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파리에서 '리비아의 친구들 회의'라는 생소한 이름의 국제회의가 열렸다. 얼핏 보기에 친선회의 같지만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그 동안 반 카다피 군사작전을 주도했던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과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마련한 국제회의였다.
이제 카다피 시대는 막을 내렸고 그를 수도 트리폴리에서 축출한 반군(叛軍)의 국민과도위원회(NTC)가 '새 리비아'를 이끌어가리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회의이기도 했다.
9월 1일은 카다피가 42년 쿠데타로 이드리스 왕을 내쫓고 정권을 잡은 기념일이다. '리비아의 친구들 회의'를 이날 개최한 것은 이 날이 더 이상 카다피의 집권 기념일이 아니라 카다피가 없는 '새 리비아'가 출범하는 날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반군의 공격을 받고 수도 트리폴리를 탈출해서 도망자 신세가 된 카다피는 어디엔 가에 몸을 숨긴 채 계속 항전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최후는 며칠 남지 않은 것 같다. '리비아의 친구들 회의'에 참가한 국가 국제기구 대표 수가 그것을 증명한다.
이 회의에는 국가원수 12명, 정부수반 19명이 참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리비아에 대한 유엔의 군사개입 결의에 반대했던 러시아와 중국도 참가했다. 총 60개 이상의 국가 국제기구 대표가 NTC가 이끄는 새 리비아를 승인했다는 이야기다.
카다피가 없어졌다고 그가 남겨 놓은 산적된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전으로 분열된 국민을 다시 하나로 모아서 처음 시도하는 민주국가를 세워야 하는 거창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경제도 되살려야 한다. 지금 세계열강들은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에서 '노다지'를 찾느라 바쁘다.
새 리비아에서 '노다지' 찾는 강대국들
리비아는 양질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나라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산업시설을 복구하고 인프라를 재건해야 한다. 많은 대형 토목공사가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신문 뤼마니테는 '회의장에서 석유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비꼬았다. 피가로는 '반군을 지원한 국가들이 그들의 이익을 지키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프랑스의 기여를 잊지 말라는 이야기다.
한국도 김성환 외무장관이 NTC의 질릴 위원장을 만나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분야를 논의했다는 보도다.
대형 복구공사에도 각극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리비아는 세계 석유 저장량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석유와 가스의 나라이다. 전쟁 이전에 하루 16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했다. 전쟁 전만큼 석유를 생산하려면 2013년에나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당장은 복구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없다.
따라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엔 결의 이후 서방 여러 나라에서 동결한 500억달러의 카다피 자금을 풀어 리비아 복구사업에 사용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는 리비아 예치금 150억달러는 당장 동결을 해제해서 복구사업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돈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이 리비아의 정치문제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부족들이 거주하는 리비아는 내전으로 부족 간 갈등이 더 악화됐다. 수천명이 내전으로 사망했다. 유혈 보복행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친구들 회의'는 과도위원회에 갈등 세력 간 화해와 용서를 촉구하고 평화적인 정권 수립을 권고했다. 과도위원회도 '평화적인' 과도기를 다짐했다. 카다피나 그 가족 지지 인사들에 대해서는 보복을 피하고 재판에 회부해서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약속했다.
반기문 총장 리비아 문제로 바빠질듯
민주국가를 만드는 일은 더 어렵다. 민주주의 전통이나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나토 회원국들은 군사적으로 카다피의 축출을 지원한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리비아의 민주화 과정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 사무국에서 작성해서 '친구들 회의'에 제시한 비공식 보고서가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보도다. 유엔 사무총장이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 민주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결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반기문 사무총장이 리비아 민주화로 바빠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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