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한남대 객원교수, 전 연합뉴스 논설고문
우리나라 국민은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 실업률이 3%로 거의 완전고용 상태인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연합(EU) 27개국 전체의 실업률 10.2%와 미국의 9.0%, 일본의 4.1%보다 월등히 낮은 수치이다. 이런 나라에서 하루 빨리 백수 신세를 면하게 해달라며 무소속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당선시켰으니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통계조사는 조사방법이 쉽지 않은 데다 전제가 많아 계산이 매우 어렵고 제대로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세계 인구 70억명째 주인공을 놓고도 세계 여러나라가 서로 자기네 아이가 주인공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알 만하다.
필리핀 정부는 마닐라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가 70억번째라고 선포하는가 하면 국제구호기구인 플랜 인터내서널은 인도 우타프라데시주에서 태어난 아이를 70억번째라고 지정했다. 이밖에 터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라오스 , 몰디브 등지에서도 자국의 아이를 70억번째라고 주장하며 출생을 축하하고 있으니 가관이다.
하루에 수백만명이 죽고 태어나는 상황에서 정확히 70억명째가 누구인지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유엔이 10월 31일을 세계 인구가 70억명이 되는 날이라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 자체도 의문이다.
미국의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 센서스국의 예측으로는 내년 3월이 돼야 세계 인구가 70억명이 된다"면서 "31일은 유엔이 정한 상징적인 날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영국 BBC방송은 "유엔 전문가조차 70억명의 인구가 되는 시기에 최대 12개월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잡기는 이처럼 어렵다. 그렇지만 그럴듯한 숫자놀음도 있다.
'거북이 따라잡을 수 없다'는 헛소리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 최고의 영웅으로, 발이 빠른 아킬레우스가 느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거북이를 절대 추월할 수 없다는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역설이 바로 그것이다.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보다 10배 빨리 달린다는 가정하에 아킬레우스에게 100m 뒤에서 출발하는 핸디켑을 부여할 경우, 아킬레우스는 평생을 가도 절대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아킬레우스가 100m를 달렸을 때 거북이는 110m에 , 아킬레우스가 110m를 갔을때 거북이는 111m에, 아킬레우스가 111m를 갔을 때 거북이는 111.1m에 각각 위치하는 식이기 때문에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그럴듯한 헛소리다.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보다 10배 빨리 달리기 때문에 거북이가 100m를 갈 때 아킬레우스는 1km를 달리게 되는데 거북이에게 100m 앞에서 달리도록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서 거북이가 항상 아킬레우스를 앞서가겠는가.
이러한 숫자놀음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대중은 수적인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숫자는 외견상의 엄밀성으로 인해 일종의 환각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여론을 형성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도박행위를 단속했을 때 통상 도박판의 판돈을 수치로 발표하는데 그 수치의 왜곡이나 편향을 간파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사람들의 신념을 강화하거나 즐겁게 만드는 숫자만을 제시하는 경우나, 아니면 그와 정반대의 것만을 제시하는 경우 등 숫자를 악용하는 사례가 허다하게 나타난다.
KDI조차 "실업률 통계 왜곡" 지적
이젠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원)조차도 실업률 통계가 조사 방식상의 결함 때문에 왜곡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전문위원실도 "국회의 반복적인 지적과 시정요구에도 통계청이 실업률 통계 개선방안을 모색하지 않는 것은 통계품질 진단 및 개선사업을 부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통계품질 진단과 개선사업 예산을 일부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실업률 통계가 바로잡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일부 사회주의 국가나 후진국 통계가 전근대적이어서 상호 비교 가능성과 국제적 신뢰면에서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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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은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 실업률이 3%로 거의 완전고용 상태인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연합(EU) 27개국 전체의 실업률 10.2%와 미국의 9.0%, 일본의 4.1%보다 월등히 낮은 수치이다. 이런 나라에서 하루 빨리 백수 신세를 면하게 해달라며 무소속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당선시켰으니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통계조사는 조사방법이 쉽지 않은 데다 전제가 많아 계산이 매우 어렵고 제대로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세계 인구 70억명째 주인공을 놓고도 세계 여러나라가 서로 자기네 아이가 주인공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알 만하다.
필리핀 정부는 마닐라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가 70억번째라고 선포하는가 하면 국제구호기구인 플랜 인터내서널은 인도 우타프라데시주에서 태어난 아이를 70억번째라고 지정했다. 이밖에 터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라오스 , 몰디브 등지에서도 자국의 아이를 70억번째라고 주장하며 출생을 축하하고 있으니 가관이다.
하루에 수백만명이 죽고 태어나는 상황에서 정확히 70억명째가 누구인지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유엔이 10월 31일을 세계 인구가 70억명이 되는 날이라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 자체도 의문이다.
미국의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 센서스국의 예측으로는 내년 3월이 돼야 세계 인구가 70억명이 된다"면서 "31일은 유엔이 정한 상징적인 날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영국 BBC방송은 "유엔 전문가조차 70억명의 인구가 되는 시기에 최대 12개월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잡기는 이처럼 어렵다. 그렇지만 그럴듯한 숫자놀음도 있다.
'거북이 따라잡을 수 없다'는 헛소리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 최고의 영웅으로, 발이 빠른 아킬레우스가 느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거북이를 절대 추월할 수 없다는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역설이 바로 그것이다.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보다 10배 빨리 달린다는 가정하에 아킬레우스에게 100m 뒤에서 출발하는 핸디켑을 부여할 경우, 아킬레우스는 평생을 가도 절대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아킬레우스가 100m를 달렸을 때 거북이는 110m에 , 아킬레우스가 110m를 갔을때 거북이는 111m에, 아킬레우스가 111m를 갔을 때 거북이는 111.1m에 각각 위치하는 식이기 때문에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그럴듯한 헛소리다.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보다 10배 빨리 달리기 때문에 거북이가 100m를 갈 때 아킬레우스는 1km를 달리게 되는데 거북이에게 100m 앞에서 달리도록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서 거북이가 항상 아킬레우스를 앞서가겠는가.
이러한 숫자놀음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대중은 수적인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숫자는 외견상의 엄밀성으로 인해 일종의 환각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여론을 형성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도박행위를 단속했을 때 통상 도박판의 판돈을 수치로 발표하는데 그 수치의 왜곡이나 편향을 간파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사람들의 신념을 강화하거나 즐겁게 만드는 숫자만을 제시하는 경우나, 아니면 그와 정반대의 것만을 제시하는 경우 등 숫자를 악용하는 사례가 허다하게 나타난다.
KDI조차 "실업률 통계 왜곡" 지적
이젠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원)조차도 실업률 통계가 조사 방식상의 결함 때문에 왜곡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전문위원실도 "국회의 반복적인 지적과 시정요구에도 통계청이 실업률 통계 개선방안을 모색하지 않는 것은 통계품질 진단 및 개선사업을 부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통계품질 진단과 개선사업 예산을 일부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실업률 통계가 바로잡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일부 사회주의 국가나 후진국 통계가 전근대적이어서 상호 비교 가능성과 국제적 신뢰면에서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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