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경제사업활성화, 유럽에서 배운다 - ③협동조합의 국제연대] 한·유럽협동조합, FTA 협력할까

지역내일 2011-09-16 (수정 2011-09-16 오후 2:05:46)
데니쉬 크라운 "한국이 우리 고기 더 원할 것"
라보뱅크 "한국진출 위한 서울사무소 이미 개설"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의 농업인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까? 협동조합을 통한 국제연대로 서로 상생하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시대의 협동조합 가치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존스턴 버챌 영국 스털링대학 교수는 '세계화 속의 농협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화의 부작용을 줄이고 세계화를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초국가 협동조합을 결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앞두고 국제협동조합운동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논의가 일어날 가능성이 엿보인다.

◆협동조합경영자들은 "협력보다 경쟁" = 유럽의 협동조합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8월 31일 유럽의 농업 및 금융협동조합과 농가들을 취재하던 '공동기자단'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여 이동해 데니쉬 크라운의 호센스 가공장에 도착했다. 기자단은 첨단의 설비를 갖춘 거대한 규모에도 놀랐지만 국내 도축장이나 육가공장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이곳은 하루 2만2000두, 1주일에 10만두의 돼지를 도축·가공해 세계 1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기자단은 이들이 지난 7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한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칼 뮬러 데니쉬 크라운 전략담당이사는 "데니쉬 크라운은 경쟁력이 있고, 잘 팔린다"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 축산물을 더 많이 구입하기 위해 러시아 중국과 경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메일로 '한국의 축산농업인을 경쟁자로 생각하는지 협력자로 생각하는지' 추가 질문했더니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시장에서 다른 육류수출국들과 경쟁한다"고 답했다.

'한국 농업인들은 유럽산 육류의 수입이 늘어날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협동조합간 국제연대로 이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협동조합간 국제연대에 대해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다"고 말했다.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데니쉬 크라운에서 수입국의 동종 농업인과의 협력은 아직 눈앞에 닥친 과제가 아닌 것이다.


덴마크 호센스 지역에 있는 데니쉬 크라운의 최대 가공장 시설.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10만두의 돼지를 도축·가공해 한국 등 130개국으로 수출한다. 호센스 = 정연근 기자


네덜란드의 최대 협동조합은행 라보뱅크는 한·유럽연합 FTA 시대에 한국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월버트 반덴보쉬 라보뱅크 지배구조담당이사는 "한국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최대 청과물도매기업인 네덜란드의 협동조합기업 그리너리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리너리 홍보담당 애드 클라쎈 네덜란드 농업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같은 질문에 대해 "토마토와 후추의 경우 자유무역협정은 장기간에 이뤄지는 협약이므로 생산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경우 한국농업인들과 협력자지만 일본시장에 수출할 때는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협력과 경쟁은 시장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최원병 농협회장의 글로벌리더십 기대 = 신기엽 농협경제연구소 경영실장은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해 경영체인 각국 협동조합은 협력보다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협동조합 전문가는 "협동조합간 국제협력에 앞서 수입국인 한국의 농업인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챌 교수가 제기한 초국적 협동조합이나 협동조합간 국제연대에 대한 요구도 나오고 있다. 덴마크와 한국의 양돈농가가 하나의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데니쉬 크라운과 한국농협이 연대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찾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초국적 협동조합의 맹아도 있다. 한국 농협중앙회와 프랑스 최대 협동조합은행 끄레디 아그리꼴은 6대 4의 출자비율(300억원)로 지난 2003년 함께 'NHCA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유엔은 협동조합운동의 가치가 지금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2012년을 '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 한국의 농협중앙회장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산하 국제협동조합 농업기구(ICAO) 회장을 3번 연속 담당하고 있다. 사무국도 한국농협에 두고 있다.

신자유주의 바람 아래 고통받는 농업인과 위협받고 있는 소농경영을 지키는데 수출국 협동조합과 협력하는 '글로벌리더십'이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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