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이자로 부동산 등 투자 … 자산거품 만들어
장기간 저금리가 전 세계를 '빚잔치' 집으로 만들었다. 미국과 일본의 저금리는 세계에 대규모 캐리트레이드(낮은 금리를 이용해 빌린 돈을 고금리의 신흥국 등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를 쏟아부어 자산거품을 만들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넘쳐나는 빚이 만들어낸 후폭풍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장기간 저금리 = 그린스펀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7~2006년까지 4차례 연임하면서 만 19년간 FRB 의장을 지냈다. '경제 대통령' '마에스트로'로 불리며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린스펀은 재임기간 동안 저금리 정책을 고수했으며 2003년에는 연방기금 금리를 연 1%까지 낮췄다.
일본 역시 95년 자산가격 거품 붕괴와 고베지진 치유책으로 금리를 1.75%에서 1%로 낮췄고 99년 2월엔 0.25%였던 금리를 0%로 하향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미국은 금리를 제로 금리로 낮춰잡았다.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조달금리는 마이너스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자산거품 뿐만 아니라 저금리를 활용한 캐리트레이드가 전세계 퍼져나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발행된 달러화 채권발행잔액이 2008년말 8조5977억달러로 치솟았고 엔화표시 채권 역시 7826억달러에 달했다. 엔화채권은 줄어드는 대신 달러화표시 채권발행잔액은 큰 폭으로 늘면서 10조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빚내 투자하는 세계 = 전 세계가 저금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각국에서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신흥국으로는 국내 자금 외에도 달러·엔화·유럽 캐리트레이드까지 겹쳤다. 2007년말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만 해도 고공행진하고 있던 선진국 금리가 2008년으로 접어들면서 1%대로 내려 앉았다.
미국 일본 스위스가 제로 금리를 보이고 있고 홍콩 영국 금리도 1% 밑으로 떨어졌다. 캐나다 역시 1년여동안 0.25%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9월에야 1.00%까지 올렸다.
그린스펀은 2007년 자서전 '혼란의 시대'를 통해 "집필하면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만연돼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미국은 물론 그동안 한 자릿수 금리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개발도상국가들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저금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은 세계 경제에서 지속되기 어려운 특이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저금리의 부작용 확산 = 글로벌금융위기는 저금리의 원인으로 지목된 그린스펀을 청문회에 앉혔다. 저금리가 부동산 거품과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그린스펀이 금리 정책을 잘못 펴는 바람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위기의 원인은 사람들이 변동금리 대출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그린스펀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데 있다"고 비판했다.
저금리에 의한 유동성 확대는 특히 선진국과 신흥국의 물가폭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IMF는 신흥국과 관련 "자산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등 과열이 우려된다"면서 "유가와 식량가격 등이 급등하면 인플레이션 심화, 통화긴축으로 이어져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IMF는 선진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2%로 6개월전보다 0.9%p 올려 잡았고 유로지역에 대해서도 1.5%에서 2.3%로 상향조정했다.
◆저금리의 유혹은 지속된다 =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는 데도 미국 등 선진국들은 다시 저금리기조를 활용할 생각이다.
물가를 고려해 금리를 두 차례 올린 유럽이 금리인하로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고 미국은 최소 2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계획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리듯 시장에 유동성을 대량공급해 '헬리콥터 벤' 버냉키가 다시 한번 금리로 승부수를 걸었다. 전임 앨런 그린스펀의 장기간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등 자산가치 거품을 일으켜 장기적으로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을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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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저금리가 전 세계를 '빚잔치' 집으로 만들었다. 미국과 일본의 저금리는 세계에 대규모 캐리트레이드(낮은 금리를 이용해 빌린 돈을 고금리의 신흥국 등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를 쏟아부어 자산거품을 만들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넘쳐나는 빚이 만들어낸 후폭풍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장기간 저금리 = 그린스펀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7~2006년까지 4차례 연임하면서 만 19년간 FRB 의장을 지냈다. '경제 대통령' '마에스트로'로 불리며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린스펀은 재임기간 동안 저금리 정책을 고수했으며 2003년에는 연방기금 금리를 연 1%까지 낮췄다.
일본 역시 95년 자산가격 거품 붕괴와 고베지진 치유책으로 금리를 1.75%에서 1%로 낮췄고 99년 2월엔 0.25%였던 금리를 0%로 하향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미국은 금리를 제로 금리로 낮춰잡았다.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조달금리는 마이너스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자산거품 뿐만 아니라 저금리를 활용한 캐리트레이드가 전세계 퍼져나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발행된 달러화 채권발행잔액이 2008년말 8조5977억달러로 치솟았고 엔화표시 채권 역시 7826억달러에 달했다. 엔화채권은 줄어드는 대신 달러화표시 채권발행잔액은 큰 폭으로 늘면서 10조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빚내 투자하는 세계 = 전 세계가 저금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각국에서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신흥국으로는 국내 자금 외에도 달러·엔화·유럽 캐리트레이드까지 겹쳤다. 2007년말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만 해도 고공행진하고 있던 선진국 금리가 2008년으로 접어들면서 1%대로 내려 앉았다.
미국 일본 스위스가 제로 금리를 보이고 있고 홍콩 영국 금리도 1% 밑으로 떨어졌다. 캐나다 역시 1년여동안 0.25%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9월에야 1.00%까지 올렸다.
그린스펀은 2007년 자서전 '혼란의 시대'를 통해 "집필하면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만연돼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미국은 물론 그동안 한 자릿수 금리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개발도상국가들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저금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은 세계 경제에서 지속되기 어려운 특이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저금리의 부작용 확산 = 글로벌금융위기는 저금리의 원인으로 지목된 그린스펀을 청문회에 앉혔다. 저금리가 부동산 거품과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그린스펀이 금리 정책을 잘못 펴는 바람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위기의 원인은 사람들이 변동금리 대출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그린스펀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데 있다"고 비판했다.
저금리에 의한 유동성 확대는 특히 선진국과 신흥국의 물가폭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IMF는 신흥국과 관련 "자산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등 과열이 우려된다"면서 "유가와 식량가격 등이 급등하면 인플레이션 심화, 통화긴축으로 이어져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IMF는 선진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2%로 6개월전보다 0.9%p 올려 잡았고 유로지역에 대해서도 1.5%에서 2.3%로 상향조정했다.
◆저금리의 유혹은 지속된다 =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는 데도 미국 등 선진국들은 다시 저금리기조를 활용할 생각이다.
물가를 고려해 금리를 두 차례 올린 유럽이 금리인하로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고 미국은 최소 2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계획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리듯 시장에 유동성을 대량공급해 '헬리콥터 벤' 버냉키가 다시 한번 금리로 승부수를 걸었다. 전임 앨런 그린스펀의 장기간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등 자산가치 거품을 일으켜 장기적으로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을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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