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잉지우 베이징대 교수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2차 북미회담이 열렸다. 회담이 끝난 후의 상황을 미루어보아 북한은 회담에서 6자회담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번에 제시한 로드맵과 9·19공동성명의 다른 점은 전자가 점진적인 방법이었다면 이번에는 근본문제부터 풀자는 속도전의 방법이다.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과정을 처음부터 동시에 추진하자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회담이 끝난 하루 뒤 동남아를 순방 중이던 미국무부 커트 캠벨 차관보가 서울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이 북한이 내놓은 새로운 로드맵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 중국 리커챵 제1부총리가 23일과 26일 평양과 서울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남북문제와 6자회담문제도 토의했다. 28일에는 남·북·러 간접대화가 모스크바에서 있었다.
닷새 사이에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5개 나라가 움직인 것이다. 유례가 없던 일이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1994년 10월 북미기본합의서가 체결돼 북핵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지가 벌써 17년이나 됐다. 그 때에는 북한에게 핵개발을 포기하라고 압력을 가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북한은 끝내 핵을 갖고야 말았다. 이제 미국은 북한이 갖고 있는 핵을 내놓게 해야 한다. 더 힘든 일이다. 북핵문제의 본질은 북미의 적대관계에 있다.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다.
17년 동안 미국정부의 대북정책은 한결같았다. 집권 초기에는 북한에 압력을 넣는 방법으로 대하다가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다시 대화 테이블로 돌아서는 것이다. 클린턴 시대에도 그랬고 부시 시대에도 그랬으며 오바마도 꼭 닮아가는 양상이다.
북한이 제시한 로드맵은 '속도전'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핵을 내놓게 할 수 없었다. 모두 적대적인 대북정책의 포기 없이 북한 핵을 없애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있고 한국과 미국은 3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대량살상무기(WMD) 모라토리엄 선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사실은 이러한 것들은 별로 의미가 없다. 북한이 만약 이 조건을 다 받아들여 6자회담이 다시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다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란 것은 70년대부터였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다. 미국과 관계개선은 북한의 안보와 경제발전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일본과 손을 잡고 북한을 굴복시키려고 하던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다시 손을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 재선을 노리고 있는 오바마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던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 같은 것은 대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하튼 힘에 의한 해결로부터 대화에 의한 해결로 돌아선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서로의 불신도 동시행동의 원칙대로 쌍방이 함께 움직인다면 신뢰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 나가느냐이다. 일괄 타결도 좋고 그랜드바겐도 좋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 북한의 모든 핵시설과 핵무기를 한꺼번에 없애버릴 수는 없다.
한꺼번에 북한과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도 없다. 유일한 방법은 단계적으로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서로 신뢰를 구축하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속도전으로는 절대 안될 일이다.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신뢰 구축해야
하지만 마음만 있다면, 꾸준히 해나간다면 지난 17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도 이제는 20년 간의 비상시기를 마무리하고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하고 경제건설이 국가발전전략의 우선순위에 놓인 정상적인 시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느 정도까지 선회하느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 시기로 되돌아가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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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2차 북미회담이 열렸다. 회담이 끝난 후의 상황을 미루어보아 북한은 회담에서 6자회담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번에 제시한 로드맵과 9·19공동성명의 다른 점은 전자가 점진적인 방법이었다면 이번에는 근본문제부터 풀자는 속도전의 방법이다.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과정을 처음부터 동시에 추진하자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회담이 끝난 하루 뒤 동남아를 순방 중이던 미국무부 커트 캠벨 차관보가 서울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이 북한이 내놓은 새로운 로드맵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 중국 리커챵 제1부총리가 23일과 26일 평양과 서울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남북문제와 6자회담문제도 토의했다. 28일에는 남·북·러 간접대화가 모스크바에서 있었다.
닷새 사이에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5개 나라가 움직인 것이다. 유례가 없던 일이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1994년 10월 북미기본합의서가 체결돼 북핵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지가 벌써 17년이나 됐다. 그 때에는 북한에게 핵개발을 포기하라고 압력을 가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북한은 끝내 핵을 갖고야 말았다. 이제 미국은 북한이 갖고 있는 핵을 내놓게 해야 한다. 더 힘든 일이다. 북핵문제의 본질은 북미의 적대관계에 있다.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다.
17년 동안 미국정부의 대북정책은 한결같았다. 집권 초기에는 북한에 압력을 넣는 방법으로 대하다가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다시 대화 테이블로 돌아서는 것이다. 클린턴 시대에도 그랬고 부시 시대에도 그랬으며 오바마도 꼭 닮아가는 양상이다.
북한이 제시한 로드맵은 '속도전'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핵을 내놓게 할 수 없었다. 모두 적대적인 대북정책의 포기 없이 북한 핵을 없애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있고 한국과 미국은 3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대량살상무기(WMD) 모라토리엄 선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사실은 이러한 것들은 별로 의미가 없다. 북한이 만약 이 조건을 다 받아들여 6자회담이 다시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다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란 것은 70년대부터였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다. 미국과 관계개선은 북한의 안보와 경제발전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일본과 손을 잡고 북한을 굴복시키려고 하던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다시 손을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 재선을 노리고 있는 오바마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던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 같은 것은 대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하튼 힘에 의한 해결로부터 대화에 의한 해결로 돌아선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서로의 불신도 동시행동의 원칙대로 쌍방이 함께 움직인다면 신뢰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 나가느냐이다. 일괄 타결도 좋고 그랜드바겐도 좋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 북한의 모든 핵시설과 핵무기를 한꺼번에 없애버릴 수는 없다.
한꺼번에 북한과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도 없다. 유일한 방법은 단계적으로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서로 신뢰를 구축하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속도전으로는 절대 안될 일이다.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신뢰 구축해야
하지만 마음만 있다면, 꾸준히 해나간다면 지난 17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도 이제는 20년 간의 비상시기를 마무리하고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하고 경제건설이 국가발전전략의 우선순위에 놓인 정상적인 시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느 정도까지 선회하느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 시기로 되돌아가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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