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엿장수가 큰 엿가위를 찰그락 울리며 엿 수레를 끌고 신작로에 나타나면, 아이들은 노는 것도 잠시 잊고 엿 구경에 눈길을 빼앗겼다. 별다른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에 막대 같은 흰 엿과 갈색의 호박엿은 얼마나 달콤했던가. 형편이 여유로운 집의 아이는 용돈을 얻어오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빈병이라도 들고 나왔지만, 그만도 안 되는 아이는 친구들이 엿을 잘라 엿치기를 하는 광경을 제 일인 양 구경하고는 했다.
●중요한 일에 빠지지 않는 엿
엿이란 녹말을 함유한 곡식이나 감자 등을 엿기름 등으로 삭힌 뒤, 그것을 짜낸 물을 달여서 만든 액체나 고체 상태의 달고 찐득찐득한 식품이다.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여지승람’에 엿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 저장식품인 엿은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로서의 이용가치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중요한 일에 빠지지 않는 특별한 음식이다. 시험을 치르러 가는 사람에게 꼭 합격하라고 엿을 선물하고, 수험생은 당일 아침에 엿을 입에 물고 가기도 했다. 혼례 때 엿을 보내면 시집살이가 덜 심하다고도 하며, 시집식구들이 엿을 입에 물고 먹는 동안 새 며느리 흉을 잡지 못하도록 입막음을 한다는 풍습이 있다.
지방의 특산물에 따라 여러 가지 엿이 만들어졌다. 엿의 재료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찹쌀 외에도 멥쌀·옥수수·조·고구마 녹말이 많이 쓰인다. 무를 이용한 엿도 있고 봄철에 꿩고기를 넣고 조려서 약용으로 쓰는 엿도 있다. 전라도의 백당엿과 무안지방의 고구마엿이 유명하고 강원도는 옥수수로 만든 황골엿이 특히 유명하다.
●전통 비법 그대로, 치악산 황골엿
치악산 황골에 자리 잡은 황골엿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치악산황골엿’은 쌀과 옥수수, 엿기름을 주원료로 만든 전통엿이다. 100년의 전통을 가진 재래방법으로 엿과 조청을 만든다.
5대째 내려오는 집안의 비법을 전수 받아 치악산황골엿을 만들고 있는 김명자(54) 대표는 지금도 윗대 시할아버지가 쓰던 가마솥에 엿을 만들고 있다. 황골엿 맛의 비결인 엿기름의 비법을 전수받아 황골엿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김 대표는 강원도 농촌진흥청의 황골엿 솜씨 보유자다. 강원으뜸전통식품 장려상과 지역특화작목육성표창패, 최대가업계승상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표창패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치악산황골엿은 순수 국산 재료만을 사용한다. 김 대표는 “황골엿과 조청에 사용되는 쌀은 원주, 경기도의 농협에서 도정되는 쌀을 써요. 질도 좋거니와 너무 달지 않아 좋아요. 엿의 구수한 맛을 더하고 고운 색을 내는 옥수수는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만을 이용하고요”라며 직접 싹을 틔워 사용하는 국내산 엿기름은 치악산 계곡 흐르는 맑은 물에 싹을 틔워 엿 만드는 재료로 이용한다고 밝힌다.
직접 일일이 수작업으로 엿을 만들다 보니 만드는 엿의 물량이 한정된다. 신체적으로는 힘이 들고 이윤은 많지 않아도 엿과 조청을 만들기 위해 전통 방법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제대로 만든 엿 맛을 알아주는 손님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황골엿
치악산 맑은 물에 24시간 가마솥에 정성으로 고아 깊은 맛을 간직한 황골엿은 예로부터 그 맛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엿장수에게 엿을 대주는 물주인 서울 끈애비들은 황골엿을 다른 지역의 엿보다 갑절로 값을 쳐주었다고 한다.
황골엿은 단맛이 지나치지 않고 구수하며, 먹으면 보리엿기름향이 향긋하게 올라온다. 옥수수를 사용한 덕분에 엿이 부드러워 엿늘리기를 하지 않고 생엿 그대로 먹는다. 엿의 기본인 갱엿에 추가되는 땅콩, 쌀눈 등의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르고, 통엿과 한 번에 먹기 좋게 자른 조각엿이 있다.
김 대표는 “엿은 피로 회복과 스트레스 해소에 좋아요. 특히 스트레스로 인한 복통에 엿을 먹으면 금방 진정되죠. 보리를 이용한 엿기름은 어린이 체질 개선에도 좋아요. 조청을 빵과 같이 먹으면 잼 대용의 훌륭한 건강식이 되요”라며 엿과 조청을 옛 음식으로만 취급하지 말고 현대의 먹을거리로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한다.
황골엿은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덩어리 엿은 상온에서 오래두고 먹을 수 있지만 조청은 냉장 보관해야 한다.
치악산황골엿에서는 엿과 조청 만들기 체험활동이 봄, 가을, 겨울에 가능하다. 조상의 지혜가 살아있는 엿만들기의 특별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문의 : 731-1889 홈페이지 : www.yutvill.com
홍순한 리포터 chahyang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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