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성장의 지속성은 모든 경제변수가 안정을 유지할 때 보장되며 그런 때에 생산성이 향상되고 일자리도 비교적 많이 창출된다. 어느 경제변수든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환율은 더욱 그렇다. 에너지 자원과 각종 공업용 자원을 거의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주요 식량자원 역시 마찬가지인 우리나라로서는 환율 등락의 부정적인 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 환율은 세계 어느 나라 통화보다 훨씬 더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추석 직후인 9월 14일에는 31원이나 폭등했고, 그 뒤에도 하루에 20원 이상 폭등하는 일이 자주 벌어졌으며, 25일과 26일에는 이틀 사이에 60원이나 폭등했다. 그 결과 8월 초 1050원이었던 환율이 두달도 안 되는 사이에 무려 150원 가까이 올라 9월 23일에는 한때 1196원까지 상승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나라 대외의존도가 높고, 외환거래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고, 대부분 전문가들도 여기에 동의한다.
과연 이런 이유 때문만일까? 아니다. 그것들은 결정적인 원인도 아니고 근본적인 원인도 아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대외의존도는 우리나라보다 더 높고 외환거래도 더 자유로운데, 환율은 안정적이다.
모든 원인은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일어난다. 가장 먼저 변동을 시작한 변수를 찾으면 근본원인은 찾은 것이나 다름없다.
원화만 유독 폭등락 거듭한 까닭
가장 먼저 변동한 변수는 무엇일까? 바로 통화당국의 대외자산이었다. 7월에만 60억달러가 증가했는데, 이것은 경상수지 흑자보다 11억달러나 더 많았다.
통화당국이 외환시장에서 공급보다 더 많은 외환을 사들였으니 환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환율급등의 근본원인이었다.
외환당국은 공격적인 방어정책을 지속하여 추석 직전인 9월 9일에는 환율을 1080원까지 끌어올렸다. 한달여 사이에 30원 이상 상승한 셈이다.
한꺼번에 오른 것이 아니라 약간의 등락은 있었지만 꾸준히 상승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이런 기대감은 수요의 시간이동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나중에 외환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매수하는 것이다.
미래의 수요가 현재로 이동해와 현재의 수요와 합쳐지면 환율은 당연히 급등한다. 더 치명적인 결과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환율이 급등하자 환차손이 발생했고, 외국인 투자자는 그걸 줄이기 위해 국내투자를 회수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주식시장도 폭락을 거듭했다. 외채가 1000억달러에 달했던 국내 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외채상환을 서둘렀으며, 결국 환율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 환율개입이 시장 왜곡
천만다행으로 미국과 유럽의 주식시장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안정을 찾으면서 우리 환율은 20원 가량 떨어졌다. 이런 때 외환당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환율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당국의 개입이 시장왜곡을 일으킴으로써 환율의 폭등과 폭락을 불러왔던 것이다. 그러니 경제활동이 어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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