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노력 투자해야 자살 막아"
지난해부터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하규섭(50)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자살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치료가능한 사회적 질병으로 보려는 시각교정이다. 협회 설립초기부터 활동해 오다 지난해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제정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통과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예산문제에 대한 정부 측 태도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종합대책 등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을 제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자살이 늘어가는 이유는 뭔가
원인을 정확히 알려면 상당히 다차원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 한 두 가지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만큼 여러 가지가 복합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많이 발전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가족이나 친구 등 사회적 지지체계라는 게 있는데 이런 전통적인 지지체계는 많이 와해됐다. 결국 스트레스 양은 많이 늘었는데 그것을 지지해주고 같이 감당해주는 체계는 많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양극화 등으로 상대적 빈곤 내지는 상대적 불만족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들을 잘 보듬을 수 있는 사회적 복지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자살률을 낮추려면
국민 모두가 행복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암발생률이 높아서 암발생률을 낮추려면 국민 모두가 암에 안 걸리면 된다. 모두가 건강하고, 식생활도 개선하고, 담배와 술도 끊고 운동하면 되는데 그런 방식으로 효과가 나타나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암에 대해서도 가장 빨리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나라 중의 하나다. 국가 전체가 암을 조기발견하는 체계를 많이 도입했기 때문이다. 조기발견하고 조기 치료하니까 암 발생률도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암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는 확 줄어들었다. 자살 예방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우선 당장은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도움을 줘서 자살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이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우울증이 있다든지 아니면 자살하려는 사람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게이트키퍼(문지기)라고 한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지자체 복지담당공무원 등이 대상이 되는데 그런 분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또 우리가 교통사고를 해결하려고 돈과 노력을 투자했듯이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돈과 노력을 투자하면 조기에 발견하고 자살사망자도 훨씬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살이 예방이 되니까 열심히 줄여보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재정은 한계가 있지 않나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아직도 OECD 국가 평균의 두 배쯤 된다. 이것을 OECD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2008년부터 5년 동안 1조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금 자살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두 배다. 더구나 OECD 평균으로 보면 세 배가 된다. 그런데 정부가 작년에 자살예방에 쓴 중앙정부 예산이 14억 3500억원이다. 지자체 예산까지 다 합쳐도 20억~30억원 밖에 안된다. 이런 데 무슨 효과가 있겠나.
전문가 양성할 돈도 없고, 게이트키퍼를 교육할 돈도 없고, 시스템을 연결하거나 전화를 놓거나 상담을 하게 할 돈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것 중의 하나가 자살문제다. 국민이 죽는 이유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것이 자살인데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 십 억원도 안 쓰고 있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죽게 내버려 두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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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하규섭(50)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자살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치료가능한 사회적 질병으로 보려는 시각교정이다. 협회 설립초기부터 활동해 오다 지난해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제정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통과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예산문제에 대한 정부 측 태도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종합대책 등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을 제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자살이 늘어가는 이유는 뭔가
원인을 정확히 알려면 상당히 다차원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 한 두 가지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만큼 여러 가지가 복합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많이 발전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가족이나 친구 등 사회적 지지체계라는 게 있는데 이런 전통적인 지지체계는 많이 와해됐다. 결국 스트레스 양은 많이 늘었는데 그것을 지지해주고 같이 감당해주는 체계는 많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양극화 등으로 상대적 빈곤 내지는 상대적 불만족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들을 잘 보듬을 수 있는 사회적 복지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자살률을 낮추려면
국민 모두가 행복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암발생률이 높아서 암발생률을 낮추려면 국민 모두가 암에 안 걸리면 된다. 모두가 건강하고, 식생활도 개선하고, 담배와 술도 끊고 운동하면 되는데 그런 방식으로 효과가 나타나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암에 대해서도 가장 빨리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나라 중의 하나다. 국가 전체가 암을 조기발견하는 체계를 많이 도입했기 때문이다. 조기발견하고 조기 치료하니까 암 발생률도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암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는 확 줄어들었다. 자살 예방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우선 당장은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도움을 줘서 자살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이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우울증이 있다든지 아니면 자살하려는 사람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게이트키퍼(문지기)라고 한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지자체 복지담당공무원 등이 대상이 되는데 그런 분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또 우리가 교통사고를 해결하려고 돈과 노력을 투자했듯이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돈과 노력을 투자하면 조기에 발견하고 자살사망자도 훨씬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살이 예방이 되니까 열심히 줄여보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재정은 한계가 있지 않나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아직도 OECD 국가 평균의 두 배쯤 된다. 이것을 OECD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2008년부터 5년 동안 1조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금 자살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두 배다. 더구나 OECD 평균으로 보면 세 배가 된다. 그런데 정부가 작년에 자살예방에 쓴 중앙정부 예산이 14억 3500억원이다. 지자체 예산까지 다 합쳐도 20억~30억원 밖에 안된다. 이런 데 무슨 효과가 있겠나.
전문가 양성할 돈도 없고, 게이트키퍼를 교육할 돈도 없고, 시스템을 연결하거나 전화를 놓거나 상담을 하게 할 돈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것 중의 하나가 자살문제다. 국민이 죽는 이유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것이 자살인데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 십 억원도 안 쓰고 있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죽게 내버려 두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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