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음식업주들의 ‘이유있는 분노’

지역내일 2011-10-20
김진동 논설고문

음식점 주인들이 뿔났다. "참다 못해 일어났다. 우리도 먹고 살자" "우리가 카드사의 봉이냐"는 절규가 펄럭이는 가운데 전국 식당업주들이 모여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며 '범외식인 10만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 2004년 여의도 솥단지 시위 이후 7년만에 대규모 집단 시위에 나섰다.

이 결의대회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하여 전국의 업주들이 버스 60여대를 대절하여 참여했다. 이들은 식당 신용카드도 수수료율을 2.65%에서 1.5%로 인하하고 중국동포 식당종업원 고용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대형 솥단지에 신용카드를 잘라 넣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영세 식당 등치는 신용카드사는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식당업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그만큼 영업상황이 절박하고 먹고 살기가 힘겹다는 현실의 반영이다. 전국의 음식점은 51만5000여개에 이른다. 종사자는 30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8명 중 1명 꼴이다.

음식점은 비교적 손쉬운 창업분야로 외환위기 이후 쏟어져나온 퇴직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자영업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만큼 자본이 영세하고 경쟁이 치열하여 성장이 더디고 위기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음식점 3곳 중 1곳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안타까운 현상이 벌어진다.

음식점 카드 수수료율 골프장·백화점보다 높아

조용하게 생업에만 매달리던 식당 주인들이 분노를 폭발시키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음식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골프장 백화점 대형마트(1.5~1.7%)보다 높다. 뿐만 아니라 음식점은 카드사와 개별 계약만 가능해 협상력이 없고 한 카드사와 계약을 맺으면 모든 카드를 자동 취급해야 함으로서 선택할 권리가 없다. 카드사의 전횡에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음식점은 영세 서민들의 고단한 삶의 현주소다. 온 가족이 동원되어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해도 손에 쥐는 건 200만~300만원의 인건비가 고작이다. 자금과 기술이 달려 업종전환을 하기도 쉽지 않다. 버티다 못하면 폐업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르는 물가와 수시로 터지는 가축과 어패류 전염병의 2차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고 농어민과 달리 정부의 정책적 배려도 없다. 친서민이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거창한 정책도 영세 자영업자들엔 해당사항 없는 한바탕 구호일 뿐이다.

영세 음식점들이 겨우 연명을 하는 데도 카드사들은 연간 수조원대의 이익을 내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조7000억원대의 막대한 순이익을 올렸고 올해도 이미 1조원 가까운 이익을 냈다. 신용카드사의 이익 중 가맹점 수수료가 60%에 이른다. 가맹점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이다. 카드사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민간소비 중 카드 이용액 비중은 2004년 38.4%에서 지난해 57%로 높아졌다. 이에 상응해 수수료율을 내리는 것이 시장 이치에 맞다. 특히 음식점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점을 고려해서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백화점 골프장 항공사들보다 높은 수수료를 부담한다. 식당업주들의 분노 폭발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카드사들이 이유 있는 항변에 밀려 식당 카드 수수료율을 1.8%로 내리고 적용 범위도 연 매출 2억원까지로 확대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골프장이나 백화점 수준으로 더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주유소·이미용실·약국 등으로 확산 가능성

카드 수수료 분쟁은 식당에서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전국 주유소 사장들이 실력행사에 나설 태세이고 앞으로 이미용실 약국 학원 슈퍼마켓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용한 분노가 시끄러운 분노로 바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날 징후가 보인다.

이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분노의 시위에는 정부에 대한 엄중한 경고 메시지가 깔려 있다. 월가 점령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금융탐욕을 규탄하는 시위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내재했던 다양한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산층이 무너진 마당에 영세 자영업마저 무너지면 서민경제는 파탄이 난다. 서민경제 안정을 위한 해법을 가볍게 다룰 경우 '대란'으로 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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