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힘으로 만든 7.9㎞ 폐선부지 녹지축 … 1인당 생활권 도시림 '전국 2위'
휴식공간 제공, 열섬현상 완화, 각종 공해 저감 등 도시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다른 어떤 자연 요소들보다 크고 다양하다. 아름다운 경관은 도시의 가치도 높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숲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자체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은 산림청과 공동으로 도시숲의 기능을 조명하고, 주요 도시들의 도시숲 조성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본다.
푸른길공원은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의 이름에 걸맞은 형태와 조성과정을 품고 있는 숲이다. 광주역~동성중 간 7.9㎞(11.3㏊)에 달하는 이 숲은 광주 도심을 통과하던 경전선 철도가 2000년 폐선된 후 2002년부터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조성했다. 현재 남광주역사 구간(0.32㎞)을 제외하고 7.58㎞의 숲이 조성됐다. 올해 안에 나머지 구간도 모두 푸른 숲으로 바뀐다.
푸른길공원은 폐선 철로를 활용해 조성한 탓에 선형을 띠고 있다. 면 중심의 기존 도시숲의 틀을 깬 것이다. 이 때문에 숲이 그대로 '걷는 길'이 됐다.
조성 과정도 독특하다. 폐선 부지의 도시숲 조성 요구는 이미 1997년부터 있어왔다. 당시 광주시는 철로 이전비용 110억원을 부담하며 인수한 이 폐선부지 일부를 매각해 투자비용을 회수해야겠다는 유혹에 시달렸다. 지하철 1호선이 추진 중이었기 때문에 예산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도심교통난 해소를 위해 도로를 조성하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도시철도 2호선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폐선부지를 활용해 만든 광주 푸른길공원. 지자체와 시민단체, 기업 등이 손잡고 만든 이 도시숲은 도심을 관통하는 녹지축으로, 또 산책로와 보행로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신일 기자
하지만 광주시는 2000년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과감한 결정을 했다. 이 공간을 녹지로 조성하기로 한 것. 또한 계획에서 설계, 조성 등 전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2002년 '푸른길 가꾸기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이후 대대적인 헌수 운동을 벌이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일부구간은 지역 기업인 남광건설이 참여해 직접 숲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70년간 도시 단절의 주범이던 철로가 빼곡한 숲으로 변했고, 그 사이로 난 길은 '소통의 길'로 변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임낙평 의장은 "푸른길공원은 하루 3000~4000명이 이용할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산책로이고,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로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푸른길공원은 2006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더 좋은 장소 만들기' 최우수상(총리상)과 2007년 '좋은 건설 발주자상'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06년 세계 706개 도시가 참여한 두바이국제환경상 대회(UN해비타트, 두바이시 공동주최)에서 48개 본선진출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푸른길공원은) 미국 버지니아 크리퍼트레일 공원, 프랑스 보로드 자전거길, 독일 베를린 쥐게랜드 공원 등 세계 유수의 공원들과 견줄 만한 광주의 상징이 됐다"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는 광주의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상징 '미관광장 생태숲' = 푸른길공원과 함께 광주시에서 눈에 띄는 도시숲은 시청앞 미관광장. 평화의광장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은 과거에는 지하주차장을 덮고 있던 삭막한 콘크리트 광장이었다. 하지만 광주시는 2007년부터 이곳에 소나무와 후박나무 등 울창한 생태숲을 조성했다.
특히 이곳은 광장 양쪽 도로의 차선을 하나씩 줄여 광장 면적을 넓히는 등 광주시의 도시숲 조성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업비도 당초 57억원이던 것을 사업 진행 과정에서 89억원으로 증액 편성해 명품숲 조성에 나섰다. 현재 이 공간은 생태숲 외에도 주변 건물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이용한 벽천 등 수경시설을 설치했다. 무등산 입석대를 형상화한 폭포, 야간경관조명 등과 어우러져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광주시는 도심에 크고 작은 도시숲을 조성하는 등 도시 전체를 숲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이 11.36㎡로 국내 7개 특·광역시 가운데 부산 다음으로 넓다.(2010년말 기준, 산림청)
또한 도심 가까이 있는 무등산과 주변 산들이 환상형으로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 도심의 숲과 함께 시민들을 위한 최고의 녹색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중앙공원을 도심의 허파로 = 광주시의 숙원 과제는 중앙근린공원을 제대로 된 도시숲으로 조성하는 일이다. 광주시의 정 중앙에 위치한 노른자 땅으로, 숲으로 조성될 경우 광주시의 허파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다. 면적도 294만여㎡에 이른다. 하지만 문제는 조성비용. 특히 70%에 달하는 사유지 매입비용이 문제다. 토지 매입비용만 5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광주시 공원녹지과 김동수 녹지기획담당은 "중앙공원은 광주가 품고 있는 보물 같은 공간이지만 도시숲 조성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산림청이 추진 중인 국가숲 조성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도 "중앙공원이 도시숲으로 조성될 경우 시민들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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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공간 제공, 열섬현상 완화, 각종 공해 저감 등 도시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다른 어떤 자연 요소들보다 크고 다양하다. 아름다운 경관은 도시의 가치도 높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숲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자체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은 산림청과 공동으로 도시숲의 기능을 조명하고, 주요 도시들의 도시숲 조성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본다.
