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가계대출 중단사태,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

지역내일 2011-08-24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정책 결정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올바른 판단을 위해 가계부채 문제가 등장한 시대적 배경과 다른 나라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국내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 대통령선거 직전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가계부채 비율은 GDP대비 40%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으니 실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그 비율이 당시의 2배에 가까운 78%에 달하고, 그동안 아무런 경제위기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미래형으로 경고한 바 있다. 즉 '곧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한 사회현안으로 등장할 테지만, 섣부르게 가계부채를 억제하면 경기는 부진에 빠져들 것이다. 가계대출(가계신용)도 일종의 통화이고 통화는 우리 몸의 피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악순환으로 풀려다 경기가 부진해지면 유일하게 기댈 민심이라는 언덕조차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미래형 경고는 불행하게도 실현되고 말았다.

가계부채 문제는 미국에서 먼저 제기됐었다. 그 비율이 1980년대 초의 50%대에서 1980년대 말에 70%대로 급증하고, 때마침 저축대부조합 부도사태가 터져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던 것이 그 배경이었다.

섣부른 가계대출 억제, 경기부진 불러

당시 FRB 의장이던 그린스펀은 이 문제를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 정책으로 풀었다. 가계대출을 먼저 억제한 것이 아니라, 경기를 살려냄으로써 그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펼쳤던 것이다. 가계부채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서 120%에 달했지만 그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 이게 현재의 미국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물론 서브프라임 주택대출의 상환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생금융상품 가격이 폭락하고 이에 따라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먼저 일어난 일이 있었다. 부시 정권이 전쟁비용을 확대하는 등 재정을 팽창시키고 대대적인 감세정책까지 펼침에 따라 재정적자가 거대해졌고, 국채발행이 급증하면서 시장금리가 급상승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것이 주택대출의 상환부담을 키웠고 결국 금융위기로 발전했다. 실제로 가계부채 문제가 단독으로 경제위기를 초래한 역사적 사례나 다른 나라 사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억제했으니,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기는 당연히 부진해진다. 생산적 투자는 물론이고 추가적인 고용까지 종적을 감추기 마련이다. 은행에는 여전히 예금이 계속 들어오고, 이것을 대출 혹은 투자할 곳이 없어지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망국적인 부동산투기 또 일어날듯

경기가 부진해지면 돈이 갈 곳은 부동산 시장밖에 없다. 그럼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가 또 일어날 것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에 부동산 투기가 심각하게 벌어진 바 있고, 이것이 민심을 결정적으로 이반시켰다.

이런 일을 이명박 정부도 반복하고 있다. 더욱이 참여정부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있으니, 장차 경기가 더 빠르게 하강할 것은 자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국내 경기하강을 그 탓으로 돌리기에 편리할지 모르지만, 민초가 원하는 것은 핑계거리가 아니다. 경기가 부진해지면 그 어떤 핑계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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