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환율이 1500원이 되더라도…”

지역내일 2011-10-06
뷰스앤뉴스 편집국장

"설령 환율이 1500원이 되더라도 그냥 놔둬야 한다. 그러면 오래 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찾아오게 마련이다."

전직 고위 통화당국자의 말이다. 그는 최근 외환당국의 거듭되는 외환시장 개입이 외환보유고만 축낼 것을 우려하며 이같이 탄식했다. 그의 우려대로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88억달러 이상 급감하면서 3000억달러 선마저 위태로워졌다.

기획재정부는 시장개입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환투기세력의 공격'을 시장개입의 한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역외세력들은 최근 한달간 집요하게 달러화를 사들이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을 견인했다. 정부로서는 물가 폭등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환투기세력의 공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투기세력과 싸움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쥐고 있는 카드를 상대방에게 읽히지 않는 것이다. '포커 페이스'가 돼야 이길 수 있다는 의미다.

1999년 7월 대우사태가 터졌을 때의 일이다. 회사채 유통수익률(금리)이 두자리 숫자로 폭등하고 잠재 부실기업들과의 거래를 기피하면서 제2의 IMF사태가 터지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됐다.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은 이에 "은행과 보험으로 돈이 몰리니 은행과 보험들이 투신권 보유채권 매입에 적극 나서 기업의 자금난을 풀어주라"며 3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조성케 했다. 그리고 기금 운영자로 김정태 주택은행장을 택했다.

김정태 행장은 기금을 운영할 전문가들을 발탁한 뒤 딱 한가지 지시를 내렸다. "당신들이 오늘 30조원을 갖고 채권을 다 사도 좋다. 당신들 판단대로 움직여라. 단 한가지, 절대로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장이 절대로 알지 못하게 하라."

"시장이 절대 알지 못하게 하라"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한자리 숫자로 진정됐고, 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 기금 조성 6개월만에 돈을 은행과 보험에 돌려주었다.

원금만 돌려준 게 아니었다. 운용수익률 9.8%의 경이적 배당까지 해줬다. 공적 기금을 조성해 이렇듯 높은 수익을 돌려준 건 처음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기금 운영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장이 도통 알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시장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글로벌 더블딥'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미국 실물경제도 경기부양을 할 재원이 소진되면서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축인 중국경제도 인플레 압력으로 급속히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3년 전 세계 파생금융상품 규모가 550조달러였다. 이것이 지금은 600조달러로 늘어났다. 3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그 난리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금융계는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투기적 행태를 계속해왔다는 의미다. 이번 위기는 3년 전 위기보다 더 타격이 크고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다가 국내적으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똑딱거리고 있다. 부동산경기 장기침체와 부동산거품 파열로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면서 금융·실물경제가 동시에 불황에 빠져드는 '복합불황'이 발발할 것이란 경고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의 위기다. 중장기전을 펼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냉정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환율이나 주가에 연연해선 안된다. 외환보유고를 풀고 연기금을 동원해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철저한 포커 페이스 되어야

주가가 폭락하면 놔둬야 한다. 지금처럼 연기금이 외국인의 현금지급기 노릇을 계속해선 안된다. 그래야만 외국인도 어느 선에서 손실을 우려해 팔자 행진을 멈추게 된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환투기세력이 환율을 끌어올리더라도 외환보유고를 단단히 지키면서 반격의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환투기세력이 겁을 먹고 슬그머니 발을 뻬기 마련이다.

해법은 단 하나다. 정부가 철저한 '포커 페이스'가 돼야 한다는 거다. 정치권과 언론도 부화뇌동하지 말고 차분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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