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개선 없이 자동차보험 정상화 어렵다│② 줄어들지 않는 ‘나이롱 환자’

지역내일 2011-09-01
'경상환자 입원기준' 만들면 해결 가능하다
자동차사고 경상환자 비율 95.8% … 입원 필요없는 '나이롱 환자' 양산
국토부, 입·통원 치료 가이드라인 공청회 개최 … 표준약관 반영놓고 이견

#. 지난달초 전남 구례경찰서는 가짜 환자로 병원에 입원해 2억여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박 모씨(54)등 일가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지난 2004년부터 4년 동안 8개 보험사의 상해보험 등에 가입한 뒤 환자 행세를 하며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모두 400여 차례에 걸쳐 2억1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 '나이롱 환자'를 이용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뒤 보험사로부터 진료비 등을 받아챙긴 종합병원 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응세)는 지난달 18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보험사로부터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서울 모 종합병원장 송모(54)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원무과장 이모(55)씨와 김모(42)씨에 대해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송씨 등 3명은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들의 피해를 과장해 입원치료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챙기는 등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액도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나이롱 환자(교통사고 부재환자)를 이용한 보험사기나 가짜 환자로 행세하며 보험금을 챙긴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엄격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나이롱 환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금융감독원은 지방자치단체 및 손해보험협회와 공동으로 의료기관의 교통사고 입원환자 관리실태를 점검했다. 교통사고 후 서류상으로만 입원하는 부재환자, 일명 나이롱 환자에 대해 민관 합동으로 실태점검을 벌이기는 처음이었다.


합동 점검 결과, 교통사고 입원환자의 부재율은 3.5%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2%p 떨어졌다. 상반기에 10명 가운데 1명 꼴로 나이롱환자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사전에 의료기관이 준비할수 있도록 홍보하지 않았다면 부재율이 큰폭으로 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입원환자의 외출·외박 기록대장을 부실관리해온 244개 의료기관이 적발돼 계도조치를 받았다.

더욱이 지난해 상반기에 13.7%, 2009년 9.9%, 2008년 11.9%로 평균 10%를 상회했던 부재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교통사고 입원환자 부재율 10% 안팎 = 손보협회는 지금도 교통사고 입원환자 부재율이 10%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년 평균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의 비율이 평균 95.8%에 달하고 지난 2008년 입원율이 60.6%인 것을 고려했을 때, 경상환자의 상당수가 입원하고 있고 이중 일부는 나이롱 환자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자동차사고 사상자 116만4719명 가운데 경상자가 112만7973명(96.8%), 중상자 3만273명(2.6%) 순으로 경상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대개 정형외과에 입원해있는 환자가 20여명이라면, 이 가운데 10여명은 자동차보험 환자이고 중상자는 1명 정도 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목이 뻐근하거나 허리가 삐긋한 염좌환자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높은 경상환자 입원율은 반드시 나이롱 환자 발생을 수반한다. 2000년대 금감원과 손보협회의 공동노력으로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나이롱 환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자동차보험의 특성을 이용한 보험가입자의 과도한 보상심리와 의료기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데 있다.

자동차보험 배상책임보험의 특성상 피해자는 본인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업손해에 따른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루 입원하면 5만원 정도다. 통원치료에 따른 교통비가 7000원 밖에 안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입원하는게 훨씬 더 이익인 셈이다.

또 의료기관은 병상이용률 제고로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에 입원치료에 대한 부담이 없다. 손보협회는 2008년 기준으로 나이롱 환자로 인한 보험금 누수액을 86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나이롱 환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 11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입원환자 관리 조항이 신설됐고, 2009년 9월에는 열람거부 의료기관에 대한 과태료 규정과 공무원의 의료기관 검사 권한이 추가됐다.

그러나 경상환자의 입원율을 줄이지 않는 한, 외출·외박 기록대장을 만든다고 해서 나이롱 환자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나이롱 환자 근절을 위해서는 입원기준의 법제화가 필요하며 그 기준은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 타당성을 근거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최소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고시에 규정해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효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입원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 필요 = 지난해말 정부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에 입원 가이드라인이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 카톨릭대학교산학협력단에 '자동차사고환자 입·통원 치료 가이드라인'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지난 7월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한 국토부는 오는 7일 과천시민회관에서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와 보험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9월말까지 가이드라인의 최종안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에는 통원 치료를 받더라도 보험금 지급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것과 함께, 의학적으로 단정하는 것이 어렵지만 삐거나 멍든 것 등의 경미한 상해는 통원치료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러한 증상으로 7일 이상 입원했을 때는 다시 한번 의사가 입원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기 위해 기준은 필요하다"며 "가이드라인을 자배법 고시나 진료심사지침에 반영하면 의사와 환자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표준약관에 이미 입원료 등을 규정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가이드라인 표준약관 반영에 부정적 = 하지만 자동차보험 개선대책 주관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반응은 다르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의 세부적인 내용을 알지 못해 우선 검토부터 해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표준약관 개정 권한을 갖고 금감원은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자동차사고의 피해자인 환자는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표준약관에서 환자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표준약관에 자기신체 사고의 등급을 정해 치료비 등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준은 있지만, 일반적인 의료비 지급기준은 없다"며 "표준약관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사간 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인데, 과연 환자가 약관에 따라 의료비 지급을 한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관련 부처간의 입장 차이로, 경상환자 입원기준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그나마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경상환자의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는데는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톨릭대 산학협력단의 한 교수는 "병명에 따라 입원과 통원을 나누거나 단정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근거를 가지고 표준화 작업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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