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경제사업활성화, 유럽에서 배운다-①운영원리] 프랑스 농부 “사과 80%는 조합에만 출하”

지역내일 2011-09-14 (수정 2011-09-14 오후 1:34:43)
유럽농협, 조합 이용 안하면 제명 … 한국농협은 계약파기 수수방관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협동조합경영의 발상지인 유럽의 협동조합도 요동치고 있다. 합병이 일어나고, 누구는 망하고 어떤 곳은 흥한다. 협동조합도 국내·외 시장에서 영리기업들과 경쟁하면서 부단히 진화하고 있다.
내일신문을 포함한 농림수산식품부 출입기자단에 소속된 20개 언론사는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의 농업 및 금융협동조합과 농가들을 취재했다. 유럽협동조합의 변화를 통해 내년 3월 사업구조개편을 앞둔 한국농협의 진로를 생각해본다. <편집자주>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지역에서 부인과 함께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구엘로 임마누엘(43)씨는 1년에 수확하는 사과의 80%를 사과협동조합인 브레따뉴 노르망디에 출하해야 한다. 조합과 18년간 장기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대신 조합은 구엘로씨가 출하한 사과의 유통과 판매를 전적으로 책임진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출하와 판매를 위해 협동해야 한다"며 "조합도 유통업체가 요구하는 물량을 공급하기 어려운데 개별 농민은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엘로씨는 145ha(사과 50ha, 곡물 35ha, 초지 60ha)의 농지를 보유하고 1년에 25만유로(약 3억7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농이지만 "협동조합 없이 농업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노르망디지역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구엘로(왼쪽)씨가 직원(처제)과 함께 과수원을 둘러보고 있다. 145ha의 농장에는 구엘로씨 부부와 직원 1명이 일한다. 노르망디 = 정연근 기자

◆협동조합 경쟁력은 '공동행동' = 협동조합의 발상지인 유럽에서 농업인들은 조합사업을 이용해야 한다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 최대 화훼경매장 알스미어 화훼공판장을 운영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협동조합 '플로라 홀랜드'의 조합원들은 생산한 꽃을 100% 조합으로 출하해야 한다. 이렇게 집적된 꽃은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팔려간다. 프랑스 최대규모의 채소협동조합연합 '세라펠(Cerafel)'에 소속된 농가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의 생산자조직 관련 규정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적 축산물가공업체인 덴마크축산협동조합 '데니쉬 크라운'의 힘도 축산농가의 공동행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덴마크 축산농가의 80%는 데니쉬 크라운 소속이다. 칼 뮬러 데니쉬 크라운 전략담당이사는 "조합원은 자신들이 기른 가축의 80% 이상을 데니쉬 크라운에 의무적으로 출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최대의 청과물 도매업체인 네덜란드 그리너리의 조합원도 조합에 출하하는 의무를 갖고 있고 가격결정권도 조합에 위임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협동조합들이 조합원에게 출하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규모화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게 목표다. 이용자회사인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은 이용자이자 소유자'다. 이런 협동조합의 경쟁력은 '공동행동'에서 나온다는 협동조합의 원칙이 유럽농업인들 사이에 뿌리내린 것이다.

◆농협경제사업 성패는 조합이용률 = 유럽의 협동조합과 달리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한국농협은 조합원이 농협사업을 잘 이용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네덜란드 덴마크의 협동조합들이 80% 이상의 산지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농협은 43%(2010년 기준)의 산지점유율에 불과하다.

유럽의 협동조합들이 1990년대 불어닥친 시장의 변화에 맞춰 살아남기 위해 규모화 전문화를 추진했던 것처럼 한국농협도 공선출하회, 연합사업 등으로 시장지배력을 키우려 하지만 농사를 잘 짓는 전업농들이 조합을 외면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조합으로 출하하겠다고 약속했다가 계약했던 금액보다 시장가격이 더 높으면 계약을 파기하고 상인들에게 파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농업협동조합법에 '조합원은 지역농협의 운영과정에 성실히 참여하여야 하며,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농협을 통하여 출하하는 등 그 사업을 성실히 이용하여야 한다'(24조 조합원의 책임)고 규정했지만 이를 어겨도 벌칙은 없다.

김창수 농협중앙회 경제사업구조개편부장은 "경제사업활성화 계획에서 핵심은 공동출하회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아래로부터 농협을 다시 조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농축산물 산지유통의 62%, 도매유통의 34%(2010년 현재 0.04%)를 차지하겠다는 농협의 경제사업활성화 계획은 조합원이 조합을 외면하는 한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르망디·블라이스베이크·호센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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