푸른길공원은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의 이름에 걸맞은 형태와 조성과정을 품고 있는 숲이다. 광주역~동성중 간 7.9㎞(11.3㏊)에 달하는 이 숲은 광주 도심을 통과하던 경전선 철도가 2000년 폐선된 후 2002년부터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조성했다. 현재 남광주역사 구간(0.32㎞)을 제외하고 7.58㎞의 숲이 조성됐다. 올해 안에 나머지 구간도 모두 푸른 숲으로 바뀐다.
푸른길공원은 폐선 철로를 활용해 조성한 탓에 선형을 띠고 있다. 면 중심의 기존 도시숲의 틀을 깬 것이다. 이 때문에 숲이 그대로 '걷는 길'이 됐다.
조성 과정도 독특하다. 폐선 부지의 도시숲 조성 요구는 이미 1997년부터 있어왔다. 당시 광주시는 철로 이전비용 110억원을 부담하며 인수한 이 폐선부지 일부를 매각해 투자비용을 회수해야겠다는 유혹에 시달렸다. 지하철 1호선이 추진 중이었기 때문에 예산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도심교통난 해소를 위해 도로를 조성하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도시철도 2호선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폐선부지를 활용해 만든 광주 푸른길공원. 지자체와 시민단체, 기업 등이 손잡고 만든 이 도시숲은 도심을 관통하는 녹지축으로, 또 산책로와 보행로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신일 기자
하지만 광주시는 2000년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과감한 결정을 했다. 이 공간을 녹지로 조성하기로 한 것. 또한 계획에서 설계, 조성 등 전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2002년 '푸른길 가꾸기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이후 대대적인 헌수 운동을 벌이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일부구간은 지역 기업인 남광건설이 참여해 직접 숲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70년간 도시 단절의 주범이던 철로가 빼곡한 숲으로 변했고, 그 사이로 난 길은 '소통의 길'로 변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임낙평 의장은 "푸른길공원은 하루 3000~4000명이 이용할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산책로이고,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로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푸른길공원은 2006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더 좋은 장소 만들기' 최우수상(총리상)과 2007년 '좋은 건설 발주자상'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06년 세계 706개 도시가 참여한 두바이국제환경상 대회(UN해비타트, 두바이시 공동주최)에서 48개 본선진출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푸른길공원은) 미국 버지니아 크리퍼트레일 공원, 프랑스 보로드 자전거길, 독일 베를린 쥐게랜드 공원 등 세계 유수의 공원들과 견줄 만한 광주의 상징이 됐다"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는 광주의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상징 '미관광장 생태숲' = 푸른길공원과 함께 광주시에서 눈에 띄는 도시숲은 시청앞 미관광장. 평화의광장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은 과거에는 지하주차장을 덮고 있던 삭막한 콘크리트 광장이었다. 하지만 광주시는 2007년부터 이곳에 소나무와 후박나무 등 울창한 생태숲을 조성했다.
특히 이곳은 광장 양쪽 도로의 차선을 하나씩 줄여 광장 면적을 넓히는 등 광주시의 도시숲 조성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업비도 당초 57억원이던 것을 사업 진행 과정에서 89억원으로 증액 편성해 명품숲 조성에 나섰다. 현재 이 공간은 생태숲 외에도 주변 건물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이용한 벽천 등 수경시설을 설치했다. 무등산 입석대를 형상화한 폭포, 야간경관조명 등과 어우러져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광주시는 도심에 크고 작은 도시숲을 조성하는 등 도시 전체를 숲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이 11.36㎡로 국내 7개 특·광역시 가운데 부산 다음으로 넓다.(2010년말 기준, 산림청)
또한 도심 가까이 있는 무등산과 주변 산들이 환상형으로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 도심의 숲과 함께 시민들을 위한 최고의 녹색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중앙공원을 도심의 허파로 = 광주시의 숙원 과제는 중앙근린공원을 제대로 된 도시숲으로 조성하는 일이다. 광주시의 정 중앙에 위치한 노른자 땅으로, 숲으로 조성될 경우 광주시의 허파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다. 면적도 294만여㎡에 이른다. 하지만 문제는 조성비용. 특히 70%에 달하는 사유지 매입비용이 문제다. 토지 매입비용만 5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광주시 공원녹지과 김동수 녹지기획담당은 "중앙공원은 광주가 품고 있는 보물 같은 공간이지만 도시숲 조성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산림청이 추진 중인 국가숲 조성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도 "중앙공원이 도시숲으로 조성될 경우 시민들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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