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대신 취업전선 택한 16세 소녀가장 … "해외아동 후원에 더 관심" 씁쓸
#울산광역시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강지연(가명·16)양. 말도 떼기 전 부모는 강양 곁을 떠났다. 철이 들때까지 할머니 슬하에서 컸다. 강양은 이제 돈이 없으면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고 갖고 싶은 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또래 친구들 보다 더 빨리 알아버린 중3 '가장'이다. 조부모에 대한 효심이 남다른 강 양은 최근 병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가슴 한켠이 저려온다.
할머니께 학교를 그만두고 취직을 하겠다는 뜻을 여러번 내비쳤다. 그리고 마침내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부모의 가출은 강양을 어른 아닌 어른으로 만들어 버렸고 병든 조부모는 돈 없는 설움을 손녀에게까지 물려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하루 빨리 취직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강양은 간호사의 꿈마저 접었다.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또는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조부모에게 맡겨진 아이들이 늘고 있다.
28일 어린이재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5년 3만 5000여 가구에 불과했던 조손가구 수는 올해 6만9000여 가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0만원이 채 안되며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가구도 전체의 3분의 2나 된다.
이에 따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조손가구도 늘고 있다.
지난 22일 목포에서는 이혼한 자식을 대신해 손자를 키우던 70대 노인이 손자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또 25일에는 23년 전 아들을 버린 비정한 어머니가 아들이 수년전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나온 보험금을 달라며 손자를 힘들게 키워온 할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조손가구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재단은 이런점을 고려 7600여명의 조손가정청소년에 매월 6억여원씩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조부모와 아동의 의사소통 및 친밀감을 높이는 관계증진 프로그램, 캠프 및 상담 진행,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부모 이해 프로그램, 도시락 지원 등에도 나서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부모도 힘들다는 자녀양육의 고통과 여러 질환에 시달리는 조부모들은 가장 힘든 경제적 문제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해외 아동의 후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관심과 나눔은 되레 줄어들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실제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한 복지관의 경우도 조손가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는 경우는 전체 수요자의 2.4%에 그치는 실정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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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강지연(가명·16)양. 말도 떼기 전 부모는 강양 곁을 떠났다. 철이 들때까지 할머니 슬하에서 컸다. 강양은 이제 돈이 없으면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고 갖고 싶은 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또래 친구들 보다 더 빨리 알아버린 중3 '가장'이다. 조부모에 대한 효심이 남다른 강 양은 최근 병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가슴 한켠이 저려온다.
할머니께 학교를 그만두고 취직을 하겠다는 뜻을 여러번 내비쳤다. 그리고 마침내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부모의 가출은 강양을 어른 아닌 어른으로 만들어 버렸고 병든 조부모는 돈 없는 설움을 손녀에게까지 물려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하루 빨리 취직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강양은 간호사의 꿈마저 접었다.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또는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조부모에게 맡겨진 아이들이 늘고 있다.
28일 어린이재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5년 3만 5000여 가구에 불과했던 조손가구 수는 올해 6만9000여 가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0만원이 채 안되며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가구도 전체의 3분의 2나 된다.
이에 따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조손가구도 늘고 있다.
지난 22일 목포에서는 이혼한 자식을 대신해 손자를 키우던 70대 노인이 손자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또 25일에는 23년 전 아들을 버린 비정한 어머니가 아들이 수년전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나온 보험금을 달라며 손자를 힘들게 키워온 할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조손가구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재단은 이런점을 고려 7600여명의 조손가정청소년에 매월 6억여원씩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조부모와 아동의 의사소통 및 친밀감을 높이는 관계증진 프로그램, 캠프 및 상담 진행,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부모 이해 프로그램, 도시락 지원 등에도 나서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부모도 힘들다는 자녀양육의 고통과 여러 질환에 시달리는 조부모들은 가장 힘든 경제적 문제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해외 아동의 후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관심과 나눔은 되레 줄어들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실제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한 복지관의 경우도 조손가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는 경우는 전체 수요자의 2.4%에 그치는 실정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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