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 대회 참가기

지역내일 2011-10-08 (수정 2011-10-08 오후 12:19:55)

우승 아니어도 토론 경험 맘껏 했죠


토론 교육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현실에서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제대로 된 토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 교과 마다 진도 나가기 바쁜 공교육은 토론 수업 하기가 어려운 현실이고 교내 토론 대회나 경시대회는 스펙을 쌓기 위한 그들만의 리그라 여겨지고 있다.
미국 남가주(남 캘리포니아)에서 디베이트 대회를 7차례 주관하는 등 디베이트 문화 확산에 기여한 투게더 디베이트 케빈리 대표는 “많은 학생들이 디베이트 자체를 즐기려면 대회는 필수다. 하지만 우승이 목적이 아니라 논리 훈련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험상 토론 문화를 많이 접한 학생일수록 새로운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디베이트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25일, ‘제1회 전국 초, 중, 고 디베이트 대회’에 참가해 즐거운 토론 문화에 흠뻑 빠져봤다는 우리지역 입선 팀 얘기를 들어보자. 


분당 수내중 ‘레볼루션(Revolution)’ - 중등부 16강 
디베이트로 매너남 됐어요



“원래 말이 빠른 편이라 대회에서는 친구와 보조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고등학생 팀들은 사고나 논리력이 대단했죠.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어요. 처음 나가는 대회라 긴장되고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결과와는 상관없이 성장한 느낌이에요.” - 1학년 양준빈 군
“엄마 말씀이 대회 이후로 제 우기는(?) 태도가 없어졌대요. ‘논리적으로 부탁하면 금방 알아채고 인정하는 자세로 변했다’고 칭찬해 주세요.(웃음) - 1학년 손민성 군
분당구 수내중학교 ‘레볼루션’팀. 두 학생이 디베이트를 접한 것은 엄마들 권유에 의해서다. “준빈이는 원래 얘기로 푸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에요. 경청이나 배려보다는 자기 생각이 우선이었죠. 말하다 안 되면 싸움닭처럼 변하기도 하고(웃음) 듣는 걸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디베이트를 권했어요.” 준빈 군의 어머니, 이지수(43·정자동)씨의 말이다.
신기하게도 두 엄마가 가졌던 공통적인 바람은 경청의 자세. 민성군의 어머니 오경주(43·정자동) 씨는 손 군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참가했다는 국제창의력대회 얘기부터 꺼냈다.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애들은 정말 똑똑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팀워크를 전혀 이룰 줄 모르더라고요. 목소리 큰 아이 의견이 우선이고 친구 얘기를 들으면서 의논할 줄 모르고…. 외국 학생들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할 만한 교육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돌아보니 “자기 아이 역시 경청의 힘이 턱없이 부족하더라”는 오씨는 그때부터 민성군에서 수업을 권유했고 디베이트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순위와 상관없이 여러 번 경합해 봐
대회 준비 과정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협력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시간.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고 예측 못한 반박에 잘 대응하는 양 군과 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조사에 꼼꼼한 손 군이 시너지를 이루며 중등부 13위에 올랐다. “오전 오후에 걸쳐 4번의 디베이트를 했는데 끝날 때까지 우리가 몇 위인지 몰랐어요. 그래서 토론에만 집중 할 수 있었죠. 같은 주제에 대해 여러 번 경합하다보니 논리가 다듬어지는 걸 확실히 느껴졌어요.” 첫 대회를 전국에서 온 32개 팀과 경합하는 게 떨리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오히려 상대방 의견을 잘 듣다보니 사고가 확장됐다”고 의젓하게 대답하는 이들. 토너먼트가 아닌 리그 방식을 택해 참가팀 모두에게 다수의 기회를 준 후, 점수에 따라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라 승패보다는 토론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고 한다.


