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캐머론 보수당정권의 런던 폭동 오진

지역내일 2011-08-22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8월 6일부터 나흘 간 런던의 토텐함 지역을 약탈과 폭력의 수라장으로 만들었던 이주민 청소년들의 폭동이 가라앉자 '드디어 대대적인 탄압의 시간이 돌아왔다'고 더 타임즈는 16일 보도했다. 캐머론 총리는 다음 날 영국 사회의 '도덕적 붕괴'를 막기 위해 행동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선량한 영국 시민들이 마음의 안심을 누리도록 무질서를 상대로 '전면전'을 다짐했다. 미국의 조지 부시가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던 때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보수당 정권의 이러한 엄포에 국내외에서 우려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왜 폭동이 폭발했는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 신중하라는 충고의 목소리다. 토텐함 사건은 영국인들만의 항의가 아니고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가 일상화 되고 있는 세계적 현상의 한 양상으로 넓게 문제를 보자는 의견이다.

정부가 폭도라고 부르는 청소년들의 행동이 불법인 것은 맞지만 이들의 정체가 불량배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프랑스 학자들의 분석이다. 2005년 프랑스 교외(방리외) 클리쉬에서 청소년들의 폭력시위가 벌어졌을 때 거기에 참가한 젊은이들은 당시 보수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불량배는 아니었다. 대부분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는 학생이었다.

범죄 전력이 있는 젊은이는 별로 많지 않았다. 10세에서 13세 사이의 어린이들도 많았다. 이민자 가족들이 한 군데 몰려 사는 주거지역의 열악한 생활조건과 주거환경, 빈부격차에서 오는 불만, 경찰의 인종차별에 대한 이민자들의 공통된 분노 등이 경찰에 의해 한 젊은이가 피살되는 사건에 자극받아 예상 못한 시점에 폭동으로 폭발했던 것이다.

25년 전 토텐함에서 처음 일어난 폭동 원인도 비슷했다. 현재 조사 중인 토텐함 폭동 원인도 조만간 보고서가 나오면 프랑스 방리외 폭동에 대한 조사와 비슷한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폭동 청소년들은 불량배가 아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이민자 출신 청소년들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해 이민자들과 경찰 간의 긴장이 많이 해소됐다. 또 영국 사회도 그 동안 많이 변화했다. 따라서 이번 폭동에서는 과거의 인종차별 정책이나 경찰과의 긴장이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데 전문가들이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프랑스나 영국이 과거 오랜 식민지 정책의 업보를 지금에 와서 거두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폭동의 특징 중에 하나는 토텐함 뿐 아니라 영국의 다른 지역까지를 포함해서 빈곤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폭동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병리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처가 총리가 되면서 영국이 처음으로 제도화한 신자유주의의 양상이 폭동 지역에서 많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철의 여인 대처는 신자유주의의 선구자였다. 지금 세계 보수 정권은 신자유주의를 공통의 종교로 신봉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자유주의 신드럼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를 표방한다. 국가의 공공복지 임무도 축소한다. 당연히 서민층의 복지를 소홀히 한다. 캐머론 총리 역시 신자유주의자 답게 취임 이후 정부의 역할은 줄이고 공공서비스는 관료적 비능률적인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민간 단체에 위임했다.

시민의 복지가 소홀해졌다. 서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킬 시한폭탄의 시계 바늘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토텐함 청소년 폭동을 물리적 힘으로 누르려고 할 것이 아니라 빈부격차를 줄이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여 시민과 대화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분노의 폭발을 막는 해결책이다. 그런데 캐머론 총리는 불만 계층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합법화된 불의(不義)'로 진압 말라

이러한 대증처방에 대해 범죄학자 로저 그래이프 교수가 좀더 현명한 처방을 권고했다.

"법은 그 안에 정의를 내포하고 있어야 국민이 존중하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은 법 안에 정의가 아닌 불의(不義)가 포함돼 있다고 느낄 때 그것에 항의하고 그것을 반대하 는데 불법적인 항의도 불사한다. 민주주의가 기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합법화된 불의(不義)'로 폭동을 진압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정의감만 더 굳혀줄 뿐이다. 아랍의 봄은 합법화된 불의에 반대하는 불법항의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오늘날 MB정부가 경찰을 동원해서 막는 '불법시위'에 국민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이유도 간단하다. 정권이 만든 법에 '정의'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평화적인 불법시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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