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카다피는 왕중왕, 위대한 영도자”

지역내일 2011-09-02
지난해 리비아 특사활동 비화 공개
카다피 "은혜모르고 배신하는 한국"

"리비아는 대한민국에게 많은 사업을 맡겨준 고마운 나라이기에 우리 대통령이 매우 미안해 하고 있습니다." 2010년 9월말 이상득 대통령특사는 리비아총리에게 이명박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국정원 직원이 스파이활동을 한 혐의로 리비아에서 강제 출국당하고, 주한 리비아경제대표부가 철수하는 등 양국관계는 단교직전이었다.

9월 30일 이상득 특사는 시르테시의 천막접견소에서 카다피를 면담했다. "저희는 은혜를 아는 나라입니다. 절대로 귀국의 정보를 빼내는 반국가적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 지도자 각하의 용서를 선물로 받아가고 싶습니다."

이 특사의 필사적인 '용서구하기'에 마침내 카다피는 "이 사건에 대한 파일을 덮겠습니다"라며 사건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된 2011년 6월말, 한국정부는 카다피를 몰아내려는 반군지도부와 접촉하고, 8월 22일 반군에 대한 100만 달러 지원을 공식발표하기에 이른다.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1일 반군지원의 배후세력인 서방진영의 리비아재건회의 참석차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외교적 수사의 허망함 = 외교에서 '말의 신뢰'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면서도 '국가이익' 앞에서는 가장 쓸모없는 '외교적 수사'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상득 의원이 지난달 펴낸 '자원을 경영하라'는 책을 들여다보면 한때 진심이었던 말이 얼마나 빠르게 '외교적 수사'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010년 7월, 잦은 해외출장으로 링거를 꼽고 있던 이상득 의원에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해외에서 전화를 걸어 리비아특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18개 기업의 42개 공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자그만치 186억 달러입니다." 망설이던 이 의원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찾은 리비아현지에서 이 특사는 '은혜를 배신하는 한국'에 대해 숱한 질책을 듣는다. 한 고위인사는 "우리가 당신네 나라에 무엇을 그리 잘못했소? 막대한 공사비를 떼먹었소? 무슨 속셈으로 우리 지도자를 매도하는 것이오? 여러번 시정을 요구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소"라고 쏘아붙인다.

카다피의 측근인 대외보안부장은 "미국의 앞잡이가 되어, 은혜를 베푼 리비아를 배신했으니 용서할 수 없소"라고 몰아붙였다고 이 특사는 적고 있다. 리비아는 국정원 직원이 카다피의 동정을 입수해 미국에 제공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었다.

한국의 건설업은 리비아대수로 공사를 통해 국제적인 위상을 공고히 한 반면 특별히 리비아로부터 불이익을 본 적이 없다. 은혜를 배신한 한국에 대한 질책을 벗어나기 위해 이 특사는 극찬의 헌사를 카다피에게 바친다.

카다피를 만나자마자 "아랍과 아프리카 통합에 큰 역할을 하셔서 많은 사람들이 왕중왕으로 여기며 존경하는 것으로 안다. 이 사실에 저도 개인적으로 존경심을 갖게 됐다"는 찬사부터 시작했다. 그가 카다피에 대한 호칭을 걱정할 때 외교부는 '아프리카와 아랍의 통합을 주도하고 계시는 왕중왕, 존경하는 위대한 지도자 각하'로 불러야 한다고 권유한다.

'왕중왕'이라 극찬하며 '우리는 은혜를 잊지않는 민족'이라고 다짐했던 이 특사는 지금 우리정부가 반군을 지원하는 상황에 어떤 소회를 가지고 있을까. 이 의원측은 최근 리비아의 정황을 보며 그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행햇던 인사들의 영전= 한편 이 특사는 책을 통해 카다피가 핵포기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받기로 한 지원을 한국이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카다피는 이 특사에게 "리비아는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했을 때 미국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아무 보상도 없었다. 한국의 고위인사를 통해 미국을 설득해 줄 것을 바랐으나, 성과가 없다. 원전도 세우고 담수화시설도 진행하고 싶다"며 한국정부가 미국과의 중재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카다피는 이 특사에게 억류된 교포 2명을 풀어주고 경제대표부를 복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총리를 헬기 타고 오도록 조치해 후속협의를 시키기도 했다.

이같이 전격적인 협상타결이 이뤄진 것은 당시 카다피가 송유관 건설과 원유구매를 한국에 요청하고 이를 이 특사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하면서 이뤄진 결과였다.

카다피는 자신의 약속대로 이 특사가 귀국한 후 2명의 교포를 석방하고, 경제대표부를 곧장 대사관으로 격상시켰다.

한편, 이 특사는 이 책을 통해 카다피와의 협상을 주선했던 기업인들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시각을 우려했다. "리비아 방문의 계기를 만들어 준 두기업에 대해 사장연임을 앞두고 벌이는 로비라며 폄훼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줄서기를 했다면 내가 거절했을 것"이라고 쓰고 있다.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과 현지 합작법인 대표가 카다피 면담을 주선했고 외교부 김종근 아중동 국장이 고비마다 밀착지원했다.

어쨌든 이 특사와 함께 카다피를 만났던 서 사장은 그후 대우건설 사장에 연임됐고, 김종근 국장은 주에티오피아 대사로 발령을 받았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