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상비약도 마음대로 먹으면 위험
진통제 하나만 부작용 40여개, 슈퍼 점원에 판매 맡겨서야 … 약물중독 환자 해마다 증가
정부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정책이 안전성 논란을 낳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소화제, 자양강장제 등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한 데 이어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가정상비약을 약국외 판매가능 의약품으로 별도 분류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약국외 판매 허용으로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의약품들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갖고 있으며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해선 안된다는 '병용금기'가 있어 일반 슈퍼나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판매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약국외 판매가 금지된 현재도 이미 부작용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진통제 하나만 부작용 정보 40개 = 정부가 약국외 판매를 추진중인 약품은 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가정상비약이다.
이들 상비약은 흔히 위험성이 낮다고 여겨지지만 식약청 의약품 정보와 제품 사용설명서만 참고해도 상당수의 부작용·주의사항 정보가 제시되고 있다. 다른 약과 병용하거나 연령금기를 어길 경우 위험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진통제 타이레놀의 경우 급성 간염, 혈소판 감소 등 45가지의 부작용·주의사항이 경고되고 있다. 12세 이하의 아동은 사용해선 안된다. 부루펜은 위장관 출혈, 심혈관계 이상 등 65가지의 부작용과 주의사항이 제시되고 있으며 임산부는 복용금지다. 아스피린은 급성천식, 쇼크 등 41가지 사항이 경고되고 있으며 항응고제와 함께 사용해선 안된다. 현기증, 졸음 등 39가지 주의사항이 제시되고 있는 판콜에스의 경우 진해거담제 등과 함께 복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들 약품을 다른 약과 병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은 급증한다. 약사회에 따르면 해열진통제와 함께 항응고제를 복용할 경우 위장관 출혈 가능성이 약 13배 증가한다. 스테로이드의 경우 단독으로 복용하면 궤양이나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지만 해열진통제와 병용하면 궤양 발생률이 4배, 합병증 발생률이 22배까지 증가한다. 여러 종류의 해열제를 함께 사용하거나 알콜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
이미 판매중인 약품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던 위험성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게보린의 경우 재생불량성 빈혈 부작용 등의 문제가 제기돼 15세 미만은 투여할 수 없도록 조치됐다. 소화제인 정로환은 '크레오소트'라는 성분이 발암의심물질로 부각됐고 현재 7세 영유아는 복용할 수 없다. 파스 케토톱 역시 케토프로펜이라는 성분이 광과민증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해 15세 미만 사용이 금지됐고 감기약 콘택600의 경우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이 뇌졸중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시장에서 퇴출된 바 있다.
복지부는 일반 슈퍼나 편의점이 의약품을 판매할 때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각종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등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이 방대한 부작용·병용금기 정보를 약사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원에게 맡겨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약국외판매가 확대되고 제품이 늘수록 위험은 더 커질 전망이다.
◆10대 약물중독 5년간 3.3배 증가 = 약물중독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약국외 판매를 서두르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약물중독'이란 약물이 몸속에 지나치게 많아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태다. 가벼운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복통에서부터 들뜬 기분, 혼동, 착각, 환각 등의 정신병적 상태를 보이거나 혼수와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약물중독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수는 2006년 1만624명에서 지난해 1만7961명으로 1.7배 늘었다. 하루에 5명씩 새로운 약물중독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특히 10대의 중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500명이던 10대 약물중독 환자는 지난해 1643명으로 3.3배 증가했다. 전체 연령대가 증가율의 2배에 이른다. 10대 약물중독 환자수는 2006년 9개 연령대 중 꼴찌수준이었다. 그러나 2010년에는 20~50대에 이어 5번째로 약물중독이 많은 연령대가 됐다.
◆"타이레놀·게보린 중독 많아" =
또다른 문제는 10대가 가장 많이 중독된 의약품이 현재 정부가 슈퍼판매를 추진 중인 해열·진통제라는 사실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2006~2010년간 10대 약물중독 환자 5794명 중 1798명(31%)이 진통제와 해열제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통제·해열제로 인한 10대 중독자는 2006년 97명에서 2010년 522명으로 6배 늘었다.
원희목(한나라당) 의원이 심평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약물중독으로 가장 오래 입원치료받은 10대 상위 10명 중 5명은 '진통제·해열제' 계열에 의한 약물중독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원치료일수가 43일로 가장 긴 14세 청소년(여성)과 입원일수 6위(16세 여성)는 '아미노페놀유도체에 의한 중독'으로 나타났다. 아미노페놀은 아세트아미노펜 합성에 사용되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한 의약품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타이레놀'이다.
타이레놀 약화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슈퍼판매가 허용된 영국의 경우 3년간 400명, 미국은 매년 450명에 달한다. 그러나 슈퍼판매가 불허된 프랑스에서는 3년간 18명에 불과하다.
한편 원 의원은 "아미노페놀 외의 진통제·해열제 계열 약물중독 3명은 '게보린'에 의한 중독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게보린은 지난해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학생들의 조퇴를 위해 다량 복용한 사례가 지적됐고 올해에는 게보린 과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다이어트하는 사례까지 등장한 바 있다.
