가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부모들이 자식들을 돌볼 형편이 안돼 시골에 계신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맡기는 것도 아동학대의 사례에 포함될 수 있다.
또 최근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이혼 가정에서 학대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부부의 다툼으로 정서적인 학대를 받는 경우도 있고 이혼 한 부모 가정에 한쪽 부모가 생계를 책임지다 보면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알콜중독이나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부모 아래 있는 자녀들도 학대 상황에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신고의무자 신고율 낮아 =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신고가 제대로 되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잘 되고 있지 않다.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쉬운 신고의무자들의 신고율도 그다지 높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의사, 교사, 시설종사자,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이 신고의무자로 지정돼 있지만 지난 10년 평균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은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미국의 경우는 58.4%에 달한다.
지난 7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돼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을 받도록 바뀌었으나 실제로는 신고의무자 당사자들이 자신이 신고의무자로 포함되는지 인식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김 팀장은 "의과대학 수료 과정에 아동학대 관련 과목이 있어야 하고, 학교 선생님도 교대에서 그런 과정을 배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법만 만들 게 아니라 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같이 가줘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학대행위자에 대한 법적 처분 약해 = 학대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약하고 보호처분이 함께 내려지지 않는 점도 아동학대를 방치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발생 5677건 중 고소고발조치건수는 290건이고 법원판결까지 간 것은 28%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정신적 치료, 상담을 받도록 하는 보호처분이 아동학대 쪽으로는 안 돼 있다"며 "학대행위자의 83%가 부모인데 행위자가 바뀌지 않으면 학대 행위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호처분 명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교사·의사 등 신고의무자조차 외면 … 가해자 교정 어려워 재학대 위험
#지난 2월 서울 광진구에서 한 아버지가 세살짜리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쓰레기 더미에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아버지는 집을 나갔던 아내가 임신한 몸으로 돌아오자 이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아이를 괴롭혔다. 이 가족이 살던 반지하 쪽방에서는 매일같이 아이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손 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국 아이는 온 몸에 멍이 든 채 생을 마감했고 숨진 지 한달이 지나서야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법원은 이 아버지에게 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관악구에서 3살짜리 아이가 온 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2007년 영국 헤링게이에서도 영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다. 계부의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손톱을 뽑히고 척추가 부러지는 고통을 당하다 결국 숨진 한살배기 Baby P 사건. 이 사건이 터지자 아동부 장관이 나서서 사건을 재조사하도록 지시하고 아동보호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했다. 법원은 아이를 숨지게 한 계부에게 징역 12년, 생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Baby P의 몸에서 멍자국을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의사는 자격정지됐고 아기가 숨지기 한달 전 사회복지사의 신고로 열린 아동학대특별위원회 회의에서 Baby P가 부모와 함께 살도록 판단을 내린 위원회 관계자들은 모두 해임됐다.
두 사건은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두 국가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선진국의 경우 아동학대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들은 "이웃집에서 아이가 울거나 맞는 소리가 들린다 하더라도 이를 아동학대로 잘 인식하지 못한다"며 "남의 가정사에 끼어든다는 생각도 아동학대를 방치하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적 원인, 가족구조의 변화도 원인 = 아이가 제때 식사를 못한다거나 아픈데도 병원에 못 간다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교육을 못 받는 것도 모두 아동학대에 속한다. 하지만 아동학대 개념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이들이 학대 받는 상황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중앙아동보호기관 김병익 사업지원팀장은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러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넘어가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부모들이 자식들을 돌볼 형편이 안돼 시골에 계신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맡기는 것도 아동학대의 사례에 포함될 수 있다.
또 최근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이혼 가정에서 학대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부부의 다툼으로 정서적인 학대를 받는 경우도 있고 이혼 한 부모 가정에 한쪽 부모가 생계를 책임지다 보면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알콜중독이나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부모 아래 있는 자녀들도 학대 상황에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신고의무자 신고율 낮아 =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신고가 제대로 되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잘 되고 있지 않다.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쉬운 신고의무자들의 신고율도 그다지 높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의사, 교사, 시설종사자,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이 신고의무자로 지정돼 있지만 지난 10년 평균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은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미국의 경우는 58.4%에 달한다.
지난 7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돼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을 받도록 바뀌었으나 실제로는 신고의무자 당사자들이 자신이 신고의무자로 포함되는지 인식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김 팀장은 "의과대학 수료 과정에 아동학대 관련 과목이 있어야 하고, 학교 선생님도 교대에서 그런 과정을 배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법만 만들 게 아니라 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같이 가줘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학대행위자에 대한 법적 처분 약해 = 학대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약하고 보호처분이 함께 내려지지 않는 점도 아동학대를 방치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발생 5677건 중 고소고발조치건수는 290건이고 법원판결까지 간 것은 28%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정신적 치료, 상담을 받도록 하는 보호처분이 아동학대 쪽으로는 안 돼 있다"며 "학대행위자의 83%가 부모인데 행위자가 바뀌지 않으면 학대 행위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호처분 명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