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동 논설고문]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버핏세' 도입 논의가 한국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고소득층 소득이 30배 가까이 늘어났으나 세법은 이를 반영하지 못해 소득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같은 환경으로 미루어 버핏세 도입 논의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부유층의 탐욕과 특혜, 사회적 책임 기피 등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하다. 이같은 사회적 갈등요인 해소를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더욱이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급속히 늘어나는 복지재정 수요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부자증세가 필수적이다.
버핏세 논의의 본산은 미국이다. 세계 3번째 부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2007년 10월 26일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지난해 소득의 19%를 소득세로 냈는데 나보다 소득이 훨씬 적은 우리 직원들은 33%를 냈다. 이것이 정의롭고 공정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8월 14일에도 '부자 감싸기를 중단하라'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나같은 수퍼부자는 비정상적인 감세혜택을 받고 있다"며 부자증세를 촉구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돈을 돌려 돈을 버는 사람이 노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 낮은 세율을 누린다"라고도 했다.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 기피 등 부정적 이미지 팽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증세한다는 구체안을 제안하면서 버핏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정적자 해소와 복지재정 확충을 위해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버핏세다.
부자증세 논의는 세계적인 이슈로 번져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억만장자들이 특별부가세 신설을 자청했고 독일에서도 부자들 모임이 앞장서서 부유세 과세를 요청했다. 벨기에 이탈리아 재벌들도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스페인은 폐지됐던 부유세를 부활시켰다. 영국도 토지세와 호화 맨션세 신설이 제안되기도 했다.
버핏의 주장은 한국에서도 잠수하던 부자증세 논란의 잠을 깨웠다. 지난해 부유세가 제시되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이번엔 한나라당이 버핏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부자정당이 부자증세를 들고 나온 것은 어색하고 생뚱맞기도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자감세 철회에 이어 부자증세를 통해 부자정당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고육책으로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 않다.
버핏세 부과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소득세 누진체계를 활용, 최고 과세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높게 매기는 방안이다. 현행 소득세는 연봉 8800만원이 넘으면 대기업 부장이나 재벌총수가 똑같이 3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1억원을 버나 100억원을 버나 세율이 똑같다는 것은 조세정의나 소득재분배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고소득자가 많이 늘어났는데도 소득세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과세구간을 세분하고 세율을 조정해서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35%)은 OECD 30개국 평균세율(35.8%)과 비슷하지만 지방세 등 부가적인 세금까지 합치면 38.5%로 OECD 평균 41.7%보다 크게 낮다. 세계 10위권 경제국가에 걸맞는 복지를 하려면 소득세율도 OECD 수준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종부세 정상화하고 주식양도차익세도 고려할 만
또 하나는 부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에 별도의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완화한 종합부동산세를 정상화하고 주식을 장기보유하는 부자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과 함께 양도차익에도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다. 근로소득자에는 과세하면서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자본소득자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은 형평원칙에 어긋난다. 정의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버핏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투자·근로·저축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되지도 않은 이유를 들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부자감세 정책 아래 투자는 줄었다. 저축률도 세계 꼴찌권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가 힘겹고 양극화는 깊어만 가니 근로의욕이 솟을 리 없고 저축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실패 탓이다. 날로 늘어나는 재정적자 해소와 복지예산 확충을 위해서, 또 소득재분배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서 버핏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늦으면 늦는 만큼 '한국병'의 병세를 키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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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버핏세' 도입 논의가 한국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고소득층 소득이 30배 가까이 늘어났으나 세법은 이를 반영하지 못해 소득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같은 환경으로 미루어 버핏세 도입 논의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부유층의 탐욕과 특혜, 사회적 책임 기피 등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하다. 이같은 사회적 갈등요인 해소를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더욱이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급속히 늘어나는 복지재정 수요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부자증세가 필수적이다.
버핏세 논의의 본산은 미국이다. 세계 3번째 부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2007년 10월 26일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지난해 소득의 19%를 소득세로 냈는데 나보다 소득이 훨씬 적은 우리 직원들은 33%를 냈다. 이것이 정의롭고 공정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8월 14일에도 '부자 감싸기를 중단하라'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나같은 수퍼부자는 비정상적인 감세혜택을 받고 있다"며 부자증세를 촉구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돈을 돌려 돈을 버는 사람이 노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 낮은 세율을 누린다"라고도 했다.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 기피 등 부정적 이미지 팽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증세한다는 구체안을 제안하면서 버핏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정적자 해소와 복지재정 확충을 위해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버핏세다.
부자증세 논의는 세계적인 이슈로 번져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억만장자들이 특별부가세 신설을 자청했고 독일에서도 부자들 모임이 앞장서서 부유세 과세를 요청했다. 벨기에 이탈리아 재벌들도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스페인은 폐지됐던 부유세를 부활시켰다. 영국도 토지세와 호화 맨션세 신설이 제안되기도 했다.
버핏의 주장은 한국에서도 잠수하던 부자증세 논란의 잠을 깨웠다. 지난해 부유세가 제시되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이번엔 한나라당이 버핏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부자정당이 부자증세를 들고 나온 것은 어색하고 생뚱맞기도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자감세 철회에 이어 부자증세를 통해 부자정당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고육책으로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 않다.
버핏세 부과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소득세 누진체계를 활용, 최고 과세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높게 매기는 방안이다. 현행 소득세는 연봉 8800만원이 넘으면 대기업 부장이나 재벌총수가 똑같이 3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1억원을 버나 100억원을 버나 세율이 똑같다는 것은 조세정의나 소득재분배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고소득자가 많이 늘어났는데도 소득세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과세구간을 세분하고 세율을 조정해서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35%)은 OECD 30개국 평균세율(35.8%)과 비슷하지만 지방세 등 부가적인 세금까지 합치면 38.5%로 OECD 평균 41.7%보다 크게 낮다. 세계 10위권 경제국가에 걸맞는 복지를 하려면 소득세율도 OECD 수준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종부세 정상화하고 주식양도차익세도 고려할 만
또 하나는 부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에 별도의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완화한 종합부동산세를 정상화하고 주식을 장기보유하는 부자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과 함께 양도차익에도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다. 근로소득자에는 과세하면서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자본소득자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은 형평원칙에 어긋난다. 정의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버핏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투자·근로·저축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되지도 않은 이유를 들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부자감세 정책 아래 투자는 줄었다. 저축률도 세계 꼴찌권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가 힘겹고 양극화는 깊어만 가니 근로의욕이 솟을 리 없고 저축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실패 탓이다. 날로 늘어나는 재정적자 해소와 복지예산 확충을 위해서, 또 소득재분배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서 버핏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늦으면 늦는 만큼 '한국병'의 병세를 키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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