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재발견 - ⑤ 망자의 증언 ‘부검’] “자살로 알았는데 … 타살” 수사길잡이

지역내일 2011-09-09
사인·신원 확인 … 국과수 하루 시체 10구 이상 살펴

#지난 3월 서울 후암동 한 다세대 주택에서 종이상자안에 비닐로 겹겹이 쌓여 있는 여성 시체 한 구가 발견됐다. 미이라처럼 보관된 이 시신은 곧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졌다. 부검결과 이 시신은 12년전 날카로운 흉기에 찔려 살해된 윤 모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시신이 담긴 종이상자를 보관해 온 윤씨의 남편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얼마 뒤 경기도 부천에 숨어 있던 남편 이 모(50)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지난 1999년 5월 이사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아내를 숨지게 했다"면서 "당시 8살이었던 딸과 죽은 부인에게 미안해 시신을 영원히 보관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7월14일 오전 5시 44분쯤 경북 안동시 옥동의 한 고층아파트 12층에서 B(64)씨가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상황으로 봐선 추락사나 개인 사정으로 인한 단순 자살 사건으로 끝날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과수 부검결과는 이같은 예단을 뒤집었다. 박씨의 목에서 추락사 전 생긴것으로 추정되는 목졸림 흔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파트 CC(폐쇄회로)TV 분석과 숨진 박씨 주변을 탐문한 끝에 박씨 아들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시신이 발견되기 2분전 여행용 가방을 들고 황급히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A씨 모습이 CCTV 찍혔던 것. 또 사건 발생 뒤 A씨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던 점과 개인 통장에서 수차례에 걸쳐 현금이 인출된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두달여만인 지난 1일 A씨를 붙잡아 범행을 자백받았다.


부검은 간혹 수사의 방향을 180도 바꿔 놓는다. 예컨대 자살로 보였던 사건이 부검을 통해 타살로 드러나고 자연사나 사고사가 독살 등으로 판명되는 경우다. 지난 2009년 4월 충남 보령에서 일어난 '청산가리 살인사건'은 부검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당시 한 마을의 70대 할머니가 숨지자 유족들은 당연히 노환으로 자연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별다른 의심 없이 마을 이장의 확인을 받아 사망신고를 했다. 그러나 장례절차를 밟고 있는데 한동네 노인들이 잇따라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단순 사망사건으로 처리하려던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우선 할머니 시신을 국과수로 보냈다. 부검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할머니 몸안에서 독약인 청산가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조사 결과 부부싸움을 한 남편이 홧김에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노인정 등에 돌렸고 이를 나눠마신 부인은 물론 다른 노인들이 함께 비명횡사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부검을 하지 않았다면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었다.

국과수 관계자는 "부검을 통해 나온 사인은 수사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 수사인력 운용의 효율성까지 담보한다"면서 "타살로 보이면 상당한 수사 인력이 투입되는데 용의자를 초기에 검거하려는 것이고 자살 혹은 사고사로 추정되면 기본 인력만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부검은 사망사건 수사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사인을 정확히 알아야 수사방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국과수에 해마다 3000~4000여건의 부검 의뢰가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줄잡아 하루 평균 10구의 시신이 국과수 부검대에 오르는 셈이다.

경찰의 부검의뢰건수는 2009년 4578건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3543건으로 크게 줄었다. 부검의뢰건수로만 보면 지난해 상대적으로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가 줄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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