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대 오른 신용평가사│(하) 평가역량 높이고 의존도는 줄이고

지역내일 2011-08-19 (수정 2011-08-19 오후 1:28:58)
"신용평가 품질개선에 투자해야"
기업 의존 수익구조 개선 필요 … 투자기관 자체 평가 능력 키워야

신용평가사의 평가능력이 의심받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당장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달초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춰 미 정부와 여론의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 부채문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데도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등급 강등을 강행, 위기감만 증폭시켰다는 것. 평가과정에서 무려 2조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잘못 계산한 일이 드러나기도 했다. S&P는 단지 비판을 받는데 그치지 않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계산방식의 착오 가능성이 있는지, 직원들이 정보를 미리 유출하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 받고 있다.

사실 S&P를 비롯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세계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평가능력은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신평사들은 주택시장 호황기에 부실 모기지 채권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며 엄청난 수익을 올렸지만 정작 주택시장 붕괴는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위기를 선제적으로 경고하기는커녕 오히려 위기를 키우는데 일조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신평사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가 이어져왔고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당시 G20 정상들의 합의안에는 '적정하고 대체가능한 신용평가기준 마련을 전제로 외부 신용평가등급에 의존하도록 하는 법규를 삭제하거나 대체하고, 은행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외부 신용평가 등급에 기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자체 신용평가를 활용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한마디로 신평사의 평가내용을 참조사항 수준으로 낮춰 신평사의 영향력을 줄이자는 것이다.

신평사 규제 강화는 글로벌 추세 = 하지만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까지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신평사를 대체할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국내 금융당국도 신평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우선은 신평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신평사에 대한 규제를 신용정보업에서 자본시장법으로 이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증권신고서, CP평가 등 법규상 의무화된 신용평가 결과를 반드시 공시해야 하는 등 신평사의 공시의무가 확대되고, 투자자보호 책임도 강화된다.

신평사에 대한 검사 강도도 세지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신평사들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면서 최근 문제가 됐던 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내부통제기준 준수여부나 직원들의 위규, 위법 행위 정도를 점검했던 기존 검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신용평가의 역사가 짧은 만큼 대안도 달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평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신평사의 신용평가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단 얘기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에 비해 국내 신평사들은 회사채 발행기업에 대한 교섭력이 취약하다"며 "평가사가 제대로 신용평가를 할 수 있게끔 정보 수집을 체계적으로 보장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평사가 발행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신용평가에 필요한 자료 수집만이라도 확실하게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

사실 발행기업과 신평사의 '갑을관계'는 국내 신평사들의 부실평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신평사가 수익의 대부분을 의뢰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기업 입맛에 맞춰주다 보면 '신용등급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해 기업에 문제가 생기고 난 뒤에야 등급을 낮추는 '뒷북평가'가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신평사의 뒷북대응이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신평사가 수익의 대부분을 발행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에 있다"며 "신평사의 수익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평가수수료를 발행인과 인수자가 공동 부담하는 방안, 수수료를 신평사가 직접 받는 대신 중간 위탁기관을 거쳐 분배토록 하는 방안, 평가기관을 정기적으로 순환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시장 자율 규제 만들어가야 = 평가역량을 키우기보다 수익을 내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신평사들의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선진금융기법 도입을 위해 글로벌 신평사에 시장을 개방했지만 정작 이들은 시장점유율 경쟁과 이익 빼가기에만 바쁜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

실제 피치사가 소유한 한기평과 무디스가 대주주인 한신평의 경우 최근 2년간 배당성향이 65~99%에 달한다. '먹튀'로 비난받고 있는 론스타의 배당성향이 40~70%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순이다. 평가품질 개선을 위해 투자하기 보다 이익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회사채 시장이 단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본래 회사채 시장은 기업이 대규모 장기안정자금을 조달하는 경로다. 그래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10년 만기 회사채가 주종을 이룬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에 앞서 2~3달간에 걸친 신용평가를 받게 된다. 반면 국내 회사채 만기는 2~5년이 대부분이다. 신용평가도 길어야 3~4주, 심지어 2~3일만에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평가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신용평가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규제나 감독보다도 시장 자체의 성숙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영환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시장규모가 작고 단기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된 신용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장이 성숙해지고 투자기관 자체 평가능력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신평사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