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불공정 게임 심화시키는 입시제도 (김경애 2001.11.05)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외진 마을 출신인 유명한 철학자 브르디외는 사투리 억양과 고향에서의 경험들과 결별하고서야 학교제도가 요구하는 것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힘든 경험에 기초하여 학생들이 사회적 문화적 자본에 따라 교육에서 불평등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으며, 따라서 학교 교육에서의 이러한 불평등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올해에도 교육 실험은 계속되어 대학 입시 전형이 수시 모집, 특별전형, 정시모집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내신성적, 면접, 수학능력 고사 등 여러 가지 결과를 토대로 복합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시제도가 과연 사회적 문화적으로 다른 자본을 가진 입시생 모두에게 공정한 게임을 보장하는 장치인가 하는 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나라가 단시간 내에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 국민이 누구나 교육을 통해서 자격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었다는 데에 크게 기인한다. 따라서 현재가 아무리 척박하고 힘들어도 젊은이들은 미래를 꿈꾸며 역경을 헤치면서 공부하고 노력해왔다. 이러한 꿈꾸는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오늘날 시행되고 있는 현 제도가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과연 희망을 주고 있는가?
패자부활전 원천적으로 막는 내신제도
첫째, 내신제도의 신뢰성 문제다. 서울대 입시 관계자가 각 고등학교의 내신 부풀리기의 심각성을 밝힌 바 있다. 얼마전 교사가 성적 조작을 미끼로 학부모로부터 수천만원을 수뢰하여 파면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사례가 단 한 건에 불과하겠는가? 각 학교마다 구성되어 있는 학부모회에 앞장선 학부모들의 자녀와 가난하고 살기 바빠서 학교에도 한번 와볼 수 없는 학부형의 자녀 모두에게 교사들은 과연 공정하게 내신을 매기고 있는지 염려된다. 내신제가 치맛바람을 초등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까지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둘째, 내신제도는 학생들의 패자부활전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1·2학년까지 방황하던 학생이 3학년이 되어서 마음을 추스르고 공부를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불가능하도록 만든다. 이런 학생이 정작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하면 내신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학교를 떠나야한다.
셋째, 특별전형을 통한 특기자 선발에서 과외 지도를 받지 않은 학생은 그 대상이 되기도 어렵다. 학교교육 만으로는 예체능계와 각종 경시대회에 입상하여 특기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을 수 없는 현실에서 과외 지도를 받을 여유가 없는 학생은 이 제도의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다.
넷째, 수시 모집의 면접의 공평성 문제다. 이번 수시 모집에서 면접이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쳤는데 지방출신 학생들이 현저히 불리했고 서울의 고등학교 중에서도 특수목적고의 학생들이 유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시간 동안에 행해지는 면접고사가 공정하다 하더라도 지방에서 서울로 시험을 치러온 학생들은 서울 말씨 등 문화적 상징에 익숙하지 않아 더욱 더 긴장할 수밖에 없으며, 정보의 격차로 인해 불리하다. 또한 특수목적고는 대도시에만 있기 때문에 지방의 가난한 수재는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이다. 지방학교나 실업학교나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원천적으로 불리하다.
다섯째, 수시 모집으로 인한 학교교육의 파행의 문제다. 대학에 합격하는 것만이 교육 목적이 되어버린 학교에서 수시 모집으로 인해 3학년 1학기에 이미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섞여 있어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의 수업이 정상적이지 못하면 고등학교 2학년과 1학년을 거슬러 올라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학교 정상 교육이 파행을 겪으면 겪을수록 사교육으로 학교 교육을 보충할 수 없는 가난한 가정 자녀의 피해는 커진다.