용인 언동중 ‘언동’ - 중등부 8강
디베이트 경험은 나의 소중한 자산



 용인 언동중 3학년 김기태 군과 2학년 오승혜양은 올 초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접했던 디베이트 수업이 토론 경험의 전부. 디베이트 대회가 공지 된 후 학교 예선대회를 치루기 위해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방식(전문적인 토론형식이 아닌 미국 학생들의 일반적인 토론 방식)을 습득했을 정도다.
“디베이트 수업은 저희 학교의 사서 도우미 학부형께서 처음 제안 하셨어요. 공교육에서 다뤄야 할 교육이라는 의견이 많아 방과 후 수업으로 꾸려졌지요. 기태만이 아니라 한 40명 정도가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컸습니다.” - 이길주씨(44·기흥구 청덕동)
“승혜는 언니의 권유로 신청했어요. 승혜 언니는 방학동안 디베이트 양성자과정 심판단계까지 마쳤을 정도로 관심이 많아요.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갔고 집단 면접 등의 경험도 있어서인지 동생한테 추천하더군요.” - 김형숙씨(45·죽전1동)
기본적으로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기태 군은 신문을 볼 때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사고한 후 자기의견을 정리하려는 모습이 대회 이후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했다. 승혜 양은 3학년 오빠와 호흡 맞추는 게 제일 어려웠다고. 거기에 자기 의견을 담는 입안시간이 1분 넘기가 어려워 스트레스 받고 여린 성격 탓에 반박 과정 또한 힘겨웠노라 고백한다.
“상대팀이 3학년이면 반박하는 게 건방진 거 같아 망설여졌어요. 말 자르는 거 같아 반박 타이밍도 못 맞췄고요. 하지만 대회를 통해 자신의 논리를 정확히 세우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허점을 잘 지적해 내는 게 반박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웃음)”
현재 기태 군은 고입 준비로, 승혜 양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간 탓에 디베이트 수업을 중단한 상태. 하지만 디베이트는 꼭 다시 경험해보고 싶다고 입 모아 말했다. 기태 군은 고등학교에서 본인이 주도해 디베이트 동아리를 만들겠다는 포부. 승혜 양 역시 이번에는 친한 친구랑 팀을 이뤄 신나게 참여하고 싶다고. 이들은 자신들의 말과 글이 논리적으로 정돈 되는 것과 자신감이 토론대회를 통해 얻은 수확이라며 활짝 웃었다.
 
판교 보평초 ‘시원(See One)’ - 초등부 8강
생각의 힘, 한 뼘씩 쑥~쑥



‘시원’팀은 학교 디베이트 동아리 회원들로 학교의 예선을 거쳐 참가팀으로 뽑혔다. 예선에서도 같은 주제를 다뤄본 것이 대회 참가에 도움이 되었다고. 
지난 대회의 메인 테마는 ‘재난과 환경, 인간’. 그중 초등부 주제는 ‘초등학생들의 재난대비훈련을 정규교과화 해야 한다’였다. 초등학생들은 토론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마침 일본에서 큰 지진이 났을 때라 우리들한테도 관심주제였지요.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조사했어요.”
순규 군의 의젓한 답변에 엄마 김경미(43·백현동)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디베이트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아들의 장점을 알게 된 거 같아요. 생각의 확장이나 유연성, 이런 부분을 느낄 때면 속으로 놀라곤 하지요.(웃음)”
오랫동안 직장맘이었다는 김씨는 사회생활을 통해 디베이트의 중요성을 실감하던 입장. 일 년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제일 먼저 한일이 디베이트 양성자 과정 등록이었을 정도다. “제가 배웠어도 순규는 동아리 활동으로 디베이트를 처음 접했어요. 두 번 정도의 수업 경험만 갖고 대회에 나갔는데 하루 종일 디베이트를 하다보니 놀랄 정도로 실력이 오르더군요.”
발표를 좋아하는 수진양은 디베이트를 ‘생각 팩토리’라고 표현했다. 매주 디베이트를 하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부연설명.
“매번 다른 팀과 겨루고 반박하는 게 힘들었지만 새로운 생각을 순발력 있게 표현 한 거 같아 만족해요. 8강인데도 상과 꽃다발을 받아 기분도 좋았죠.(웃음)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료 조사를 많이 해서인지 이후로 서치 하는 게 편해졌어요.”
보평초 디베이트 동아리는 아이들 각자의 판단으로 토론 수업을 시작한 경우. 엄마의 권유로 억지로 참여하면 효과가 낮다고 판단해 선생님들께 취지 설명을 부탁드린 후 지원자를 모집했다. 수진양의 엄마 김지현(42·삼평동)씨 경우는 영어인 줄만 알았던 디베이트를 딸 덕분에 제대로 알게 됐다고 한다.
“알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불거지는 다양한 시사 문제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우리말이 자유롭겠죠. 수진이는 대회에 나가 본 뒤로 자기 의견 말하는 걸 한결 편하게 생각해요.(웃음)”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Tip) 제2회 전국 초 중 고 학생 디베이트 대회 
우리말 토론 문화의 새 장을 열어가기 위한 전국 초·중·고 학생 디베이트 제2회 대회가 오는 11월 13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다. 
초·중·고 각 32개 팀, 총 96개 팀이 참여하게 되는 이번 대회는 1) 디베이트 4Round 실시 2) 토론의 본고장 미국에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확산되는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진행방식 3) 전문 디베이트 심판진을 통한 공정성과 전문성 보장 4) 교육관계자 참관을 통한 토론문화 확산 기여 5) 16강 이상 수상(참가자 전원 격려상) 취지로 진행하는 무료 토론 대회다.
이번 대회의 Main Theme는 ‘경제 위기의 극복’으로, 초등부는 ‘외국 수학여행을 금지해야 한다’ 중등부는 ‘공공요금 결정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고등부는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 진출은 정당하다’란 주제로 세부 토론을 진행한다.  
참가 희망자는 성별과 학년에 상관없이 같은 학교 학생 2명이 팀을 이뤄 오는 10월 12일(수) 오후 5시부터 선착순 이메일 접수(help@TogetherDebateClub.com)하면 된다.
문의 02-886-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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