게보린의 핵심성분 IPA(이소프로필 안티피린)의 유해성 여부를 검증 중인 삼진제약은 최근 인기 걸그룹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가 비판에 못 이겨 철회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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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하나만 부작용 40여개, 슈퍼 점원에 판매 맡겨서야 … 약물중독 환자 해마다 증가
정부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정책이 안전성 논란을 낳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소화제, 자양강장제 등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한 데 이어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가정상비약을 약국외 판매가능 의약품으로 별도 분류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약국외 판매 허용으로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의약품들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갖고 있으며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해선 안된다는 '병용금기'가 있어 일반 슈퍼나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판매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약국외 판매가 금지된 현재도 이미 부작용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진통제 하나만 부작용 정보 40개 = 정부가 약국외 판매를 추진중인 약품은 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가정상비약이다.
이들 상비약은 흔히 위험성이 낮다고 여겨지지만 식약청 의약품 정보와 제품 사용설명서만 참고해도 상당수의 부작용·주의사항 정보가 제시되고 있다. 다른 약과 병용하거나 연령금기를 어길 경우 위험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진통제 타이레놀의 경우 급성 간염, 혈소판 감소 등 45가지의 부작용·주의사항이 경고되고 있다. 12세 이하의 아동은 사용해선 안된다. 부루펜은 위장관 출혈, 심혈관계 이상 등 65가지의 부작용과 주의사항이 제시되고 있으며 임산부는 복용금지다. 아스피린은 급성천식, 쇼크 등 41가지 사항이 경고되고 있으며 항응고제와 함께 사용해선 안된다. 현기증, 졸음 등 39가지 주의사항이 제시되고 있는 판콜에스의 경우 진해거담제 등과 함께 복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들 약품을 다른 약과 병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은 급증한다. 약사회에 따르면 해열진통제와 함께 항응고제를 복용할 경우 위장관 출혈 가능성이 약 13배 증가한다. 스테로이드의 경우 단독으로 복용하면 궤양이나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지만 해열진통제와 병용하면 궤양 발생률이 4배, 합병증 발생률이 22배까지 증가한다. 여러 종류의 해열제를 함께 사용하거나 알콜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
이미 판매중인 약품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던 위험성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게보린의 경우 재생불량성 빈혈 부작용 등의 문제가 제기돼 15세 미만은 투여할 수 없도록 조치됐다. 소화제인 정로환은 '크레오소트'라는 성분이 발암의심물질로 부각됐고 현재 7세 영유아는 복용할 수 없다. 파스 케토톱 역시 케토프로펜이라는 성분이 광과민증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해 15세 미만 사용이 금지됐고 감기약 콘택600의 경우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이 뇌졸중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시장에서 퇴출된 바 있다.
복지부는 일반 슈퍼나 편의점이 의약품을 판매할 때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각종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등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이 방대한 부작용·병용금기 정보를 약사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원에게 맡겨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약국외판매가 확대되고 제품이 늘수록 위험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약물중독'이란 약물이 몸속에 지나치게 많아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태다. 가벼운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복통에서부터 들뜬 기분, 혼동, 착각, 환각 등의 정신병적 상태를 보이거나 혼수와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약물중독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수는 2006년 1만624명에서 지난해 1만7961명으로 1.7배 늘었다. 하루에 5명씩 새로운 약물중독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특히 10대의 중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500명이던 10대 약물중독 환자는 지난해 1643명으로 3.3배 증가했다. 전체 연령대가 증가율의 2배에 이른다. 10대 약물중독 환자수는 2006년 9개 연령대 중 꼴찌수준이었다. 그러나 2010년에는 20~50대에 이어 5번째로 약물중독이 많은 연령대가 됐다.
◆"타이레놀·게보린 중독 많아" =
또다른 문제는 10대가 가장 많이 중독된 의약품이 현재 정부가 슈퍼판매를 추진 중인 해열·진통제라는 사실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2006~2010년간 10대 약물중독 환자 5794명 중 1798명(31%)이 진통제와 해열제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통제·해열제로 인한 10대 중독자는 2006년 97명에서 2010년 522명으로 6배 늘었다.
원희목(한나라당) 의원이 심평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약물중독으로 가장 오래 입원치료받은 10대 상위 10명 중 5명은 '진통제·해열제' 계열에 의한 약물중독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원치료일수가 43일로 가장 긴 14세 청소년(여성)과 입원일수 6위(16세 여성)는 '아미노페놀유도체에 의한 중독'으로 나타났다. 아미노페놀은 아세트아미노펜 합성에 사용되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한 의약품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타이레놀'이다.
타이레놀 약화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슈퍼판매가 허용된 영국의 경우 3년간 400명, 미국은 매년 450명에 달한다. 그러나 슈퍼판매가 불허된 프랑스에서는 3년간 18명에 불과하다.
한편 원 의원은 "아미노페놀 외의 진통제·해열제 계열 약물중독 3명은 '게보린'에 의한 중독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게보린은 지난해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학생들의 조퇴를 위해 다량 복용한 사례가 지적됐고 올해에는 게보린 과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다이어트하는 사례까지 등장한 바 있다.
게보린의 핵심성분 IPA(이소프로필 안티피린)의 유해성 여부를 검증 중인 삼진제약은 최근 인기 걸그룹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가 비판에 못 이겨 철회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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