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저축은행 사외이사·감사에 관료·금감원 출신 포진
대출 관련 이사회 안건에 반대 한건도 없어 … 감시기능 상실
올들어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될 때마다 사외이사와 감사의 부실한 견제기능은 도마에 올라왔다. 고위 관료나 감독당국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으면서도 불법·부실 경영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사외이사와 감사들은 부산저축은행처럼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불법·부실 경영을 견제하는 데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수기 역할만 한 사외이사 = 제일저축은행 이사회는 지난 1월6일 '부동산 PF 대출 규정 개정의 건'을 처리했다. 당시 사외이사 4명은 이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PF대출은 이번에 영업정지를 받은 저축은행의 부실을 키운 최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4월 5일 안건으로 올라온 '대출 규정 개정의 건'과 '여신거래 기본 약관 개정 및 시행에 관한 건'에서도 반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8월19일 '리스크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측정 결과 보고 및 종합리스크관리계획 수립의 건'에 도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당시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를 강화했다면 1년 뒤 영업정지라는 파국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친 셈이다.
프라임저축은행의 사외이사 3명은 'PF 대출채권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매각 결과 보고', '대출이자의 감면', '리스크관리규정 개정' 등의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대영상호저축은행 감사위원회에는 지난해 8월27일 내부통제 운영실태 자체점검 결과 보고에 관한 안건이 올라왔다. 사외이사 2명과 상근감사위원 1명으로 구성된 이 은행 감사위는 100% 찬성으로 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외이사 4명이 포함된 토마토저축은행 이사회는 지난해 12월23일 토마토2저축은행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 안건을 가결했다.
이처럼 4개 저축은행이 지난 1년간 59차례 이사회 안건을 처리하는 동안 사외이사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견제는 못하고 '바람막이' 역할만 = 이들 저축은행에는 전직 관료가 사외이사로 대거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제일저축은행에는 김창섭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감사원, 은행감독원 출신 이국희씨가 사외이사로 활동중이다. 이종남 전 감사원장은 사외이사로 있다가 지난 5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사임했다. 토마토저축은행 사외이사인 조성익씨는 전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프라임저축은행에는 전 육군본부 장교 출신인 김창현씨가 사외이사로 있다. 전직 고위관료들이 사외이사로 있었지만 견제와 감시라는 본래의 기능은 상실한 채 '거수기' 역할만 해온 셈이다.
감사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제일저축은행 김상화 감사, 토마토 신창현 감사는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또 제일2와 에이스에는 전 금감원 수석검사역 출신인 안정석씨와 곽재을씨가 감사로 있었다.
고위관료와 감독당국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나 감사로 있었지만 이들 저축은행은 불법대출과 부실 경영이 드러나면서 결국 영업정지를 당했다. 저축은행 사외이사나 감사가 대주주와 경영진을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못하고 '바람막이'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본홍 기자·연합뉴스 bhkoo@naeil.com
[관련기사]
- [영업정지 저축은행 사외이사·감사들] 불법·부정·부실위험 눈감았다
-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파장 어디까지] 저축은행 구조조정, 주식·채권시장에도 된서리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대출 관련 이사회 안건에 반대 한건도 없어 … 감시기능 상실
올들어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될 때마다 사외이사와 감사의 부실한 견제기능은 도마에 올라왔다. 고위 관료나 감독당국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으면서도 불법·부실 경영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사외이사와 감사들은 부산저축은행처럼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불법·부실 경영을 견제하는 데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수기 역할만 한 사외이사 = 제일저축은행 이사회는 지난 1월6일 '부동산 PF 대출 규정 개정의 건'을 처리했다. 당시 사외이사 4명은 이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PF대출은 이번에 영업정지를 받은 저축은행의 부실을 키운 최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4월 5일 안건으로 올라온 '대출 규정 개정의 건'과 '여신거래 기본 약관 개정 및 시행에 관한 건'에서도 반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8월19일 '리스크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측정 결과 보고 및 종합리스크관리계획 수립의 건'에 도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당시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를 강화했다면 1년 뒤 영업정지라는 파국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친 셈이다.
프라임저축은행의 사외이사 3명은 'PF 대출채권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매각 결과 보고', '대출이자의 감면', '리스크관리규정 개정' 등의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대영상호저축은행 감사위원회에는 지난해 8월27일 내부통제 운영실태 자체점검 결과 보고에 관한 안건이 올라왔다. 사외이사 2명과 상근감사위원 1명으로 구성된 이 은행 감사위는 100% 찬성으로 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외이사 4명이 포함된 토마토저축은행 이사회는 지난해 12월23일 토마토2저축은행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 안건을 가결했다.
이처럼 4개 저축은행이 지난 1년간 59차례 이사회 안건을 처리하는 동안 사외이사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견제는 못하고 '바람막이' 역할만 = 이들 저축은행에는 전직 관료가 사외이사로 대거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제일저축은행에는 김창섭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감사원, 은행감독원 출신 이국희씨가 사외이사로 활동중이다. 이종남 전 감사원장은 사외이사로 있다가 지난 5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사임했다. 토마토저축은행 사외이사인 조성익씨는 전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프라임저축은행에는 전 육군본부 장교 출신인 김창현씨가 사외이사로 있다. 전직 고위관료들이 사외이사로 있었지만 견제와 감시라는 본래의 기능은 상실한 채 '거수기' 역할만 해온 셈이다.
감사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제일저축은행 김상화 감사, 토마토 신창현 감사는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또 제일2와 에이스에는 전 금감원 수석검사역 출신인 안정석씨와 곽재을씨가 감사로 있었다.
고위관료와 감독당국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나 감사로 있었지만 이들 저축은행은 불법대출과 부실 경영이 드러나면서 결국 영업정지를 당했다. 저축은행 사외이사나 감사가 대주주와 경영진을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못하고 '바람막이'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본홍 기자·연합뉴스 bhkoo@naeil.com
[관련기사]
- [영업정지 저축은행 사외이사·감사들] 불법·부정·부실위험 눈감았다
-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파장 어디까지] 저축은행 구조조정, 주식·채권시장에도 된서리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