현 입시제도 기득권 계층 이해에 충실
서울대가 점점 기득권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로 채워지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수학능력고사 외에 내신제 등을 고려하는 입시제도가 기득권 계층의 이해에 충실한 결과만 낳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가난한 수재가 정당하게 대학을 가는 것을 입시제도가 가로막는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활력과 발전을 위한 역동성을 해치는 것이 될 것이다. 사회적 문화적 자본이 열등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리 없는 가운데 우리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막기 위해 상급학교 진학 게임의 규칙은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야 하고, 한때 방황했던 청소년이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하며, 가진 것은 없어도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요즈음 더 심각해진 청소년들의 비행이 이러한 교육제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신문로>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외진 마을 출신인 유명한 철학자 브르디외는 사투리 억양과 고향에서의 경험들과 결별하고서야 학교제도가 요구하는 것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힘든 경험에 기초하여 학생들이 사회적 문화적 자본에 따라 교육에서 불평등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으며, 따라서 학교 교육에서의 이러한 불평등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올해에도 교육 실험은 계속되어 대학 입시 전형이 수시 모집, 특별전형, 정시모집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내신성적, 면접, 수학능력 고사 등 여러 가지 결과를 토대로 복합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시제도가 과연 사회적 문화적으로 다른 자본을 가진 입시생 모두에게 공정한 게임을 보장하는 장치인가 하는 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나라가 단시간 내에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 국민이 누구나 교육을 통해서 자격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었다는 데에 크게 기인한다. 따라서 현재가 아무리 척박하고 힘들어도 젊은이들은 미래를 꿈꾸며 역경을 헤치면서 공부하고 노력해왔다. 이러한 꿈꾸는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오늘날 시행되고 있는 현 제도가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과연 희망을 주고 있는가?
패자부활전 원천적으로 막는 내신제도
첫째, 내신제도의 신뢰성 문제다. 서울대 입시 관계자가 각 고등학교의 내신 부풀리기의 심각성을 밝힌 바 있다. 얼마전 교사가 성적 조작을 미끼로 학부모로부터 수천만원을 수뢰하여 파면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사례가 단 한 건에 불과하겠는가? 각 학교마다 구성되어 있는 학부모회에 앞장선 학부모들의 자녀와 가난하고 살기 바빠서 학교에도 한번 와볼 수 없는 학부형의 자녀 모두에게 교사들은 과연 공정하게 내신을 매기고 있는지 염려된다. 내신제가 치맛바람을 초등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까지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둘째, 내신제도는 학생들의 패자부활전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1·2학년까지 방황하던 학생이 3학년이 되어서 마음을 추스르고 공부를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불가능하도록 만든다. 이런 학생이 정작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하면 내신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학교를 떠나야한다.
셋째, 특별전형을 통한 특기자 선발에서 과외 지도를 받지 않은 학생은 그 대상이 되기도 어렵다. 학교교육 만으로는 예체능계와 각종 경시대회에 입상하여 특기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을 수 없는 현실에서 과외 지도를 받을 여유가 없는 학생은 이 제도의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다.
넷째, 수시 모집의 면접의 공평성 문제다. 이번 수시 모집에서 면접이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쳤는데 지방출신 학생들이 현저히 불리했고 서울의 고등학교 중에서도 특수목적고의 학생들이 유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시간 동안에 행해지는 면접고사가 공정하다 하더라도 지방에서 서울로 시험을 치러온 학생들은 서울 말씨 등 문화적 상징에 익숙하지 않아 더욱 더 긴장할 수밖에 없으며, 정보의 격차로 인해 불리하다. 또한 특수목적고는 대도시에만 있기 때문에 지방의 가난한 수재는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이다. 지방학교나 실업학교나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원천적으로 불리하다.
다섯째, 수시 모집으로 인한 학교교육의 파행의 문제다. 대학에 합격하는 것만이 교육 목적이 되어버린 학교에서 수시 모집으로 인해 3학년 1학기에 이미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섞여 있어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의 수업이 정상적이지 못하면 고등학교 2학년과 1학년을 거슬러 올라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학교 정상 교육이 파행을 겪으면 겪을수록 사교육으로 학교 교육을 보충할 수 없는 가난한 가정 자녀의 피해는 커진다.
현 입시제도 기득권 계층 이해에 충실
서울대가 점점 기득권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로 채워지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수학능력고사 외에 내신제 등을 고려하는 입시제도가 기득권 계층의 이해에 충실한 결과만 낳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가난한 수재가 정당하게 대학을 가는 것을 입시제도가 가로막는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활력과 발전을 위한 역동성을 해치는 것이 될 것이다. 사회적 문화적 자본이 열등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리 없는 가운데 우리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막기 위해 상급학교 진학 게임의 규칙은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야 하고, 한때 방황했던 청소년이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하며, 가진 것은 없어도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요즈음 더 심각해진 청소년들의 비행이 이러한 교육제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경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여성학신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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